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폰트페스티벌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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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폰트협회에서 주최하는 제3회 폰트페스티벌이 지난 9월 20일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열렸다. 행사는 총 세 시간 동안 3부에 걸쳐 대화, 발표, 좌담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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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한적한 골목에 있는 동양예술극장 2층에서는 행사가 시작되기 전 책, 에코백, 포스터 등 각종 후원 물품을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폰트 페스티벌은 누구나 참가비 없이 참여할 수 있었으며,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전체 참석자 수는 약 30여명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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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폰트협회 관계자는 “폰트 페스티벌은 매년 폰트를 사용하는 대중들과 접점을 만들기 위해 개최하고 있다. 논의되는 내용이 잘 정리되어 업계 사람들과 폰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공유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행사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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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폰트 제작 비용: 꿈같은 폰트 가격’이라는 주제로 폰트 사용자와 제작자의 입장을 각각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먼저, 폰트 제작사 입장은 산돌커뮤니케이션의 김병오 PD가 맡았다.

김 PD는 기업이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과 소비자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해 세부적으로 다뤘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실제로 디자이너가 한글 폰트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임금을 계산해본 것이었다. 보통 폰트 1종을 만드는데 한글 2,350자, 영문 94자, 특수문자 980자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총 기간은 6개월이 걸린다. 영업일 기준 120일로 하루 8시간 근무했다고 하면 960시간이 소요된다. 960시간에 2018년도 최저시급인 7,530원을 곱하면 7,228,800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6개월에 7백만 원이라는 현저히 낮은 임금이 나온다. 그런데, 중급기능사 시간 평균임금인 19,825원으로 계산해보면 19,032,000원이 책정된다. 과연 이 임금이 타당한 것인지, 가격은 어떻게 책정해야 할지 사용자와 제작자 입장을 모두 고려하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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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해외 시장은 철저하게 글립별로 개발 비용을 선정하고 있다고 한다. 즉, 몇 글자를 만드는지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영업일과 휴일을 정확하게 지키며, 개발 기간에 대한 산정기준도 지키고 있다. 그랬을 때, 디자이너의 삶의 질이 보장되고 더 질 좋은 디자인이 나오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여전히 폰트의 가격을 비싸다고 할 때, 김 PD는 폰트를 만드는 목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폰트를 판매에 목적을 두고 만들었다면, 소비시장에 나온 하나의 제품이기에 수많은 고민과 시장분석, 타겟분석을 통해 잘 팔릴 수 있는 부분을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폰트디자이너의 폰트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으려면 개인 디자이너는 시장에서 가치 있는 폰트가 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하며, 메이저 회사들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폰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동시에 디자이너의 처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6

사용자 입장으로는 취그라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최종원 대표가 의견을 전했다.

“보통 3명이 함께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폰트가 필요한 경우 3벌을 함께 사야 한다. 그런데, 필요한 서체는 하나임에도 수백 개를 함께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시안이 채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폰트에 대한 비용을 많이 쓰는 게 부담스럽다. 영문 폰트의 경우 필요한 서체만 구매할 수 있어 가격 면에서 부담이 덜하다. 예를 들어, 어떤 폰트의 볼드체만 살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한글 폰트는 그렇게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부분이 힘든 점이다.”

최 대표는 폰트가격이 무조건 낮아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폰트 디자이너들이 충분히 일한 만큼 돈을 잘 벌고 좋은 삶을 살 수 있어야 더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일반 대중들에게 폰트 정품을 써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스탠다드, 프로버전이 있어 가격에 차등을 주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게 되면, 사용자가 직접 써볼수록 점점 더 큰 가치를 원하게 되어 폰트 시장이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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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PDF 문서에 사용된 폰트의 저작권의 오해와 현실’이라는 주제로 전(前)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연구소 소장이었던 김현숙 법학 박사의 발표가 이어졌다.

최근 들어 PDF파일에 사용된 폰트 저작권 분쟁에 대한 이슈가 논란이 많았다. 우선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판례가 없다. 그래서 더 어렵고 예민한 문제이지만 그는 차근차근 요점을 짚어 나갔다.

‘저작권’이란 타인에게 복제, 공연, 전시, 방송, 전송 등의 행위를 허락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현행법상 서체 도안은 디자인권으로는 보호받지만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서체 파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 따라서 폰트는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로만 보호가 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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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F 논쟁을 살펴보면, PDF 유형중 폰트파일을 내장하는 임베디드형 pdf파일의경우 문제가 생기고 있다. 문서를 열면 일시적으로 폰트가 포함된 문서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러한 pdf 파일을 인터넷에 게시했을 때 과연 폰트 저작권은 침해된 것일까?

결론적으로, 인터넷에 PDF파일을 게시했다는 것만으로 저작권 위반으로 처벌할 방법은 아직 없다고 한다. 하지만, 판결의 선례가 없으므로 확실한 답을 내릴 수는 없으며 만약 권리자가 임베디드형 PDF를 인터넷에 게시하면 안 된다고 약관에 명시했다면, 저작권 침해는 아니어도 계약을 위반한 경우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미지형 PDF로 업로드 하는 것인데, 이는 스캔한 문서처럼 도안은 살아있지만, 이미지라서 폰트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은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PDF 문서의 호환성과 사용 환경을 고려했을 때 과연 효율적인 방법일까 싶다.

김 박사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법원의 판결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용자와 권리자가 실제로 판결을 거쳐 선례를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단지 PDF에 사용된 폰트라는 이유만으로 저작권 침해를 다루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의견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실제 디자이너들이 관심을 두고 사용자와 권리자가 같이 고민해야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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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말미에서는 ‘폰트협회 규격 한글 코드와 폰트 제작 가이드 발표’라는 주제로 이용제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에서는 한글 폰트를 제작하는데 사용하는 규격을 새롭게 정비하고자 해당 작업을 시작했으며, 어도비의 규격과 차이가 난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한, 최종적으로는 입력기를 만들어 폰트 제작자들의 사용환경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계획을 전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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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는 ‘2017년 한글 폰트 사용 빈도 조사’라는 주제로 좌담이 이어졌다. 타입 디자이너 이호, 박지훈 디자인의 대표 박지훈, 현대백화점 아트디렉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박이랑, 오늘의풍경 스튜디오 디자이너인 신인아가 좌담에 참여했다.

폰트 디자이너가 아닌 디자이너들이 어떤 폰트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연령층과 디자인 분야를 다양하게 고려하여 30명의 사용자를 조사했고, 2017년 가장 많이 사용한 폰트가 무엇인지 물었고 그 결과를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첫째, 응답자 중 가장 많이 사용한 폰트는 SM세명조와 같은 SM계열의 폰트였고 주로 출판사에서 많이 사용했다.

둘째, 무료 폰트의 사용빈도도 높았다. 법률적인 문제가 무서워 클라이언트가 처음부터 무료서체로 사용해달라는 요구도 많다고 했다.

셋째, 독립 활자 디자이너의 활약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연령층은 독립 디자이너의 폰트도 즐겨쓰고 있다. 디자이너의 개성이 잘 담겨있으면서도 조판했을 때, 문제없이 잘 읽힐만큼 개인 디자이너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넷째, 폰트 클라우드 서비스가 많아졌고 사용자 입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불편함 없이 여러 가지 서체를 골라 쓸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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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랑 디자이너는 “우리가 노토산스를 많이 사용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폰트일까? 계속 쓰고 있지만 SM명조만 꼭 써야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면서 습관적으로 폰트를 사용하기보다 의식적으로 새로운 폰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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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는 참석자들에게 한가지 방향으로만 이야기하지 않고,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사소한 질문이라도 좌담의 강연자들이 고민하여 진정성 있게 답해주었다. 하지만,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행사가 길어지자 3부 중간부터는 자리를 점점 비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한, 30명이라는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를 일반화시키기에는 적은 수가 아니었을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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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에 대한 최신 이슈를 살펴보고,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은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폰트협회 관계자들도 밝혔듯이 사전 홍보가 미흡해 참석자가 많지 않았다. 일반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폰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폰트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 내년부터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이 더해진다면 더 좋은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FONTCLUB 에디터 최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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