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그래피의 독특한 상상_알리다 로지 소이어 Alida Rosie Sayer

 


2009년 ‘D&AD Best New Blood Award’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0대 후반의 젊은 디자이너 알리다 로지 소이어(Alida Rosie Sayer). 시각디자인 전반에 걸쳐 다양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특히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으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해왔던 일련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3D로 표현한 타이포그래피라던지, 영상과 결합한 타이포그래피 애니메이션 등 그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현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실험적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한눈에도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알리다 로지 소이어 스스로도 이런 독특한 아이디어가 그의 앞으로의 작업에도 디자인 소스가 될 것이라 하니, 다음에는 어떤 변칙된 디자인으로 보는 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낼 것인지 그의 활동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취재. 길영화 기자(
barry@fontclub.co.kr) 사진제공. Alida Rosie Sayer



 

국내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건축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고 현재 런던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시각디자이너입니다. 주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을 다루고 있고, 3D 디자인,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뮤직아트워크, 패션 브랜딩, 영상 타이틀 등 시각디자인 전반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들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된 계기와 그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무언가 만들거나 그리고 싶은 충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표출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 같습니다.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들어간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처음 선택한 전공은 건축이었지만, 이내 곧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전공을 옮겼습니다. 제가 갖춘 능력 안에서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상상력을 표현하는데 있어, 그 자유의 폭이 더욱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생각하고, 배우고, 그려내고 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디자이너가 되는 일련의 과정의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들 중에서 3D타이포그래피 작업들이 눈에 띄는데, 3D타이포그래피를 작업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역시 궁금합니다. 

하나의 정보를 담은 평면이 켜를 쌓아 서로 소통하는 비주얼적인 형상을 표현하는데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종종 3D로 표현되는 것이죠. 주로 이런 작업은 반투명한 재질을 사용한 솔리드한 평면들을 쌓은 후 그것을 다시 깎아내어 시각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깊이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3D로 타이포그래피를 표현하는 것은 표식으로써 인식되는 문자의 존재 자체를 강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깊이와 밀도를 가진 추상적인 비주얼 형상으로 새로운 ‘읽기’의 경험을 하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이것은 언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법의 변형으로 문자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 중 하나를 말하고자 한 것입니다.

▲ Here we are(2010), hand-cut screen prints on cartridge paper, photo © Philip Sayer 알리다 로지 소이어의 3D타이포그래피 프로젝트 ‘제5도살장’ 시리즈

▲ The creatures were friendly(2009), 알리다 로지 소이어의 3D타이포그래피 프로젝트 ‘제5도살장’ 시리즈

▲ All moments(2009), 알리다 로지 소이어의 3D타이포그래피 프로젝트 ‘제5도살장’ 시리즈

▲ They couldn’t imagine(2009,좌), Why anything?(2010,우), 알리다 로지 소이어의 3D타이포그래피 프로젝트 ‘제5도살장’ 시리즈

그렇다면 3D타이포그래피가 대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나요? 아니면 스스로 생각하는 대표작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의 소설 ‘제5도살장(Slaughterhouse Five)’에서 영감을 받은 일련의 3D 작업 시리즈를 대표작으로 뽑을 수 있습니다. 이 ‘제5도살장’ 시리즈에는 그 동안 제가 추구했던 많은 디자인 아이디어들이 함축되어 표현되어 있는 동시에 앞으로 만들어낼 작업에 대한 소스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제5도살장’은 저자가 직접 겪었던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대규모 수용소 시설에서의 경험을 소설화 한 것으로 시공간이 뒤죽박죽 엉킨 정신분열성 소설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보네거트가 어떤 식으로 소설의 내용을 독자들의 머리 속에 집어넣으려고 했는지에 대한 상상에 사로잡혔고, 시공간을 초월한 소설의 구성이나 비현실적 컨셉, 등장인물의 기이한 비주얼에 대한 묘사 등 소설에 대한 저만의 느낌이 이 3D 작업물로 시각화 된 것입니다. 

이 작품들로 작년에 전시를 열기도 했습니다. ‘There is no why’라는 타이틀로 런던의 갤러리 우(Gallery Woo)에서 열렸던 제 첫 번째 개인전이었죠. 그래서 이 작업들을 ‘There is no why’시리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런던 갤러리 우(Woo)에서 열렸던 ‘There is no why'(2010) 전시 모습

▲ There is no beginning, detail (2010), photo © Philip Sayer. There is no why’에서 선보인 또 다른 3D 타이포그래피 작품

전체적으로 작업들에서 유독 블랙과 화이트 컬러를 자주 볼 수 있는데, 혹시 선호하는 컬러가 따로 있는 것인가요?

선호한다기 보다 블랙과 화이트, 무채색의 감각은 본능적으로 익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아버지 필립 소이어(Philip Sayer)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필립은 흑백사진 작가로 어릴 때부터 컬러 이전의 이미지의 톤과 형태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면 ‘Suspiria’ 영상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서스피리아(Suspiria)는 1972년 제작된 다리오 아르젠토(Dario Argento) 감독의 이탈리아 컬트 호러 영화입니다. 홈페이지의 영상 작품은 이 영화를 보고 제가 만들어본 타이틀 시퀀스입니다.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인 고블린(Goblin)의 사이스(Sighs)를 배경음악으로 손수 직접 그린 타이포그래피 프레임과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영상과 음악, 타이포그래피의 결합을 표현하려 했던 작품입니다. 이 같은 영상 타이틀 작업은 제가 최근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 Suspiria Title Sequence still(2009)

Title sequence re-design for ‘Suspiria’ (1977) dir. Dario Argento from Alida Rosie on Vimeo./

▲ Suspiria Title Sequence still(2009)

디자인적 영감이나 힌트는 주로 어디에서 발견하나요?

어디서든지요. 그릴 수 있는 펜과 종이가 있다면 언제든지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나요?

네. ‘편견을 갖지 말자’입니다.

 

자신에게 영향을 끼쳤거나 선호하시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우선 아버지 필립의 사진은 어릴 때부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진 자체뿐 아니라 출판물이나 포스터 속에서 다른 디자이너들이 필립의 사진들을 어떻게 편집하고 사용하는지를 접할 수 있었죠. 이때 앨런 키칭(Alan Kitching),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 폴 랜드(Paul Rand), 토르트 본체(Tord Boontje)등의 디자이너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디자인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한 코넬리아 파커(Cornelia Parker)나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과 같은 아티스트들의 작업도 좋아합니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의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피 디자인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정해진 계획이라기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거대한 스케일의 타이포그래피 설치물을 제작해보려 합니다. 사람들이 내,외부를 돌아다니며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환경친화적인 성격을 갖춘 타이포그래피를 표현하는 싶은 것이죠. 또한 서스피리아 같은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영상 타이틀 작업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작업이거든요.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서로 전혀 다른 문자들이 공존하며 만들어지는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은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 Zagora Road single artwork(2009)

▲ Heshka Rashka single(2010)

▲ Fuse(2010, 좌), Never Say Clever album(2010,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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