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Type, Part1_아우디 전용서체의 탄생

 


2008년 ~ 2009년 사이에 제작된 아우디 전용서체(AudiType)는 출시와 더불어 글로벌 타이포그래피 커뮤니티에 빠르게 전파되어졌다. 이 글에서는 이미 몇 번은 소개되었을 아우디 전용서체의 주요특징 뿐 아니라 메타디자인의 지휘하에 이루어진 디자인 프로세스와 글로벌 브랜드 작업에 포커스를 맞추어 아우티서체를 소개할 것이다. 메타디자인은 아우디 전용서체의 제작을 맡은 베를린의 종합디자인회사이다. 


글. 로스 밀른 정리. 길영화 기자(barry@fontclub.co.kr)




아우디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자동차 업계에서 혁신적인 기업으로 꾸준하게 자리매김해온 회사로 고전적 우아함과 기술적 혁신성이 잘 조화된 제품군을 갖추고 있는 독일을 대표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독일 잉골슈타트(Ingolstadt)에 자리한 아우디 본사는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회사 이미지 재고를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시켰고, 그 중 한가지가 기업전용서체의 제작이었다. 디자인 종합회사 메타디자인의 총괄 아래, 아우디 서체의 디자인을 맡게 된 볼드 먼데이(Bold Monday)의 네덜란드 서체디자이너 폴 반 데 라안(Paul van der Laan)은 프로젝트 진행 초기 아우디의 새로운 서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Paul van der Laan
‘나는 자동차 매니아는 아니다. 하지만 아우디의 디자인 감각에는 언제나 경의를 표해왔다. 또한 아우디가 이전에 사용했던 유니버스체를 아주 좋아하는 팬이기도 하다. 아우디의 전용서체 디자인을 위해 그들의 발전과정을 살펴봤을 때, 유니버스체가 아우디의 기술적이고 클래식한 이미지와 매우 조화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1998년 ‘아우디 TT’를 시작으로 아우디는 보다 스포티(sporty)하고 세련됨을 추구하는 이미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100 Years of Audi taken from the Audi 2008 Annual Report

또한 럭셔리 스포츠카 아우디 R8(Audi R8)이 출시됐을 때, 반 데 라안은 당시 아우디의 상업광고들을 보며 ‘왜 소수의 사람만이 살 수 있는 차를 광고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이런 의구심은 반 데 라안으로 하여금 처음의 생각돠는 달리 유니버스가 아닌 아우디만의 새로운 서체가 필요하다는 것에 고개를 기울이게 만들었던 계기가 되었다.

▲ Cover : Audi 2008 Annual Report

아우디 서체 총 지휘를 담당한 메타디자인은 오랜 시간 컴페티션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이 반 데 라안, 반 로즈말렌 듀오의 볼드 먼데이였다. 메타디자인이 진행한 컴페티션은 상당히 독특한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몇몇의 유망한 디자이너들에게 일정한 비용과 기간(두 달)을 주고 산세리프(Sans serif)체의 노멀(Normal), 볼드(Bold), 익스텐디드 노멀(Extended Normal), 익스텐디드 볼드(Extended Bold) 등 4가지 스타일로 새로운 문자집합을 디자인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디자이너들에게는 디자인에 필요한 무드 보드, 각종 그래프와 다이어그램, 마케팅 단어가 제공되었고, 볼드 먼데이는 제공된 것 이상의 마케팅 단어들을 사용한 서체 견본집으로 아우디 서체 프로젝트를 거머쥘 수 있었다.

▲ AudiType Extended : First Proposal

▲ AudiType Normal : First Proposal

반 데 라안에 따르면 컴페티션의 결과가 나온 뒤, 한동안은 진행이 더디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디자이너 측과 아우디의 대표들 간의 의견차 때문이었는데, 볼드 먼데이의 두 디자이너들은 인쇄상에서 나타나는 서체의 미세한 측면들까지 고려하는 반면 아우디의 대표들은 단순히 그들의 로고와 로고로 만들어지는 파생물에 어울리는 지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Van der Laan
‘우리는 서체가 긴 단락으로 조합되었을 때, 아름다움이 느껴지도록 제안했다. 그리고 그 제안을 통과시키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우디의 대표들은 오로지 그들의 회사를 표현하는 철자 4개의 타이포그래피만을 보고 있었다.’

결국 볼드 먼데이는 두 번째 제안을 해야 했다. 이번에는 보다 폭이 넓은 스타일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 AudiType : Second Proposal

Van der Laan
‘처음 제안에서는 미세하게 인본주의적인 콘트라스트를 가미하였는데, 폭이 넓은 비율의 글자들에서는 그 특징이 드러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했다. 가능했더라도 억지스럽거나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첫 번째 제안을 뒤로하고, 많은 디테일들을 보강하여 새로운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었고, 그것으로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다. 2008년 8월 우리와 아우디의 마케팅 디렉터는 메타디자인에서 공식적으로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비교적 긴장된 제안과정이 지난 후, 볼드 먼데이는 메타디자인의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남은 진행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메타디자인은 여기서 새로운 서체는 산세리프체로 두 가지 너비와 무게, 그리고 전부 로만체와 이탤릭체로 제작될 것 등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이어 이어진 컨셉에 대한 대화에서는 서체의 ‘남성성’과 ‘평면성’이 거론되었다.

▲ AudiType : Finished regular width

그리스문자나 키릴문자가 추가되는 부분에서는 이 문자들이 가진 미묘한 뉘앙스 차이에 관련하여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이에 기본 라틴 알파벳 문자와 서로 호응될 수 있는 디자인 컨셉이 필요했고, 볼드 먼데이는 반 데 라안의 예전 제자이자 러시아에서 타입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일야 루더만(Ilya Ruderman)의 도움을 받았다. 루더만은 네이티브 러시아 타입디자이너의 관점으로 피드백을 제공했다.

▲ AudiType Cyrillic and Greek shown with the standard Latin setting.

중국어,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 문자들을 지원하는 수많은 글리프들이 포함된 세트를 확장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게 고려됐다. 이는 아시아 문화 속 아우디 브랜드를 확고히 하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다. 아시아 언어의 폰트들은 너비가 추가되거나 확장된 글꼴 스타일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라틴 문자의 서체 패밀리와는 다른 방식이 요구되었다. 

2009년 여름 그들의 100주년 기념과 함께 아우디의 새로운 서체가 런칭된 후, 때마침 뮌헨에서는 바르셀로나, 멘체스터 유나이티드, 보카 주니어스, 바이에른 뮌헨 등이 참여한 프레스티지 풋볼 토너먼트 ‘아우디 컵’이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짧은 시간 내에 아우디 서체를 전파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축구장 내의 광고, 배너, 셔츠와 스크린 등 곳곳에서 아우디의 새로운 서체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아우디 서체는 종종 뜻하지 않게, 혹은 놀라운 방식들로 우리 앞에 선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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