타이포그래피 실험정신_오데드 에저

 

오데드 에저는 이스라엘의 젊은 디자이너다. 스스로를 타이포그래피 실험가라고 소개할 만큼 그의 디자인은 상당히 기이하고 파격적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않은 타이포그래피와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조합하는가 하면, 마치 행위 예술과도 같이 자신의 육체와 타이포그래피의 연결하기도 하는 등. 에저의 디자인 실험은 지금까지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개념을 보여준다. 그가 이런 디자인 실험을 하며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우선은 재미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재미를 통해 타이포그래피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오데드 에저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Fascinating!”

취재. 길영화 기자(barry@fontclub.co.kr) 사진제공. Oded Ezer Typography




국내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예루살렘에 있는 베자렐 예술 디자인 학교(Bezalel Academy of Art & Design)를 졸업했고, 2000년부터 제 이름을 건 ‘Oded Ezer Typography’라는 독립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운영 중 입니다. 히브리어와 라틴 타입페이스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the Holon Institute of Technology’ 에서 비쥬얼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맡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여러 아카테미와 컨퍼런스에서 타이포그래피 강연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타이포그래피의 미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실험적 디자인 입니다.

 

작품들 중에서 ‘바이오타이포그래피’라는 것이 유독 눈에 띄는데, 바이오타이포그래피가 무엇입니까?

바이오타이포그래피는 미래의 타이포그래피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를 상상해보며 실험해 본 것입니다. 50년 후 타이포그래퍼들은 과연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까요? 혹시 지금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되지는 않을까요? 제가 떠올린 것은 타이포그래피와 과학기술의 접목이었습니다. 지금 세상의 많은 것들이 과학기술과 만나 새로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상만 했던 것들을 과학기술을 통해 현실화 할 수 있는 것이죠. 지금의 타이포그래피도 IT기술과 같은 과학기술에 의해 발전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또 다른 기술과도 충돌할 것입니다. 저는 이와 같은 타이포그래피의 미래의 모든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려고 노력합니다. 바이오타이포그래피는 그런 저의 실험 중 하나입니다. 타이포그래피와 바이오기술의 충돌이죠. 그런 의미에서 타이포그래피적으로 변형된 다양한 유기체들을 창조해보는 것입니다.

▲ Biotypography creatures. 서로 다른 문자를 가진 개체들이 모여 하나의 단어를 만들어 우리와 소통한다. 이것이 에저가 상상하는 바이오타이포그래피다.

‘Typosperma’프로젝트도 바이오타이포그래피 실험 중 나온 것인가요?

네. ‘Typosperma’는 바이오타이포그래피 실험 중 하나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유전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과 문자가 혼합된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타이포 정자들은 그 새로운 창조물의 DNA에 타이포그래피적 정보들을 심게 될 것입니다.

▲ Typosperma, 2006.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08년 MoMA에서 열렸던, ‘Design and the Elastic Mind’전에 소개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당신의 포트폴리오 중 스스로 문자를 몸에 붙인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Typoplastic Surgeries’입니다. 제 얼굴과 문자를 연결하여 진화의 한 종류를 보여주려는 것이죠. 그래픽 작업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타이포그래피적 관점에서의 신체의 변형을 표현했습니다. 타이포그래피와 저는 한 치도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고, 항상 타이포그래피적 의미로 생각하고자 하는 뜻도 담겨있죠.

◀ Typosperma, 2006

위에서 보았듯 주로 실험적인 작품들이 눈에 띄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첫 번째 이유는 재미입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재미를 위해 진지하게 게임에 집중하듯, 저 역시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실험을 계속 합니다. 종종 기존의 없던 새로운 것이나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이 작업 속에서 보여질 때 스스로 놀라기도 합니다. 두 번째 이유이자 진짜 이유는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타이포그래피를 다루기 위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입니다.

▲ Face Type, 2010. 최근 선보인 그의 또 하나의 재미있는 실험. 스카이프를 통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직접 제작한 글자들을 합쳐 만든 서체 프로젝트이다.

폰트도 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히브리어 폰트 제작과 라틴 알파벳 폰트 제작을 같이 하시는데,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20년 간 인터넷은 우리 삶 깊숙이 자리잡았고, 그 속에서 글로벌 언어인 영어 역시 자연스레 그 중요성을 더해갔습니다. 그러나 전 영어가 모든 나라의 문화를 대변하는 문자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 나라마다 자신의 문화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자신들의 언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 역시 히브리어 폰트 제작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놓여있으면서 라틴 알파벳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히브리어 뿐 아니라 각 문화가 가진 언어의 형태와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더욱 중요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라틴 알파벳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례로 2000년에 일본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일본 학생들의 전시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를 사용하여 디자인을 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한 학생에게 물었더니, 일본어는 재미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충격이었죠. 제가 보는 일본어는 너무도 아름다웠으니까요. 자신들의 언어를 가장 소중하게 다루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 Ezer Block Light

▲ Taagid Ultra Light

▲ Meoded Serif

▲ Neve Zedeq Light

◀ Oded Ezer’s fonts catalogue, 2007

히브리어는 국내 독자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언어 입니다. 히브리어 폰트를 디자인 할 때, 특별한 방식이 있나요?

히브리어 폰트를 디자인 할 때 몇 가지 방법을 가지고 진행합니다. 첫 번째는 히브리어가 쓰인 역사적 문헌 속에서 힌트를 얻는 것입니다. 오래된 책이나 캘리그래피에서 발견한 미(美)를 현대적 폰트 시스템으로 옮기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라틴 폰트에서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헬베티카를 기본으로 비슷한 형태의 히브리어 버전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세 번째 방법은 자연이나 과학, 건축 등 조금은 거리가 있는 분야에서 흥미로운 무언가를 찾아 적용하는 것입니다.

▲ The Message, 2001

▲ Tipografya poster, 2004

▲ Alef, 2003

▲ Tybrid, 2006

▲ Beit Hillel, 2005

▲ Ketubah, 2007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새롭고 익사이팅한 프로젝트를 계획 중 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화학적 디자인이 될 것입니다.

▲ The Chorus of the Opera, 2001

▲ Now, 2004

▲ Unimportant & Nothing, 2004

▲ Temporary Type, 2006

▲ I Love Milton, 2008

▲ M, 2008

▲ Helvetica Live!, 2008

▲ Open,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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