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 폰트 디자이너_나딘 차하인
진행. 캐서린 딕슨(Catherine Dixon)
번역. 이지혜 (betweenmore@naver.com)
감수. 박수현 폰트디자이너
“From the Inside, From the Heart”
나딘 차하인(Nadine Chahine)은 아랍어 폰트(Arabic fonts)를 전문으로 디자인하는 서체 디자이너이다. 서체 디자인으로 상을 받기도 한 그는 2005년부터 라이노타입(Linotype)에서 디자인 업무와 판매 마케팅 업무를 병행해 오고 있다. 라이노타입의 아랍어 서체 디자인 프로그램이 탄력을 받게 되면서 그녀는 폰트 개발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레바논 태생의 나딘 차하인은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American University of Beirut)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서체 디자인 분야에서의 경력을 쌓았으며, 일찍부터 아랍어 폰트 디자인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되어 레딩 대학(University of Reading)의 서체 디자인 석사과정에서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일상적인 업무 속에서 목표를 세워두고 디자인에 대한 시야의 확장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이 목표를 위해 그는 네덜란드의 레이던 대학교(Leiden University)에서 박사과정을 수학하면서 아랍어 문자의 가독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Catherine Dixon (이하 CD):
먼저 고백할게요. 저는 아랍어 글자 형태는 물론 서체로 표현된 형태에 대해서도 제한된 지식 밖에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이해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잠재적인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필기 문자(서예체)의 범위가 있는 것 같은데요. 아랍어 서체 디자이너로서 작업하고 있는 필기 문자의 범위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를 말해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중에서 특별하게 끌리는 필기 문자가 있다면 무엇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Nadine Chahine (이하 NC):
아랍어 캘리그라피 스타일은 각진 스타일과 둥근 스타일,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됩니다. 필기도구나 의도하는 기능 같은 것들과 관련이 있는데요. 이렇게 나뉘어진 이유는 복잡하죠. 각진 스타일(The squarish styles)은 보통’쿠피(Kufi)’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용어는 아니에요. 둥근 스타일을 일컫는 말은 많이 있지만, 보통 참고 문헌에서’나스크(Naskh)’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해요. 각진 스타일은 그 이름이 암시하듯이 굉장히 딱딱하게 각 져 있죠. 명확한 수직선과 수평선을 갖고 있고, 전반적인 외관이 기하학적이며 베이스라인에 많이 붙어있어요. 이 스타일의 서체는 원래 초기 필사본의 본문에 사용되었지만, 기념비에 제목용으로 크게 쓰이는데 적합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둥근 스타일(The rounded styles)은 구조적으로는 유기적이고, 형태적으로는 복잡하며, 운동감이 느껴지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스타일이 마치 베이스라인을 따라 우아하게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느끼죠. 이 스타일은’Thuluth’*처럼 큰 사이즈로도 개발되었고, Naskh처럼 본문용 사이즈로도 개발되었어요. Naskh는 8세기가 넘도록 필사본에서 ‘사실상’ 본문용 서체로 사용되었죠.
매우 폭넓은 범위에서 말하자면, 오늘날 아랍어 서체는 Naskh와 Kufi 이 두 가지 스타일에 기초한다고 보면 됩니다. 캘리그라피 형태에서 타이포그래피 형태로 이행하면서 Naskh 서체는 캘리그라피 전통에서 찾을 수 있는 유연함과 우아함을 잃어버리는 슬픈 상황에 처하기도 했죠.
* Thuluth: 아랍어 서예체 중 하나로 사우디 국기의 초록 바탕에 사용되기도 했다.
전통적인 Naskh(둥근 스타일)로 작성된 코란(Quran) 필사본의 상세 페이지
제가 처음 아랍어 글자 형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에서 아랍어 타이포그래피 강좌를 들으면서부터였어요. 그 때 저는 캘리그라피 거장이자 예술 비평가인 사미르 세이예그(Samir Sayegh)로부터 수학했죠. 그의 작품은 대부분 Kufi 스타일로 만들어졌어요. 오스만 제국 시대 이후에 거의 발전이 없었던 아랍어 캘리그라피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분입니다.
모더니티를 향한 추진력과 영감을 주는 그의 재능은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사로잡았어요. 이와 같은 수업 과정은 당시 다른 대학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불이 번뜩이는 것과 같은 그의 비전을 볼 수 있었죠. 그는 오늘날 아랍어 서체 디자인 분야에서 흥미로운 발전을 이끌어낸 인물 중 한 사람입니다.
CD:
아랍 문자와 특정 종류의 텍스트 사이에서 보이는 연관성은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라틴 활자 인쇄의 초기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특정 필기체가 존재하고 그것이 활자로 만들어졌을 때 특정 맥락과 강력하게 연관되죠. 즉, 특정 언어와 글자 형태 사이의 연관성은 강력합니다. 라틴 문자에서 이런 초기의 연관성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는데요. 아랍어 서체 디자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여전히 실용화 초기 단계입니다. 아랍어 필기체를 타이포그래피적으로 해석하는 데 있어서 미래에 어떤 기회가 있을까요?
NC:
아랍어 캘리그래피의 다양한 스타일은 개발 대상이나 유래한 지역 때문에 구체적인 암시를 내포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Diwani’는 오스만 제국 초기에 특권층을 대상으로 공식적인 발표와 황실의 칙령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되었고,’Maghribi’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지방에서 개발되어 문자 그대로 모로코어로 번역됩니다.
오늘날 아랍어 타이포그래피 분야에서 보여주는 주된 차별점은 헤드라인과 본문 사이의 기능적인 가능성입니다. 각진 Kufi는 헤드라인에 적합하고, 둥근 Naskh는 본문에 적합하죠. 이 두 극단 사이에는 아주 폭넓은 디자인의 가능성이 있고, 저는 디자인할 때 이 부분에 대부분의 시간과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헤드라인과 본문 각각에는 다른 쪽을 더 좋게 하고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특질들이 있어요. 만약 Kufi의 안정성과 규칙의 일부를 Naskh에 적용하면, Naskh 서체는 헤드라인에서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Naskh의 유동성과 부드러움을 일부 Kufi에 적용하면, Kufi 서체가 본래의 안정성과 견고함을 유지하면서 짧은 본문에서 잘 기능할 수 있는 것이죠.
서로 다른 캘리그라피 스타일 예시
Afandem: 전형적인 Naskh 캘리그라피에서 영향을 받은 역동적인 서체
Universe Next Arabic: Kufi 구조에 기반을 둔 현대적인 아랍어 서체 디자인을 구현했다.
혼합형 디자인 예시. Frutiger Arabic과 Neue Helvetica Arabic
이렇게 작업하는 동안에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원래의 캘리그라피 형태로 돌아가서 그 형태가 완성된 방식을 이해하고, 그 특징을 최상으로 해석해내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CD:
아랍어와 라틴 문자의 동반 서체 관계는 명백하게 당신이 디자인한 많은 서체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자를 동시에 다루며 디자인할 때 고려하는 전략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NC:
서로 다른 문자를 함께 디자인할 때 첫 번째 고려하는 사항은 각 문자가 본래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시각적 미와 구조를 최대한 살리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넘어서지 말아야 할 한계선 같은 것이죠. 그 다음 고려사항은 어떻게 두 활자체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 둘이 같은 속도로 걷고 있는지, 둘이 같은 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둘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둘이 정말로 한 가족의 일부인지. 이러한 사항들을 다루는 건 라틴 문자와 아랍어를 동시에 작업할 때 더 수월합니다. 이것이 바로 Koufiya가 서로 어울리는 동반 서체가 된 방법입니다.
저는 라틴 문자와 아랍어를 교차하며 변화를 만들어냈고, 두 문자가 한쪽에 맞춰 변형되지 않으면서 둘이 함께 목소리를 잘 내는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했습니다. 동반 서체를 디자인할 때는 각 문자가 서로 다른 에너지(dynamics)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리고 이러한 각 문자의 고유성은 반드시 존중되어 디자인에서 잘 설명되어야 합니다. 이중언어로 디자인할 때 보통 아랍어가 라틴 문자에 비해 약해 보이거나 덜 정제되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Koufiya를 디자인할 때 두 문자가 동등한 시각적 상태를 가질 수 있도록 애썼죠.
서로 다른 캘리그라피 스타일의 예시.
Universe Next Arabic: Kufi 구조에 기반을 둔 현대적인 아랍어 서체 디자인
저의 그 다음 프로젝트였던 ‘Frutiger Arabic’에서는, 라틴 문자의 디자인이 이미 상당히 잘 짜여 있었습니다. 글자 크기, 웨이트, 대비, 선 처리, 최종마무리, 전반적인 디자인의 표현 그리고 분위기까지 이미 거의 결정되어 있었죠. 이미 잘 결정된 디자인 내용들을 효과적으로 다뤄서 아랍어에 최적으로 적용하는 일만 남아있었어요. Frutiger Arabic과 제 모든 산세리프 동반 서체 디자인에는 딜레마가 있었는데, 그건 본문지향적인 Naskh 모델과 덜 본문 지향적인 Kufi 모델 두 가지 사이에서의 선택과 구조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제 해결책은 Kufi에 근거한 구조에 Naskh의 필기체적인 특성을 가미한 혼합 접근법이었습니다. 이 접근 덕분에 서체가 헤드라인과 짧은 본문 양쪽에서 동시에 잘 작동하는 것이 가능했죠. 누군가는 Frutiger가 짧은 본문보다 더 긴 본문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부분에서 저는 애초에 Frutiger가 공항의 사인 시스템(sign system)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했습니다.
Frutiger Arabic
서로 다른 문자를 함께 디자인할 때 저는 근본적인 질문을 합니다. “시각적 스타일이 매치되도록 디자인해야 할까, 아니면 의도된 기능에 적합하도록 디자인해야 할까?” 다행히 Frutiger Arabic을 작업할 때 저는 한쪽을 선택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서체가 시각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모두 어울렸기 때문이죠. 하지만 Palatino Arabic 프로젝트에서 위 질문에 대한 결정이 중요했어요. 그때 저는 기능적인 측면에 맞추기로 결정했었죠. 아랍어 동반 서체는 본문 서체로 잘 기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두 동반 서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리듬의 세부나 선 처리, 전반적인 텍스처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그러나 두 서체는 유사한 시각적 사이즈와 웨이트, 대비감, 헤만 사프(Hermann Zapf)의 터치를 공유하고 있죠.
Palatino Arabic
CD:
디자인적 접근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기능에 대한 강조는 당신이 강력하게 방어해왔던 부분입니다. 여기서 저는 ‘Neue Helvetica Arabic’을 둘러싼 엇갈리는 비평적 반응에 대한 대답이 생각납니다. “다언어 서체 디자인의 핵심은 유사한 커브를 만들어 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체가 얼마나 유사하게 기능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얘기했었죠. 그러나 만약 새로운 아랍어 서체를 창조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말로 ‘기능’이라면, 존 허드슨(John Hudson)이 말한 ‘다언어 디자인에서 상대편 언어의 표현양식을 담아내는 것’에 대해 왜 걱정하는 걸까요? (2009년 12월 4일 ‘서체에 대한 바람’ 포스팅에 대한 2009년 12월 6일 John Hudson의 코멘트에서 인용) 냉소적인 사람들은 이를 두고 서체 디자인에서 이미 유명한 작업들을 이용함으로써 ─그 중에서도 헬베티카가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데 ─ 만들어 낼 수 있는, 맞춰서 만들어 파는 기회들이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왜 서체 디자인에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라틴 문자 서체 디자인의 표현양식에 제한하고 있는 건가요?
Neue Helvetica Arabic
NC:
이 질문의 첫 번째 부분은 사람들이 어떻게 두 서체를 어울리도록 하는지 질문할 때 가끔 제기되는데요. 사람들은 한 서체의 부분을 다른 서체에 적용하는 것, 말하자면 하나의 커브를 가져다가 단순히 다른 글자 형태에 사용하는 것을 기대하곤 하죠. 이것은 어쩌면 같은 문자 시스템에서는 통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문자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아랍어와 라틴 문자는 서로 다른데 특히 그 구조와 펜 끝이 잘려나간 각도와 글자가 모여 단어를 형성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커브 형태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커브가 그려진 숨은 원리를 적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커브가 열렸는지 닫혔는지, 유기적인지 기하학적인지 혹은 대비가 어느 정도인지 등과 같은 원리들 말입니다. 이런 이유로 선의 특징이 의도된 기능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아웃라인 형태보다 커브의 의도된 기능을 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미 존재하는 라틴 문자 서체의 아랍어 동반 서체를 디자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네 가지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기존 라틴 문자 서체에 대응하는 그리스어, 키릴 문자, 아랍어, 태국어, 데바나가리 문자 그리고 CJK(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등과 같은 다양한 다른 문자의 서체 디자인 확장판에 대해 거대한 시장 수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국제화된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해외의 다양한 지역에서도 같은 목소리로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자 하는 본성 때문입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며, 디자이너로서 타당한 시도입니다. 이것은 꽤 도전적인 과업이어서 쉽게 가려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둘째로, 하나의 서체를 다른 문자로 확장할 때 우리는 원래 아이디어를 차용합니다. 서체는 마치 사람과 같아서, 신체와 영혼을 가지고 있죠. 모든 서체는 ‘아이디어’와 그것의 ‘시각적 이행’이라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지금까지 아무런 상응이 없었던 문자로 그 컨셉트와 아이디어를 가져올 수 있을 때 대단한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립성과 권위 등을 상징하는 Neue Helvetica를 볼 때, 그것을 아랍어로 가져오는 시도를 참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곧 성장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서체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 번째로, 디자인 컨셉을 다른 문자로 확장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바람입니다. 새로운 세대의 서체 디자이너에게 특히 그렇습니다. 레딩 대학의 서체 디자인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현재 비 라틴 문자의 서체를 디자인하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로, 오늘날 중동 지방의 커뮤니케이션 본질이 다언어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서체를 어울리게 맞추든 맞추지 않든, 로마자와 아랍어는 어떤 경우에나 바로 옆에서 함께 쓰이게 될 것입니다.
짧게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동반 서체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랍어 서체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랍어 그 자체를 탐구해본다면 또 다른 가능성의 길이 많이 있을 거에요. 저는 독립적인 아랍어 서체를 디자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동반 서체를 디자인하는 것 보다 자유롭고, 큰 성취감을 주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방법 중에 단 하나만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CD:
Neue Helvetica Arabic 다음에 출시한 ‘Univers Next Arabic’에 대해 이렇게 말하셨어요. “Univers Next Arabic은 제가 디자인하고 싶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예전에 작업했던 서체들을 다시 디자인하고 싶어졌죠. 하지만 그건 반칙이겠죠, 아닌가요?”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을 텐데요. 당신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만약 지금이라면 무엇을 다르게 하고 싶나요?
NC:
이 질문에는 두 가지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Univers Next Arabic은 Kufi에 조금 더 가깝고, 제 마음과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서체의 아웃라인 형태는 어떤 면에서는 제가 그 이전에 성취해본 적이 없었던 특정한 힘과 긴장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전 서체들을 다시 그려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서체 디자인은 검은색과 흰색의 관계가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서로 연관된 복잡한 강약이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밝혀지는 수 많은 측면들이 숨어있죠. 예를 들어, 아랍어 글자의 자간은 제가 작업을 진행하면서 많이 배웠던 영역인데요. 아랍어는 진짜 글자와 상상의 글자를 동시에 스페이싱(spacing)하도록 부분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글자들 사이의 간격은 검은색이면서 동시에 흰색이에요. 아랍어 서체를 디자인 하려면 이 복잡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반드시 익혀야 합니다.
제가 배운 가장 가치 있는 교훈은 제 자신에게 서체가 필요로 하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작업을 다시 검토하기 위해 프로젝트로부터 한동안 떨어져 있다가 나중에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라틴 문자와 아랍어의 관계에 대해 여러 답변을 고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저는 무척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05년에 ‘Palatino Arabic’ 작업을 시작한 이후로 Naskh에 대한 호감이 높아졌어요. 이전의 저는 보다 자유도가 높은 Kufi 스타일에 더 매력을 느꼈고, Naskh가 유연하지 못하고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스타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는 잘못된 의견이었고, 저의 이러한 관점은 잘못 디자인된 Naskh 서체들이 여기저기 넘치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Palatino Sans Arabic은 Naskh 서체에 남아있던 저의 작은 의심도 완벽하게 사라지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레바논 신문 <An-Nahar>를 위한 작업은 현대적인 Naskh 서체가 가진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탐험하도록 저에게 영감을 주었죠. 제가 이제까지 디자인해서 출시한 18개의 서체 패밀리 중에서 다섯 개만이 순수한 Naskh 스타일입니다. 저는 아직 실험해볼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레바논 신문 를 위한 서체 개발 작업의 인쇄 결과물
CD:
당신은 비 라틴 문자 서체 디자인에 있어 위대한 업적을 쌓아온 라이노타입에서 일할 기회를 가진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라이노타입은 서체 디자인의 위대한 두 거장 아드리안 프루티거(Adrian Frutiger)와 헤만 사프(Hermann Zapf)와 함께 협업할 기회를 당신에게 제공했습니다. 이 두 전설과의 작업을 비교해볼 수 있을까요?
NC:
아드리안 프루티거와의 작업은 단순한 승인이었어요. 그는 Frutiger Arabic을 좋아했고, 서체를 시행하는데 어떤 수정도 제기하지 않았죠. 그는 ‘이 작업은 천재의 손길이 닿았다’고 생각했고, 그 말이야 말로 제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습니다. 저는 그 때 두바이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바로 옆에서 일해볼 기회를 갖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헤만 사프와의 작업은 보다 개인적이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그가 했던 여행과 아랍어를 배운 방법을 얘기해주었죠. 우리는 아웃라인을 함께 드로잉하고 수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경험은 마치 그의 눈을 제게 빌려주는 것과 같았죠. 글자 형태와 디테일을 보는 방법을 관찰함으로써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Frutiger Arabic 작업 과정을 검토하고 있는 아드리안 프루티거
CD:
저는 당신이 헤만 사프와의 협업에 대해 “헤만 사프 와 나란히 앉아 며칠간 Palatino Arabic 작업한 것은 캘리그라퍼가 아닌 내게 캘리그라피 형태를 그린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관련 글 링크) 저는 당신이 khatt의 관습이 숭배되는 문화에서 자란 아랍문화권 배경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놀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프와의 경험에서 어떤 부분이 당신에게 격식을 차린 글씨와 그린 서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경험하게 해주었는지 궁금합니다.
NC:
고백 한가지를 해야겠습니다. 제 손 글씨는 별로 대단하지 않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드로잉이나 레터링에 꽤 서툴거든요. 그래서 아랍식 캘리그라피가 중동 지방의 예술로 존경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각 형태가 어떻게 보여야 훌륭한지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단계까지 훈련하지는 못했습니다. 헤만 사프와의 협업을 통해 비로소 저는 우아한 캘리그라피 곡선을 창조할 수 있었죠. 어려운 글자에 직면하게 되면 그는 종이에 연필로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폰트랩에서 포인트를 어떻게 배치하는지 알기 위해 빨간 점으로 그 극점들을 표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스스로 그 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죠. 그렇게 작업을 계속 진행하며 그와 함께 가끔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때 변형한 선의 두 가장자리 관계를 정의하고 재현하는 방법을 철저하게 검토했죠.
헤만 사프와 Palatino Arabic을 작업 중인 나딘 차하인
CD:
개인과 기업 사이의 이익 충돌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라이노타입의 새로운 아랍어 서체를 판매하기 위한 경쟁력 있는 가격 전략은 아마도 디자인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창의적인 소규모 디자인 에이전시들에게는 분명히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높을 것입니다. 잠재적인 아랍어 타이포그래피의 수준 향상을 위한 고품질 서체로 접근을 촉진하려는 노력과 강경한 사업적 판매 전략 사이의 긴장감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NC:
이따금 가격이 너무 높다는 피드백을 받지만 여전히 좋은 타이포그래피에 투자하고자 하는 현지 디자이너로부터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실 상황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아요. 독일에서의 생산 비용은 높고 경제적인 현실은 이 비용이 사용자들에게 전가되어 잠재적인 시장이 작을수록 비용은 더 높아지죠. 서체 불법 복제는 중동 지역에 만연해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폰트 비용에 포함되고요. 폰트를 대하는 사용자들의 첫 인식은 애플이 맥을 통해 서체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문제는 실제적인 비용이 아니에요. 그들에게 라이선스의 필요성을 확신시키는 것이죠.
우리는 비정기적으로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영리 단체를 위한 후원과 교육할인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한 다음 세대의 디자인 개발에 가능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충고를 해주거나 신문이나 논문을 위해 인터뷰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CD:
항상 아랍어 서체 디자인의 미래와 희망에 대해 위대한 열정을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지금 현재 이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중에 가장 흥미로운 이슈는 무엇입니까? 최근 생긴 신흥 서체회사가 있나요? 혹은 눈 여겨 볼만한 디자이너가 있나요?
NC:
오늘날 아랍어 서체 디자인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이제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는 점이에요. 이 분위기를 흥미로운 지점으로 끌고 갈 디자이너들은 주변에 충분히 많습니다. 개인 디자이너 혹은 서체회사의 일이 아니라, 국제적인 디자인 커뮤니티에서 아랍어로 디자인하는 작업이 흥미롭고 서체회사의 국제적인 포트폴리오에 필요하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수요와 공급의 문제입니다. 아무도 관심 없어 하는 일이어도 그 일을 훌륭히 해내는 디자이너를 확보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아요. 아랍어 서체를 더 많이 요구하는 고객이 있어야 하고, 또 그것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영감을 받는 디자인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CD:
죄송하지만 마지막으로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아랍 세계가 라틴 알파벳에게 선물한 숫자 말입니다. 숫자 디자인 작업을 싫어하나요?
NC:
네, 맞습니다. 이건 비밀이 아니에요. 전 숫자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순수한 Naskh 디자인이라면 견딜만하지만, Kufi 스타일은 정말이지 고문입니다. 중동 지역에서 흔히 사용하는 힌디어(Hindi) 숫자의 형태는 Kufi 스타일로 잘 변형되지 않거든요. 도표에 사용되면 상황은 더 나빠지죠. 글자 사이에 빈 공간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저는 현실을 알려면 이런 점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문제가 없다면, 서체 디자인이 지나치게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아랍어 서체 조판의 가독성에 대한 나딘 차하인 박사과정 연구로 개발한 역동적인 서체 시스템
위 이미지는 같은 단어의 글자가 다른 방식으로 조합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아웃라인 형태는 Simplified Arabic 서체로 라틴 문자와 같은 순열 서체이지만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놓이는 것이 다르다. 이 글자의 형태는 앞이나 뒤에 조합되는 글자에 따른 변화가 없다.
보라색 형태는 새로운 Dynamic Arabic 서체이다. 이 시도는 손으로 그린 아랍어 캘리그라피의 몇 가지 특징을 응용한 것이다. 이 글자의 형태는 앞뒤에 조합되는 글자의 영향을 받는다. 디자인이 더 우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결과는 더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