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칸체프, 숨은 장인의 발견과 재조명

 

진행 및 사진 촬영. 윤유성 기자 outroom@fontclub.co.kr 

자료 협조. 정소미 큐레이터(somijung@googlemail.com) / 한국국제교류재단문화센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소개된 <스테판 칸체프 그래픽디자인전>은 디자인 대학 에프하 뒤셀도르프(www.design.fh-duesseldorf.de)의 연구기관인 라보어비쥬엘(www.laborvisuell.de)의 프로젝트 <스테판 칸체프의 발견과 재조명>을 하나의 전시로 재구성한 것이다. 스테판 칸체프의 디자인을 소개하는 전시인 ‘로고 룸(Logo Room)’은 디자인 역사의 한 인물을 전기적으로 재조명하고 그의 작업을 재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2009년부터 독일, 폴란드, 불가리아 등지에서 선보인 바 있다.

 

‘로고 룸’에는 오로지 수작업으로 일관한 그래픽 디자이너의 장인적 숨결이 남아 있는 수작업 원본을 전시하고 그의 작업을 일대일로 제시하는 일방적인 전달을 떠나 고유한 시각으로 재분석한 결과물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과물들은 설치, 영상, 인쇄물 등 다차원적 매체로 이루어지고 로고의 실용적 측면을 떠나 스테판 칸체프의 로고가 지니고 있는 조형적 특징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체험하도록 했다.

로고 룸 전시 포스터

로고 룸 전시장 전경

스테판 칸체프 온라인 아카이브(www.stefankanchev.eu)
연구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스테판 칸체프의 작업들을 아카이빙 하는 것이었다. 체계화 목록화된 디자이너의 작업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온라인 아카이브로 구축되었다. 이 아카이브는 연구결과를 대중과 공유함과 동시에 한 디자이너의 고유한 창작물을 알리고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책으로 출간된 스테판 칸체프 연구 결과. 연구 결과를 집약한 이 책은 아카이빙에 적용한 체계를 반영하여 스테판 칸체프의 작업 과정과 그 결과물을 기록했다. 영어, 독어, 불가리아어로 출판되었다.

디자인 역사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기록하고 오늘날 디자인 교육에 지표가 되는 가치를 이끌어 내고자 한 스테판 칸체프 연구는 라보어비쥬엘의 2006년 헬무트 슈미트 회고전 후속 연구과제로 막달리나 스텐체바의 지도로 이루어졌다. 연구는 스테판 칸체프의 방대한 작업을 수집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의 작업들을 조형적 기준에 따라 체계화 목록화하는 아카이빙으로 이어졌다. 연구 결과는 2009년부터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으며 2011년에는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스테판 칸체프(Стефан Кънчев, 1915-2001)는 194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유럽에서 활동한 불가리아 출신의 디자이너로 포스트모던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실용미술을 이끌었던 인물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포스터, 우표 그리고 텔레비전 영상 등 다양한 시각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했다. 특히 로고 디자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약 2,500개에 이르는 로고를 디자인하여 ‘로고 디자이너’라 불리기도 한다.

 

그가 남긴 작업은 양적으로 방대할 뿐 아니라 그 뛰어난 조형성과 완성도로 칸체프의 천재적인 재능과 성실함을 가늠할 수 있다. 그는 그래픽 디자인이 꽃피우던 시절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디자이너들 중 하나였지만, 디자인 역사에서 그의 이름은 낯선 게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창조물 뒤에 가려져 있던 디자이너였고 이름보다는 그가 만든 작품들로 기억하는 이들이 더욱 많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음악 공연장 로고(왼쪽)와 스테판 칸체프가 서명 용도로 사용했던 심볼(오른쪽).

눈을 상징하는 동시에 스테판 칸체프의 머리글자인 키릴문자 C와 K를 형상화 했다.

필름 스튜디오 로고. 원은 개방된 부채꼴로 말미암아 원심을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운동성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영화라는 매체의 시간성이라는 개념을 형상화한 것이며 또한 눈동자의 형태를 하고 있어 시각매체라는 것을 연상하게 한다. 스테판 칸체프는 두 개 원에 스튜디오 이름의 머리글자 CC를 대입했으며 흰색의 음각 부분은 영사되는 빛을 상징하기도 한다.

철강회사 로고. 양각과 음각의 두 개 원만으로 파이프를 입체적으로 시각화 했으며, 양가부분의 미세한 개방으로 철강회사 이름의 첫 글자인 C를 표현하고 있다.

인형극장 로고. 산악 지역에 위치한 한 도시의 인형극장의 로고. 이 지연은 유난히 소나무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형태적 유희는 가장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에서 시작함을 보여준다.

스테판 칸체프의 다양한 로고 디자인 결과물들

로고 디자인 외에 그의 작업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우표 디자인이다. 1946년에 스테판 칸체프는 우표를 디자인하는 첫 위탁을 받았다. 그리고 우표 디자인은 그의 활동기간 내내 지속되었다. 그는 “우표는 어떤 것을 이야기 하기보다는 무엇인가를 의미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스테판 칸체프는 대상의 정체성과 특성을 오직 형태로 전달하기 위하여 탐구하고 실험한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그가 디자인한 로고들은 하나의 형태가 생성하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볼 수 있도록 해주며 점, 선, 면, 음각과 양각, 도형 같은 지극히 기본적인 조형의 원리에서 탄생한 ‘형태’가 다양한 의미전달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즉, 형태를 그 자체로 인식하게 하는 일차적 시각전달을 떠나 그 형태로부터 내용을 연상하게 하는 지각적 작용을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평생 컴퓨터 도움 없이 작업한 것으로 유명한데, 하나하나의 로고는 오랜 시간을 거쳐 그의 손에서 탄생한 형태에 대한 탐구이며 그 완벽한 조형성은 스테판 칸체프가 지녔던 장인적 태도를 대변하고 있다.

 
 

“I am not much of a speaker.
  I am a graphic artist. Whatever I have in mind,
  I draw it.”

 
 

스테판 칸체프는 그래픽 디자인 단체인 미국의 AIGA와 영국의 ICTA 회원이었고, 1994년에 일본의 디자인 잡지 <이데아>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오틀 아이셔, 안톤 스탄코브스키 그리고 폴 랜드 등과 함께 중요한 심볼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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