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체」 글자 위 나부끼는 무지갯빛 깃발

¶ 2023년 12월 28일자 산돌구름 뉴스레터 <구름레터>에 소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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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존재감을 손쉽게 드러내죠. 그런 이에겐 마음을 열기도 쉬운데요, 저에겐 「길벗체」의 첫인상이 그랬습니다. 단단하게 연결된 글줄 속 경쾌한 리듬을 품은 유쾌하고 상냥한 인상의 폰트. 한 벌의 폰트는 디자이너가 내리는 수많은 선택을 거쳐 완성되며, 그런 다양한 선택은 디자이너의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길벗체」의 형태 역시 제작 목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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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체」는 정사각형 네모꼴을 가득 채우는 골격을 가지고 있는데요, 특징적인 점은 가로모임 받침글자에서 네모꼴을 상하로 채우는 첫닿자와 받침닿자의 비율입니다. 일반적으로 본문용 한글 민부리 폰트의 받침글자는 첫닿자와 받침닿자의 시각적 무게감을 약 5:5로 맞춰 안정적인 구조를 취하지만, 「길벗체」는 첫닿자 쪽 여백에 분명한 무게를 두었습니다. 즉, 첫닿자와 받침닿자의 공간 격차를 극대화한 구조와 굵기의 조합인 것이죠. 이렇게 생겨난 대비는 닿자 사이의 긴장감을 조성하여, 균질한 공간이 주는 정적이고 정갈한 느낌 대신 역동적인 공간감을 형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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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체」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오밀조밀하고 일관된 사이 공간의 형태와 가지런하게 수평으로 정렬되어 반복되는 직선이 글줄 내에서 단단하고 정연한 질감을 형성하고 있어요. 이런 질감은 열린 공간의 닿자가 자아내는 시원하고 역동적인 공간감과 잘 어우러지는데요, 이 결합이 「길벗체」가 말하고자 하는 다양성에 대한 개방 및 연대 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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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무작위로 보일 수 있는 색상의 배치도 사용성을 고려한 디자이너의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세심한 조정을 거친 결과물로써, 우리는 글자 속에서 수많은 깃발이 질서 정연하게 나부끼는 모습을 보는 것이죠. 폰트의 매력적인 형태는 사용자를 끌어들입니다. 아래 버튼을 클릭해 「길벗체」가 내포한 가치와 이러한 형상으로 완결 짓기까지 되풀이했을 디자이너의 무수한 시도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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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 읽기 : 글자 위 나부끼는 무지갯빛 깃발 : 스토리 – 산돌 Sandoll Inc

▶ 길벗체 폰트 보러가기 : 산돌구름 (sandollcloud.com)

▶ 2023.12. 28 구름레터 전문 읽기 : (광고) 💌 올해 마지막 구름레터가 도착했어요! (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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