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디자이너.16_<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 외

 

“이 머그잔 어때?”
“좋은데.”
“20페니야. 이케아에서.” – 26쪽

 
 

우리는 모두 이케아에 대해 들어본 적 있거나 가본 적이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 매장이 없는 상태이지만 이케아 수입 전문 인터넷 쇼핑몰에서 인기 있는 상품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저 멀리 북유럽에서 온 스웨덴 브랜드 이케아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밀라노 디자인과는 다르다.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은 우아하고 정교한 고급 디자인으로 일반 대중의 관심사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평범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단순하고 다채롭고 일반 서민들의 필요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대중적이고 더 민주적이다. 이케아는 디자인을, 다시 말하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대중의 품으로 가져왔으며 상상초월로 저렴한 가격으로 지갑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집을 꾸밀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바로 이것이 이케아를 구매하는 이유이며, 이케아가 민주적인 이유다.

“이케아는 하나의 현상이다. 이케아는 아바(ABBA)와 볼보(VOLVO)를 제치고 스웨덴의 최고 유명 수출품 자리를 차지했다. 연간 5억 8000만 명 이상이 40여 개국 330여 개 이케아 매장에 방문하며, 160킬로미터를 운전해 찾아가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매일 150만 명 이상의 고객이 이케아를 방문한다. 영국에서는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사람보다 이케아에 가는 사람이 두 배 이상 많을 때도 있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유럽인의 10퍼센트가 이케아 침대에서 잉태된다고 한다. 스웨덴의 한 신문은 이케아의 은둔형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가 세계 최고의 갑부 자리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 23쪽

 
 

“이케아는 유럽을 찾는 관광객만큼이나 많은 방문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이케아를 이끄는 힘은 여전히 단순하고 엄격한 ‘소기업적’ 가치(혁신, 독특함, 겸손, 협동, 검소함, 환경적・윤리적 책임)다. 이 책이 그러한 모범을 따르려는 다른 이들에게 성공적으로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 존 그랜트의 추천평

“이케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동네를 벗어나 쇼핑을 떠나라고, 창고에서 자기가 필요한 가구를 골라 조립하라고, 우리의 전통적인 꽃무늬 실내장식을 현대적인 스칸디나비아 실내장식으로 바꾸라고. 또한 광고는 일회용 패션가구라는 개념을 수용하도록 소비자들을 꼬드긴다. 이것은 지겨워지면 바꾸고 교체할 수 있는 가구라고, 더 이상 소파를 평생 쓰려고 살 필요는 없다고.” – 139쪽

 
 

빠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회적 변화와 개인의 정체성이 담긴 공간을 갈구하는 요구들이 맞아떨어져 집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패션으로 인식되고 있는 요즘, 이케아는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가 집을 꾸밀 수 있도록 묵묵히 도와주고 있다.

“이케아는 믿을 수 없을만큼 비밀스러우며, 외부인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케아는 또한 겸손한 조직이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잘난 체 하지않고 다른사람보다 튀지 않게 행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케아는 이러한 정서에 매우 충실하다.” – 12쪽

이케아의 신화적 스토리의 뒤편에는 복잡한 사업구조와 고도로 정밀화된 시스템이 있다. 이케아 직원들조차 파악할 수 없는 이 구조는 1970년대부터 고안되어 1980년대 보안되었다. 저자 앨런 루이스가 이 책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이케아의 협조를 요청하였고 수락하는 듯 하였으나 얼마 뒤 마음을 바꾸어 어쩔 수 없이 그는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은밀히 이케아의 직원들 혹은 직원이었던 사람들과 비보도 목적으로 간신히 인터뷰를 하였다고 말한다. 이 비밀스럽고 신화적인 브랜드를 파내기 위해 3개월간 질리도록 미트볼을 먹었다던 지은이 앨런 루이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현재 국내 매장이 없는 이케아가 올해 상반기 광명시에 이케마 매장 유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의회가 지역 경제 활성화 자금 순환의 문제로 대형유통업체의 입점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케아 제품이라면 인터넷쇼핑몰에서 구매한 플라스틱 스툴의자 하나와 작은 액자가 전부인 필자로서는 동감할만한 내용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도전적이고 모범적인 그러나 비밀스러운 이 조직에 대해 파고들어보니 국내 매장의 유치 날짜가 기다려진다. 사실은 말로만 듣던 이케아 미트볼 맛이 더 궁금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글. 땡스북스 최보명

저자. 엘렌 루이스
영국의 프리랜서 작가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브랜드 전략(Brand Strategy)> 지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현재 영국 마케팅협회의 일간지 <싱크(think)>의 편집장으로 있으며 <파이낸셜타임즈>, <인디펜던트>, <가디언> 등 여러 신문잡지에 활발히 기고하고 있다. 이 책은 2005년 <런던 타임즈> 선정 ‘올해의 경제경영서 톱5’에 올랐고 미국, 중국, 스웨덴, 스페인, 터키, 일본 등지에서 출간되었다. 다른 저서로는 <시인 주식회사: 현대 비즈니스에서 셰익스피어의 역할>(공저), <이베이 현상: 수많은 낯선 이들끼리의 신뢰를 가르친 브랜드>등이 있다.

책 리뷰를 하기 전에 미리 얘기하자면 나는 타란티노의 팬이 아니다. 그가 만든 영화에 나오는 폭력 장면을 유머로 즐길 수 있는 감성이 내게는 없다. 하지만 그가 가져온 영화계의 변화와 존재감은 충분히 내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 책을 흥미롭게 읽도록 만들었다. 비디오 가게 점원이었던 청년 타란티노가 짧은 시간에 세계 영화계의 스타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자미 버나드의 이 책 <쿠엔틴 타란티노>는 ‘타란티노 신드롬’을 둘러싼 많은 것들을 다루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 그의 성장기를 읽다 보면 그의 열악한 가정환경과 정규교육도 받지 못하고 성장한 독특한 이력들이 나온다. 후에 성공하게 되면 모든 결핍들은 그 성공의 열쇠가 된다. 이 책도 일반적인 평전의 초반처럼 타란티노 어머니의 기억을 통해 그의 성장기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자미 버나드는 80여건의 인터뷰, 방대한 취재와 탐문을 통한 생생한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살려냈다. 타란티노의 영화를 거쳐간 배우, 그와 함께 한 동료 감독들의 생생한 육성 증언은 영화계에서 자신의 시나리오로 감독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한 인물이 겪는 좌절과 성공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영화학교에서 공부한 적도 영화 현장에서 근무한 적도 없는 타란티노가 비디오가게 점원으로 근무하며, 전세계 영화 수천평을 감상하며 성장해 세계 영화계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은 완벽한 자수성가 시나리오다. 이 책 서문에 써있듯 최저 임금을 받고 자신의 원대한 꿈과는 한 참 거리가 먼 직장에서 힘겹게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그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폭력성과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들 때문에 사람들은 타란티노가 지극히 충동적인 천재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 책을 통해 살펴본 타란티노는 충분히 이성적이고 열정에 가득한 사람이다.

“쿠엔틴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가 비위 거스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를 처음 만나면 그런 생각을 한다. (…) 나는 1년 반 전 토론토 영화제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던 쿠엔틴을 만난 이후로 단 한 번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도 다시 만났을 때 그가 처음 건넨 말은, 지난 만남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었다. 마치 어제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쿠엔틴이 영화에 푹 빠져 자신의 인생을 전혀 돌보지 않는다는 일부 주장과는 달리, 나는 그와 그의 영화세계가 떼려야 뗄 수 없이 깊이 연결된 공생 관계라고 생각한다. 만일 그가 속물이었다면 우리의 오래전 대화를 잊어버렸거나 부인했을 것이다. 또, 출세만을 꿈꾸는 기회주의자였다면 대화 내용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러나 쿠엔틴은 대화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했는지 다시 만나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또 그러기를 몹시 바라기도 했다.” – 18쪽

 
 

비디오 가게 점원에서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타란티노에게 덧씌워진 신화적인 측면은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차츰 사라진다. 어떤 한 개인의 성공을 둘러싼 여러 스토리들, 타고난 천재성도 있고 노력도 있고 행운도 있지만, 그의 성공은 꿈을 잃지 않고 어려운 길을 조금씩 개척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 와중에 일어나는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추한 갈등과 신경전, 무책임과 법적 분쟁, 카피와 짜깁기, 성공 후 어려운 시절을 잊는 속물근성 등 타란티노 본인보다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 초반부 성장기 이야기 이후부터는 그와 연관된 작품들을 하나의 장으로 다루고 있는데 영화를 볼 땐 몰랐던 숨겨진 뒷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상당히 흥미롭다.

“우마 서먼의 발은 미국 영화계에서 가장 예쁜 발로 통한다. “농담 작작하쇼. 그들이 그렇게 말합디까?”라고 그들이 한 말보다 영화계에 자신 이외의 또 다른 발 페티시스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놀란 쿠엔틴은 말한다. “그는 정말로 발 페티시스트이다”라고 쿠엔틴의 오랜 친구인 스티브 마르티네스가 말한다. (…) “나는 펄프픽션의 시나리오를 보고 몹시 놀랐다. 하지만 쿠엔틴이라는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 시나리오의 일부 장면은 해석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고 우마는 말한다. “나는 그 시나리오가 다소 무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무한한 정력과 당당함 그리고 열의에 압도당했고,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한 저녁식사는 마치 절친한 친구 사이의 저녁 식사 같았다. 그것은 정말로 유쾌한 경험이었다. 그는 나를 만나 자신이 드디어 미아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 우마는 그 역을 거절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상황을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면 세계 최고의 끈기를 자랑하는 쿠엔틴은 우마를 계속 설득했다. 그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런 대화 중 쿠엔틴은 자신이 그녀에게 유리한 일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고, 점차 우마의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우마의 승낙을 이끌어냈다.” – 323쪽

“기대하지 못했던 걸 기대하라!” 
남과 다른 인생을 개척해간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의 영화 뿐만 아니라 그의 삶에서도 사람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것들을 열정과 끈기로 만들어 냈다. 아직도 많은 에너지를 간직한 쿠엔틴 타란티노는 우리들에게 보여줄 것이 남아있다. 1995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 이후에 <킬빌> 시리즈가 나왔고 <장고>가 있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헐리우드라는 높은 담장을 넘어가 그 세계의 주인공이 된 한 사람의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다.

 
 

글.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

저자. 자미 버나드 Jami Bernard
<뉴욕포스트>영화평론가이자 전미비평가협회 회원이고 뉴욕영화비평가협회 회장이었다. <뉴욕포스트>의 영화 평론가 국장을 역임했고<미라벨라>, <워싱턴포스트>, <셀프> 등에 기고하며 CNN와 BBC의 객원평론가로도 활동한다. 1991년 영화비평 부문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저서로<First films-Illustrious, Obscure and Embarrassing Movie Debuts>, <Total Exposure>, <The X List-The National Society of Film critics’ Guide to the Movies That Turn us on>, <The 100 Greatest American Films-A Quiz Book> 등이 있다. 

역자. 김정혜
한양대학교 화학과 졸업. 미국 필라델피아커뮤니티칼리지에서 SLP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퀘스트>, <신뢰받는 상담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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