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된 디자이너들의 탈출기, <디자인캠프2018, 우정국 표류기>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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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국 표류기>.
처음 캠프의 주제를 보았을 때, 의아했다. 
‘우정국은 무엇이고 디자이너들이 왜 표류를 하지?’
태풍 솔릭이 서울에 상륙하던 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표류의 현장을 찾았다. 올해로 4회째 맞은 디자인학교의 디자인캠프는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4박 5일 동안 진행되었다. 상수역과 광흥창역 중간에 위치한 캠프 장소는 길을 잘못 들어섰나 싶을 정도로 의외의 곳에 있었다. 주택가들 사이에 덩그러니 위치한 건물의 외관은 오래된 동주민센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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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디자인캠프가 열린 ‘탈영역 우정국’은 실제로 창전동 우체국이었던 장소를 탈바꿈한 곳이었다. 우정국은 우체국의 옛말이며, 업무공간으로 쓰이던 1층과 관사로 쓰이던 2층이 모두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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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서자 6~7명 정도 모인 디자이너들이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면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번 캠프에서는 ‘우정국 표류기’라는 주제에 맞춰 ‘도시’, ‘우주,’ ‘사막’, ‘정글’, ‘바다’ 총 5개의 가상 표류지가 설정되어 있어, 캠프 기간 동안 각각의 표류지를 탈출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한 가지의 컨셉을 선택하여 멘토와 함께 작업하며, 표류된 것처럼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작업해야 했다. 제한 조건은 캠프의 마지막 날이 다가올수록 점점 완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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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국을 찾았을 때 모든 팀이 진지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중, ‘척박한 사막에서의 레터링’이라는 주제로 작업하는 사막팀의 멘토, 멘티와 대화를 나눴다.

 


 

INTERVIEW1. 멘토

구모아 디자이너 (안그라픽스 타이포그래피 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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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캠프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셨나요?
디자인학교의 김의래 선생님 수업을 학생으로 들었던 게 인연이 되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죠. 저는 폰트 디자인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디자인캠프에서 레터링 부분을 담당해 달라고 제안해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사막팀 프로젝트는 어떤 컨셉을 갖고 있나요?
이번 디자인캠프 전체 컨셉이 ‘표류’에요. 그중에서 사막이라는 공간 컨셉을 받았어요. 요즘 디자인 작업은 거의 컴퓨터로 바로 시작을 하잖아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컴퓨터 작업 전에 손으로 직접 글씨도 써보고 서법도 배우고, 영문 캘리그래피도 경험해보는 시간을 가져요. 지금의 글자들이 형태를 갖추게 된 원리를 먼저 짚는 거예요. 그다음 개인마다 컨셉을 정해서 한 장의 레터링으로 보여줄 수 있게 커리큘럼을 짰어요. 지금은 한창 컨셉 만드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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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티분들과 만나는 게 디자이너로서 작업하시는 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수업을 구상하면서 저도 많이 배우고 있고요. 멘티분들 만나서 새로움, 자유로움도 느끼고 에너지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폰트 디자인이라는 전문적인 분야만 하다가 원리를 다시 되짚어보니까 좋고요. 준비하면서 옛날에 했던 작업도 꺼내 보고 그랬어요.

멘토와의 상담시간 프로그램도 있던데, 어제도 상담하셨나요?
네. 두 분과 상담했어요. 아무래도 글자 디자이너를 보는 게 흔한 일이 아니라서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글꼴에 관심 있는 분도 오셨어요. 그분들이 자기 작업물을 보여주면서 의견도 묻고 앞으로 글꼴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데,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물어보시고 그랬어요.

레터링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레터링이 글자로 어떤 의도를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의도’를 가장 중요하게 얘기하고 있어요.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은지, 어떤 글귀, 어떤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지 아는 게 중요하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문구로 직접 표현할 수도 있지만, 글자 형태에 녹여내서 표현할 수 있게 방향을 잡았어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글꼴 디자인은 색깔을 너무 드러내지 않는 선에서 작업을 해야 하고, 레터링은 의도를 드러내는 게 훨씬 중요한 작업이죠.

 


 

INTERVIEW2. 멘티

박한솔 학생 (시각디자인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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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캠프는 어떻게 알고 참가하셨나요?
친구가 이번에 디자인캠프 포스터 워크숍에 참여해서 사막 포스터를 만들었어요. 그 덕에 캠프를알게 되었고 추천해줘서 참가하게 되었어요. 평소에 레터링하고 폰트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처음 참가하는 건데 재미있어요.

무엇이 가장 좋았나요?
아무래도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학생들도 있고, 회사에서 디자인하시는 분들도 있고, 디자인 분야도 다양하다 보니 모두 한자리에서 모여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팀으로 작업하는 게 도움이 되었나요?
도움이 돼요. 학교 다닐 때 보다 분위기가 벽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다른 팀 사람에게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요. 교류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폰트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 시작은 ‘바람체’를 보고 멋있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학원에서 폰트를 배우고 흥미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잘 맞아서 지금까지 해보고 있어요.

캠프 기간 동안 아쉬웠던 부분이 있나요?
한가지 수업만 듣는 게 조금 아쉬워요. 물론, 시간적인 제약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요. 레터링뿐만 아니라 포스터 만드는 작업까지 다 같이 해보고 싶은데 신청한 한 가지만 할 수 있어서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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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의가 넘치는 참가자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디자인캠프의 시작이 궁금해졌다. 마침 디자인학교의 이지원 교수를 만나 물어볼 수 있었다.

 

“우리가 일만 하다 보면, 일의 의미를 잃기가 쉬워요.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는 사람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거죠. 디자이너들끼리의 모임을 만들고 싶어서 캠프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두 가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첫째, 열망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둘째, 캠프를 오래 지속해 나가는 것. 이것이 지켜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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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것, 해결책을 찾고 새로운 자극을 받으려는 열정적인 동료를 만날 수 있는 것이 디자인학교 디자인캠프만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학교는 캠프에서 이뤄지는 강연자와 멘토를 섭외할 때 다른 무엇보다 교육자로서 가치 있는 생각과 판단을 갖춘 사람을 섭외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참다운 ‘교육’의 본질에 최선을 다하는 우직한 노력이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왔기 때문에 지금의 디자인캠프가 있는 것 아닐까? 따뜻한 디자이너 공동체를 지향하는 디자인학교의 디자인캠프가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FONTCLUB 에디터 최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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