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의 매력] 1. 뷔페 같은 동네책방, 땡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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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껏 책을 맛볼 수 있는 뷔페 같은 동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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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의 매력’ 기획연재의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땡스북스’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홍대 앞, 동네책방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땡스북스를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7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던 책방은 지난 5월, 합정역과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보다 소박한 모습이지만, 모든 공간이 온전히 책으로 채워져서일까? 어쩐지 책에 눈길이 더 많이 간다. 가운데 길게 뻗은 책상은 좀 더 편하게 책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땡스북스의 자랑거리다. 북큐레이터 손정승 점장(이하 정승)과 염한별 매니저(이하 한별)와 더위를 잠시 잊게 해준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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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 분은 땡스북스에서 어떻게 일하게 되셨나요?
정승: 땡스북스의 점장 손정승입니다. 올해로 일한 지 3년 차 됐고요. 땡스북스에 들어오는 전반적인 책 선별부터 모든 이벤트를 염한별 매니저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문학을 전공했고 원래는 출판사에 취직하려 했어요. 좋은 기회로 일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편집, 디자인, 홍보 이런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책으로 전시도 하고, 금주의 책도 소개하는 등 정말 다양한 것을 하는구나 싶었죠. 저도 제가 서점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한별: 안녕하세요. 염한별입니다. 일한 기간은 1년 반 정도 되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독립서점을 차리고 싶었어요. 운이 좋게 땡스북스 공고를 보고 2016년부터 아르바이트로 일하다 보니, 당시 점장님이 퇴사하시면서 자리가 생겨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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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다 기회를 잡으셨네요. (웃음) 보통 출근하셔서 퇴근하기까지의 하루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12시에 문을 열죠?

정승: 네. 12시 조금 전에 출근해서 오픈준비를 해요. 청소하고 전날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그렇게 30분 정도 준비를 해요. 그다음에는 메일을 확인합니다. 오후에는 책이 들어오는 시간이라 서가에 진열하고, SNS에 신간을 찍어서 올려요. 아 물론, 손님응대는 계속하고요. 저녁때부터는 출판사 직원분들이 퇴근하시니까 조금은 더 저희만의 시간이죠. 그 시간에 회의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한별: 보통 출판사 근무하시는 분들이 오후 여섯 시까지 근무를 하시니까 그때까지는 입고문의 같은 전화가 많이 오는 편이에요. 동시다발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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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직업이군요. 하나에만 집중하기도 힘들텐데 대단하세요. 혹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한별: 주말마다 오시던 단골손님이 제주도로 이사를 하셨어요. 중년 남성분이셨는데 항상 오실 때마다 대여섯 권씩 구매하시는 분이셨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서울 온 김에 왔다고 하시면서 책방에 오셔서 책 한 박스를 제주도로 배송하셨어요. 제주에도 책방이 많은데, 굳이 택배비를 들여가지고 그렇게 해주신 게 놀랐어요. 정말 감사하죠. 말 그대로 의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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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은 땡스북스라는 공간에서 책을 고르시는게 정말 좋으셨나봐요. 점장님도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정승: 저는 저번 달에 만난 손님인데요. 재고가 소진되고 샘플만 남은 책이 있었어요. 어떤 분이 그 책을 구매하겠다고 하셔서 책 상태가 좋지 않아 판매가 안 될 것 같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사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할인해서 드리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아 샘플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그러니까 “아니에요. 이렇게 좋은 책을 둬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하셨어요. 그때 마음이 아주 따뜻했어요. 하루에도 몇십 종씩 책이 쏟아지는데, 매번 고민해서 책을 고르는 마음을 알아주셨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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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스의 책은 어떤 기준으로 큐레이션 되는지 궁금합니다.

정승: 책의 디자인과 콘텐츠가 다 중요하고 그런 책들을 위주로 고르지만 조금 더 사적인 것을 더하자면 ‘저희가 읽고 싶은 책’이에요. 물론 판단이 틀릴 때도 있지만, 아무래도 책 가까이에서 일하는 저희가 제일 먼저 설득이 되어야 남도 설득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한별: 그동안 꾸준히 쌓아왔던 데이터가 있잖아요. 땡스북스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감이 있는 거죠. 느낌으로 판단해요. 판매량 같은 데이터를 살펴보기도 하고, 판매가 잘된 책과 비슷한 책, 저희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들을 찾아서 배치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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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으로 땡스북스에 어울리는 책을 알아보시는 거네요. 그런데, 서가에 카테고리가 없어요. 주제별로 나눠져있는거죠?

한별: 네. 매대에는 땡스 초이스 코너, 신간 테이블, 전시에서 나온 책들 등이 있고 서가는 라이프스타일, 실용서, 문학, 에세이, 영화, 음악 등 주제별로 책이 나뉘어 있어요.
처음에는 저희도 카테고리를 달아야 하나 싶었는데, 어떤 손님이 오셔서 “카테고리가 없어서 좀 더 천천히 살펴보게 된다”라고 하셔서 없는 것도 그것만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안하기로 했어요. (웃음)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으면 안내해드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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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항상 궁금했던 질문입니다. 땡스북스 간판의 폰트는 무엇인지, 디자인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알려주세요.

한별: 로고는 이기섭 대표님께서 만드셨는데, 우선 폰트는 ‘TheSans’ 이고요. 당시 헬베티카를 사용하실 고민하셨는데, 최종 선택은 이 폰트였다고 해요. 땡스북스와 잘 어울리고, 제일 끌려서 이 폰트로 쓰셨다고 합니다.

정승: 그리고 로고 가운데 긴 직선은 책등을 뜻한다고 해요. 땡스북스를 영어로 쓸 때, 글자수를 보면 BOOKS에 비해 THANKS에서 ‘S가’ 한 자 더 있잖아요. 지금 위치에서 위로 올리면 비율이 안 맞아서 가운데로 내리셨다고 하셨어요.

 

아, 저 직선이 항상 궁금했는데 책등이었군요!

정승: 네. 책의 가장 단순한 형태를 떠올렸을 때, 책등이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리고 땡스북스가 따뜻한 공간이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로고의 색깔을 노란색을 선택하셨다고 해요. 보시면 원색의 노란색이에요. 다양한 색을 담을 수도 있는데, 그냥 노란 바탕에 검은색으로 하신 게 실용적인 측면도 고려하신 거에요. 원색이 아니었다면 이 로고를 사용해서 무언가를 만들 때마다 매번 감리를 가야 하는 거죠. 우리의 간판이고 정체성이니까 로고의 색이 달라지면 안 되니까요. 그런 효율적인 면도 생각하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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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스를 찾으시는 손님들의 공통적인 특성이 있을까요? 

한별: 보통 2,30대 여성이 대다수였는데 이전하고 난 후, 연령대가 다양해진 것 같아요. 여기는 회사사무실이 많으니까 점심시간에 오셔서 책 보고 가시고 그래요.

정승: 본인을 알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최소한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요. 실은 일에 치이다 보면 자신을 바라보기 힘들잖아요. 최소한 여기 와서 시간을 들여서 책을 본다는 것은 자기 마음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보려고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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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나름의 해답을 찾고 싶어하시는 분들이겠군요. 그럼 이쪽으로 오시면서 또 변화한 점이 있을까요?

정승: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곳에 있었다는 게 참 대단한데, 한편으로는 저희도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이전 장소는 너무 크니까 아무리 바꿔도 티가 잘 안 나기도 했고, 저희가 초기 멤버가 아니라서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어요. 새롭게 시도해보기가 힘들었죠. 여기로 오면서 책에 좀 더 집중하자는 컨셉으로 카페도 과감하게 없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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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스를 음식에 비유한다면요?  

정승: 음식은 아니지만, 식당 중에서 골라봤어요. 바로, ‘뷔페’에요. 뷔페도 기성 음식을 쭉 놓고 먹고 싶은 대로 먹으라고 하는 거잖아요.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게 지금 저희가 독립출판물의 경우, 초기거래처 몇 곳 빼고는 안 받거든요. 기성 출판사 중에서 골라서 들어오는 것인데, 이렇게 책을 진열해 놓으면 손님들이 읽고 싶거나 관심 있는 것을 보신단 말이에요. 뷔페에 가면, 하나씩 맛본 다음에 맛있는 음식 하나만 공략하는 것처럼 몰랐던 책도 들춰보고 마음에 든 순간, 그쪽 분야에 더 관심을 끌게 되는 거죠. 음식으로 치면 어떤 메뉴를 더 정확히 알게 되는 거예요. 취향껏 먹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 것처럼, 취향껏 책을 보셔도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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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비유네요. 땡스북스는 뷔페다! 그럼 땡스북스가 홍대에서 긴 시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별: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 있던 것이 큰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아시다시피 홍대 앞 가게들은 문닫고 이전하고 그런 곳이 많으니까요. 오랜 시간 기억해주시고 찾아주신 데는 위치적인 요인도 있던 것 같아요.

정승: 초기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2011년에 시작할 당시만 해도 있던 서점들도 문을 닫았고, 홍대 9번 출구 앞에 북스 리브로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초창기에 젊은 감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잡았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했어요. 공간을 그대로 가꾸기 위해서 저는 그렇게 매일 쓸고 닦고 정리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변화도 중요하지만,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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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도 오래 지켜주시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두 분의 ‘인생 책’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추천책

한별: 최고의 책은 아니지만, 특별한 경험을 했던 책이 있어요. 할레드 호세아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책이에요. 전쟁 이야기를 담은 소설인데요. 제가 과연 읽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던 두꺼운 책을 다 읽고서 처음으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정승: 저는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이요. 인류애가 소멸할 때마다 한 번씩 읽으면 좋은책이에요. 소록도 이야기인데, 등장인물 중에 한 명이 배신을 해야 될 것 같은데 끝까지 안 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상한 사람들 만날 때 많잖아요. 인간이 뭘까 싶을 때마다 이 책을 보면 그래도 끝까지 배신하지 않았다는 게 위안이 돼요. 또 인간이 이런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할 수 있구나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에요.

 

 

 


손정승 점장과 염한별 매니저가 생각하는 동네책방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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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형서점에 잘 못가요. 압도당하는 느낌이 너무 커요. 잘 팔리는 순서대로 쌓여 있고, 거의 제가 찾는 책은 구석에 꽂혀 있죠. 물론, 많은 책을 골라서 집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집 앞에 오래된 동네서점이 있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땡스북스 북큐레이터 손정승 점장

 

“책방에 가서 ‘사장님 오늘 신간 들어왔어요?’ 했을 때, ‘여기 빼놨어’ 이런 식으로 편하게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좋아요. 그게 동네책방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땡스북스 북큐레이터 염한별 매니저

 

 


책방정보 – THANKS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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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매일 12:00 – 21:00신정, 설, 추석연휴 휴무

전화
02-3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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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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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CLUB 에디터 최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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