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적시는 디자인 감성, 캘리그라퍼(Calligrapher).2

 


아날로그 감성의 매개체, 캘리그래피. 1부에서 만난 세 명의 작가를 통해 캘리그래피의 예술성과 디자인적 발전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번 2부에서는 두 명의 작가 이야기를 더 들어본다. KBS 방송타이틀로 잘 알려진 KBS아트비전 그래픽 디자이너 김성태, 북디자이너이자 캘리그래퍼인 이산캘리그래피 대표 이산 작가이다. 

취재. 길영화 기자 (barry@fontclub.co.kr)



Q1. 캘리그리피 전문가로써 자신의 첫 작품이 궁금합니다.

저는 캘리그래퍼이기 전에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서 서예가란 표현에 더 익숙한 작가입니다. KBS에 입사하고 방송타이틀을 쓰면서 캘리그래퍼란 칭호가 붙기 시작한 것 같아요. KBS 입사 후 첫 방송타이틀을 만든 것이 “TV소설 찔레꽃”입니다. 70~80년대의 암울했던 시절을 그린 드라마인데, 우리 어머니 세대의 역경과 어려운 환경 등을 작품에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캘리그래피 작업으로는 이 작품이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Q2.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자신의 대표작 3점을 뽑는다면?

3점만 꼽기에는 조금 아쉽지만, 굳이 뽑아보자면 예전에 아침 프로로 방송된 “생방송 세상의 아침”과 최근의 “영상앨범 산” 타이틀 작업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으로 작년에 작업했던 2010상해엑스포 한국관 안에 모니터 198대로 만들어진 멀티미디어타워 캘리그래피 작업입니다. 이 작품은 뛰어났다기 보다는 제가 심혈을 많이 기울인 작업으로 기억에 많이 남네요.

Q3. 일명 B컷이라 불리는 세상에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만족스러웠던 작업이 있다면?

방송타이틀을 작업하다 보면 B컷들이 자주 쌓이게 됩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야심 차게 작업했던 게 있는데, 일전에 방영되었던 “불멸의 이순신”입니다. 방송에는 위에 것으로 채택이 되었는데, 제가 심혈을 기울인 것은 아래 쪽이었죠.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작업이었습니다.

Q4. 캘리그래피에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캘리그래의 매력은 번짐과 갈필(비백)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짐과 비백은 화선지와 붓이 만나야만 만들어낼 수가 있거든요. 이 두 가지 요소가 만나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는 것 같아요.

Q5. 캘리그래피는 한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캘리그래피 관점에서 한글의 디자인적 매력은?

한글 캘리그래피의 디자인적 매력은 무엇보다 자음과 모음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이죠. 자음과 모음의 하모니에 칼라가 들어가고, 다양한 오브제가 첨가되면 현대적으로 색다른 맛을 주게 되는 거죠.

Q6. 캘리그래피 시장이 커질수록 그에 따라 고민해야 할 문제점도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캘리그래피 분야에 문제점이 있다면?

요즘 기초가 되어있지 않은 캘리그래퍼들이 너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늘 아름답지 못한 캘리그래피는 진정한 캘리그래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을 하는 부분이 캘리그래피는 바둑처럼 정확히 구분이 되지 않아서 어떤 것이 잘 쓰여진 것이고 어떤 것이 잘못된 작품인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판단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Q7. CF, 출판, 영화, 방송 등 많은 분야에서 캘리그래피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외에도 캘리그래피가 접목될 만한 새로운 분야가 있다면?

앞으론 캘리그래피를 이용한 문화상품개발이 매력이 있다고 봅니다. 이상봉 패션디자이너를 생각해 보시면 충분히 그 의미가 파악될 것 같네요.

Q8. 글씨를 쓰는 데는 붓, 펜, 연필 등 다양한 도구가 사용됩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도구는 무엇인가요?

역시 캘리그래피의 매력은 붓이죠. 붓은 굵고 가늘고, 마르고 찰지며, 번짐과 갈필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글씨에 감성을 담아내기에 가장 좋은 재료라고 볼 수 있어요.

Q9. 개인적인 취미, 혹은 재충전의 방법은?

개인적으론 주말에 등산과 골프를 즐기는 편이고, 평상시에는 독서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Q10. 캘리그래피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캘리그래피를 잘 쓰려면 새로운 글자체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개개인이 어릴 적부터 오랫동안 써 온 펜 글씨의 자형을 붓으로 좀 더 크게 옮기는 작업을 해서 자기만의 서체를 개발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어설픈 창작은 오히려 자기 내면의 좋은 악기마저 파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Q11. ‘캘리그래피는 OOO다.’





Q1. 캘리그리피 전문가로써 자신의 첫 작품이 궁금합니다.

캘리그래피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기 훨씬 전부터 서예와 손글씨를 써왔던 저로서는 아쉽지만 첫 작품이 어떤 것이었는지 모호하고 정확하게 보관된 자료가 없습니다. 주로 출판사 북디자이너로 일하며 북 타이틀이 첫 작품일 것으로 생각하는데 아마도 15년 전쯤 소설가 최인호님이 쓰신 수필 <작은 마음의 가슴으로 사랑하라>라는 책의 제목을 쓴 것이 첫 대중적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Q2.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자신의 대표작 3점을 뽑는다면?

주로 북디자인의 캘리그래피로 웅진 리더스북의 『곡선이 이긴다』, 오마이북의 『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다른우리의 『소비시대의 종교』가 있습니다.

Q3. 일명 B컷이라 불리는 세상에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만족스러웠던 작업이 있다면?

캘리그래피는 문장이나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자획에 표현해 내는 작업입니다. 『소통』은 그 의미에 중요성을 『바람부는 언덕에 올라』는 정말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을 『7일간의 독서여행』은 자유로운 여행의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비록 최종적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셋 다 좋은 작업이었습니다.

Q4. 캘리그래피에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어렸을 때 예쁜 만화주인공이나 로봇을 그려봤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낙서를 즐기듯 어떤 목적을 두지는 않았지만 그 놀이는 친구가 되고 위로가 되기도 했던 행복한 추억입니다. 캘리그래피는 상업적 목적에 맞게 무엇인가 표현하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지금도 정서와 마음을 치유해주는 행복한 놀이입니다. 멋진 시구절이나 명언들을 화선지에 옮기면서 느끼는 무제한적 내면의 표현, 이것이 캘리그래피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5. 캘리그래피는 한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캘리그래피 관점에서 한글의 디자인적 매력은?

대한민국 사람이 한글에 대해 아전인수격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디자인적인 면에서 볼 때 영어는 대체로 그 획이 단순하고, 일본어 히라가나의 획일적 간결함은 매우 단조롭고, 한자의 복잡한 획은 표현에 있어 제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하여 한글은, 예를 들어 그, 리, 이, 기, 으….와 같은 간결한 획과 캘, 풀, 를, 룡, 춤….등의 다소 많은 획을 가진 글자를 두루 가지고 있으며, 이런 글자들의 조합은 다른 어느 나라의 글자보다 멋스러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감성적인 캘리그래피를 표현하기에 매우 훌륭한 글자라고 여겨집니다.(예 : 예술 캘리그래피, 신부님, 고추 좀 따 올랑가?)

Q6. 캘리그래피 시장이 커질수록 그에 따라 고민해야 할 문제점도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캘리그래피 분야에 문제점이 있다면?

캘리그래피가 쓰여지는 곳이 넓어지면서 수많은 작가들의 활동도 그만큼 많아졌습니다. 캘리그래피가 한글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사회적 인식변화에 엄청난 역할을 한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캘리그래피가 몇몇 실력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독점화도 문제가 되지만, 최근에는 시장의 확대와 함께 수준 이하의 작품들로 인해 캘리그래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문제가 발생되고 있습니다. 무제한적 표현의 자유로 인해 오히려 캘리그래피와 아름다운 한글에 부정적 요소를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저를 비롯한 작가들은 작품활동에 신중을 다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Q7. CF, 출판, 영화, 방송 등 많은 분야에서 캘리그래피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외에도 캘리그래피가 접목될 만한 새로운 분야가 있다면?

이미 많은 분야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만 문화분야 외에도 정신의학분야의 치료에 활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에게 캘리그래피를 공부하는 수강생 한 분이 글씨를 쓰고 나면 마치 오래된 친구와 수다를 떨고 나서 느끼는 기쁨을 느낀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캘리그래피의 매력에서 표현한 것처럼 마음의 치유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글씨를 잘 쓰고 못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붓을 들고 마음껏 자신의 감정을 표출해 가다 보면 어릴 적 순수한 감정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러한 면으로 볼 때 의학분야의 ‘표현 예술 치료’에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문외한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Q8. 글씨를 쓰는 데는 붓, 펜, 연필 등 다양한 도구가 사용됩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도구는 무엇인가요?

붓은 어떤 도구보다도 표현의 다양함이 좋아 선호합니다.특히 이미 수명을 다한 붓도 버리지 않는데 오래된 붓은 거칠어지고 뻣뻣해지지만 오히려 그런 도구만이 낼 수 있는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서예붓 뿐만 아니라 페인트붓이나 화장붓도 활용하곤 합니다.

Q9. 개인적인 취미, 혹은 재충전의 방법은?

음악과 등산을 즐깁니다. 음악은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클래식기타 연주하기를 좋아하며 오랫동안 모은 LP와 재즈 CD가 제 작업실의 한 구석에 늘 함께 합니다. 특히 등산은 높은 산이나 유명한 산을 등정하기보다는 특정한 산을 사계절 여러 번 오르내리면서 갈 때마다 자연을 바라보고 변화를 느끼는 것을 좋아합니다.

Q10. 캘리그래피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최근 개인강의나 기관을 통해 배출되는 수많은 캘리그래퍼들이 배움을 마치면 바로 붓을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강을 마치면 금방 무엇인가 써 낼 것 같지만 막상 써보니 그리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죠.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붓을 벗삼아 글씨를 써왔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에 이르렀는데 지금도 출근하면 제일 먼저 먹을 갈고 화선지를 펼쳐서 연습을 위한 무엇인가를 씁니다. 몇 일이라도 붓을 멀리하면 손이 굳고 감각이 둔해짐을 느낍니다. 캘리그래래피는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연습이 있어야 좋은 작품을 낼 수 있습니다.

Q11. ‘캘리그래피는 OOO다.’

캘리작업을 할 때는 작업실에 잘 갖추어진 오디오에 재즈를 넣고 시작합니다. 음악적 리듬과 음율은 캘리작업에 좋은 환경조건으로 음악의 Forte, Pianisimo, Vivace, Andante적인 요소가 캘리그래피와 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캘리그래피 역시 강함과 부드러움, 빠름과 느림에 따라 그 표현력이 다양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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