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적시는 디자인 감성, 캘리그라퍼(Calligrapher).1



속도와 디지털로 대변되는 요즘 시대, 따라만 가기에도 숨이 찰 정도로 빠른 변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아날로그적 감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디지털이 가속화 될수록 이런 아날로그에 대한 욕구는 사회, 문화 전반적으로 점차 커지고 있고, 디자인 역시 그 흐름에 선구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특히 최근 그 흐름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지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캘리그래피다.
모든 디자인의 기본요소라 할 수 있는 글자, 그것을 직접 손으로 그려내어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캘리그래피는 그야 말로 사람들에게 가장 원초적인 아날로그 감성을 전달해주는 매개체이다. 여기에서는 손글씨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 캘리그래퍼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11문 11답의 형식으로 국내 캘리그래피를 이끌어가는 이들의 일과 고민,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엿보도록 한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캘리그래피 작가 이상현, MBC미술센터의 박명호, 코루통디자인의 박효진을 먼저 만나보자. 

취재. 길영화 기자 (barry@fontclub.co.kr)



Q1. 캘리그리피 전문가로써 자신의 첫 작품이 궁금합니다.

아마 2000년도로 기억하는데, 농심의 ‘春麵(춘면)’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제 첫 작품입니다. ‘내 손에 쥔 붓 한 자루로 대한민국의 문화를 바꾸겠다’며 시작한 캘리그래피였지만 처음에는 인정받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TV, 신문, 잡지, 마트 등 여기저기서 제 작품이 선보여지니 너무도 흥분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Q2.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자신의 대표작 3점을 뽑는다면?

영화 『타짜』
제가 작업한 영화로고타이틀 중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일 것입니다. 실제 체험을 통해 로고를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에 화투패 내던지듯이 붓을 내리치며 글을 썼던 이야기가 있는 작업이죠.

MBC수목미니시리즈「로열패밀리」 
처음으로 작업한 드라마타이틀로고였습니다. 시나리오를 통해 많은 교감을 했고, 연습 없이 한번에 쓰여진 글씨가 선정된 경우였죠.

CJ패키지전용서체 「손맛체」
국내 최초의 패키지전용서체개발 작업입니다. 폰트를 만들기 위해 2,350글자의 원도를 약 3개월을 하루도 쉬지 않고 작업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어깨에 침을 맞아가며 작업에 몰두했던 잊지 못할 최고의 작업이었죠.



Q3. 일명 B컷이라 불리는 세상에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만족스러웠던 작업이 있다면?

조폭마누라3
영화의 이미지를 담아내기 위해 많은 고심을 거쳐 작품에 임했지만 안타깝게도 붓 맛이 살아 있는 캘리그래피가 선보여지지 못했습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영화 전반의 서화관련 자문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천호진씨, 수애씨의 글과 그림을 그리는 교육 뿐 아니라 로고타이틀의 작업까지 맡았는데, 아쉽게도 로고타이틀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Q4. 캘리그래피에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묵향이라는 묘한 설레임과 항상 살아 움직이는 내 손을 볼 때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 ‘오늘도 글씨 원 없이 썼다’라는 흐믓한 미소를 짓습니다. 내가 이렇게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 우리의 글이 새로운 생명력으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늘 다양한 분야와 교감해야 할 기회를 만들고 도전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무어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묵향을 항상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저를 웃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Q5. 캘리그래피는 한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캘리그래피 관점에서 한글의 디자인적 매력은?

한글은 다른 문자와는 달리 글꼴의 구성 자체가 과학적이며, 조형적입니다. 그 조형에서 보여 지는 디자인적 요소는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글에서 나타나는 받침은 많은 조형적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받침이 있는 글자는 그 받침을 더욱 강조를 함으로써 문장에 리듬을 주기도 합니다. 획수가 많은 글자는 크게 표현하고 획수가 적은 글자는 작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캘리그래피에서 보여 지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가지를 더 말하자면 필기의 도구를 서양의 펜이 아닌 동양의 모필, 즉 붓을 이용한다면 문자의 강약을 통해 리듬을 표현하고 감성의 표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Q6. 캘리그래피 시장이 커질수록 그에 따라 고민해야 할 문제점도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캘리그래피 분야에 문제점이 있다면?

‘아름다운 글씨’라는 뜻으로 본다면 지금의 난무하는 수많은 손글씨들 역시 캘리그래피 작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글씨를 진실되고 올바르게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예쁜 글씨가 아니라 자신의 작업에 대해 진실이 담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손글씨라고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독성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글씨에 기분을 담아 흐름을 넣다 보면 틀린 오자를 범하기 쉬운데 그 점도 조심해야 되고요. 한글의 올바른 표정과 본질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가 쓴 글씨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잘못된 글씨로 인해 우리의 문화를 망칠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그 시대의 문화를 만들고 예술가는 그 문화를 책임 질 수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도 작업을 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Q7. CF, 출판, 영화, 방송 등 많은 분야에서 캘리그래피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외에도 캘리그래피가 접목될 만한 새로운 분야가 있다면?

미디어 아트의 분야도 있다고 봅니다. 정적인 평면작업에서 동적인 작업으로 살아 숨쉬는 한글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죠. 한글의 자음과 모음, 그리고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텍스트의 작업에 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는 미디어작품이 앞으로 캘리그래피가 도전해야 할 장르가 아닌가 싶습니다.



Q8. 글씨를 쓰는 데는 붓, 펜, 연필 등 다양한 도구가 사용됩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도구는 무엇인가요?

서예를 전공한 저는 그래픽적인 디지털 서체를 넘어 우리의 정서를 담아내는 글씨를 디자인에 소개하고자 캘리그라피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달려왔고, 처음의 마음이 그렇듯 지금도 붓과 먹, 그리고 화선지를 이용한 작업을 선호합니다. 예부터 붓이 귀할 때 붓 대용으로 대나무를 깎아 붓을 만들고 칡뿌리를 이용해 글을 쓰는 등 여러 도구를 이용해 글을 써왔었습니다. 더욱 좋은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풀의 뿌리를 이용하여 글을 쓰기도 하지만 가장 어렵고도 가장 매력적인 도구는 붓(모필)인 것 같습니다.



Q9. 개인적인 취미, 혹은 재충전의 방법은?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떠한 대상의 느낌을 글로 표현해야 하기에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가끔 작업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직업을 갖은 분들과 술도 한잔하며 많은 만남의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교감하다 보면 언제나 그들은 저의 스승이 된답니다.



Q10. 캘리그래피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캘리그라피는 문자를 다루는 일입니다. 문자를 기록한다는 것은 한 시대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붓을 든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감이 있는 작업임을 알았으면 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끼(감성)는 위대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기에 표현을 못하는 것이지요. 붓은 용기 있는 사람만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붓을 잡아 보세요. 세상이 아름다워 집니다.



Q11. ‘캘리그래피는 OOO다.’

캘리그라피는 마음을 담은 표정이 있는 글씨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 솔직함에 웃습니다.









Q1. 캘리그리피 전문가로써 자신의 첫 작품이 궁금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캘리그래피 작업을 하지는 않아요. 먼저 글꼴 디자인 위주로 작업을 하고 어느 정도 디자인적 시각을 키우고, 감각이 생기면 캘리그래피 작업을 하게 되죠. 방송에 있어 로고 타이틀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캘리그래피로 제작하는 것에 무게를 더 두는 것이죠. 캘리그래피 스타일로 처음 작업한 것은 80년대 MBC 오락프로그램이었던 ‘화요일에 만나요’ 일겁니다. 오래 전이라 확실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지금의 캘리그래피와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죠. 붓으로 작업한 후, 디자인적으로 약간 다듬어서 만든 로고타이틀입니다. 최근에는 아마존의 눈물이 좋은 반응을 받기도 했어요.



Q2.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자신의 대표작 3점을 뽑는다면?

방송 로고 타이틀을 주로 작업하다보니, 아무래도 시청률이 좋게 나오는 프로그램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방송은 특성상 사람들의 반응을 쉽게 알 수 있어요.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게 되고, 자연스레 로고 타이틀도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이죠. 그런 프로그램의 로고 타이틀 작업은 저에게도 많은 자부심을 주곤 합니다. 예를 들면 선덕여왕, 욕망의 불꽃, 신돈 등이 있겠네요.



Q3. 일명 B컷이라 불리는 세상에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만족스러웠던 작업이 있다면?

B컷 프로젝트라고 딱히 보여드릴 만한 것은 없습니다. 보통 로고 타이틀 작업은 연출진과 지속적인 의견교류를 통해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것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죠. 크게 보면 연출진과 저희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한 팀이라 볼 수 있으니, 여러 개의 시안 중 선택되지 않는 것은, 아쉽게 떨어졌다기 보다는 함께 진행하는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4. 캘리그래피에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일단 저는 방송에 나오는 캘리그래피를 제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방송과 관련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게 되네요. 가장 캘리그래피를 통해 프로그램의 성격을 단번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락프로그램이든 드라마든 제가 제작한 로고나 타이틀만 보고도 그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면, 저로썬 만족스러운 작업이 되는 것이죠.



Q5. 캘리그래피는 한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캘리그래피 관점에서 한글의 디자인적 매력은?

한글은 무엇보다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 문자입니다. 여러 도구나 기법으로 천의 색을 낼 수 있는 문자죠. 캘리그래피를 통한 감성적 표현을 잘 담아낼 수 있는 문자 역시 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Q6. 캘리그래피 시장이 커질수록 그에 따라 고민해야 할 문제점도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캘리그래피 분야에 문제점이 있다면?

아직 문제점을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작은 문제들은 있겠지만, 캘리그래피는 아직 성장하는 단계이고,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이는 발전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현재 젊은 친구들이 다양한 캘리그래피를 가지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캘리그래피를 보고 느끼는 시각적인 차이가 너무도 다양하고, 상대적인 문제라서 작품에 대한 문제점 역시 쉽게 꼬집어 말할 순 없습니다. 지금은 문제점보다는 성장하는 국내 캘리그래피에 대한 응원의 시각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7. CF, 출판, 영화, 방송 등 많은 분야에서 캘리그래피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외에도 캘리그래피가 접목될 만한 새로운 분야가 있다면?

캘리그래피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써 승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특히 한글 캘리그래피는 세계인들에게 한국적인 미를 선보이는데 뛰어난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미술관가는길에서 제 개인전을 가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이 같은 한글 캘리그래피의 예술성에 대해 고민한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Q8. 글씨를 쓰는 데는 붓, 펜, 연필 등 다양한 도구가 사용됩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도구는 무엇인가요?

붓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붓은 다른 도구에 비해 손의 힘 조절을 통해 굵기라던지 거칠고 부드러운 표현 등 다양한 느낌을 낼 수가 있습니다.



Q9. 개인적인 취미, 혹은 재충전의 방법은?

저는 서양미술작업을 하는 화가이기도 합니다. 보통 방송 일이 아니면 미술작품 활동에 매진합니다.

▲’바다의 기억’

▲’제주의 기억’



Q10. 캘리그래피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현시점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 또한 지금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고요.



Q11. ‘캘리그래피는 OOO다.’

디자인의 가장 원초적인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캘리그래피죠.









Q1. 캘리그리피 전문가로써 자신의 첫 작품이 궁금합니다.

첫 작품이라고 하면 거하지만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제 글씨가 상업적으로 보여진 것은 싸이월드 스킨디자인이었습니다. 제 글씨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많이 궁금했는데 스킨디자인으로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제 글씨에 대한 이미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Q2.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자신의 대표작 3점을 뽑는다면?

원룸데코리빙앤스타일
저는 주로 아이덴티티 작업을 진행하는데 그 중 원룸데코리빙앤스타일은 가장 독특한 스타일의 캘리그래피 결과물이였습니다. 온라인 리빙디자인 쇼핑몰 브랜드 리뉴얼 작업이었는데, 기존에 없었던 따뜻하고 밝고 세련된 이미지가 필요했죠. 제 캘리그래피가 그런 스타일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오도타니
옻칠공예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작업이었습니다. 네이밍부터 로고, 홈페이지 작업까지 진행했습니다. 작은 규모였지만 제가 평소에 관심 있었던 옻칠분야였고 작가님과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비슷해서 더 애정이 갔던 작품입니다.

마음맑은우리차
먹으로 한 캘리 작업 중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꽃차, 녹차, 건강차, 허브 4가지 차 종류의 캘리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각각 스타일이 다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이 어려웠지만 직접 차를 맛보면서 그 느낌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Q3. 일명 B컷이라 불리는 세상에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만족스러웠던 작업이 있다면?

상황보리차
충남 서산에서 버섯을 기르시는 할아버지께서 직접 의뢰해 주신 작업이었습니다. 캘리그래피 타이틀과 패키지 디자인 작업이었는데, 이 곳 사장님이 제 글씨 이미지를 상당히 좋게 봐주었습니다. 저 역시 애정을 담아 열심히 작업했는데, 아무래도 지역적으로 너무 먼 거리여서 미팅 없이 진행하려니 패키지 일러스트 부분에 대한 의견조율이 어려웠습니다. 캘리작업은 통과했지만, 결국 아쉽게도 세상의 빛을 보진 못하게 되었습니다.



Q4. 캘리그래피에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로움입니다. 글씨를 쓸 때의 감정상태에 따라, 작품에 따라 글씨의 모양이 모두 다릅니다. 같은 글자라도 매번 쓸 때마다 다르지요. 저는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캘리그래피의 개성 있고 자유로운 모습이 좋습니다.



Q5. 캘리그래피는 한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캘리그래피 관점에서 한글의 디자인적 매력은?

한글은 시각적으로 무한한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캘리그래피는 한글의 입체적이고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어요. 한글이 가지는 강력한 시각적 에너지, 이것이 한글의 디자인적 매력이지요.



Q6. 캘리그래피 시장이 커질수록 그에 따라 고민해야 할 문제점도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캘리그래피 분야에 문제점이 있다면?

문제점이라기보다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말씀드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캘리그래피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급적이고 친환경적인 코드가 더해져서 최고급호텔이나 프리미엄급 상품과 광고에도 사용되고 있지요. 이들을 목격할 때마다 반갑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이 과정 속에서 캘리그래피 자체가 단순히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수단으로만 사용되기 보다 조금 더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다가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캘리그래피가 디자인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일반인들에게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디지털시대 속에서 아날로그적인 손글씨가 아래에서부터 대중화되고 보편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7. CF, 출판, 영화, 방송 등 많은 분야에서 캘리그래피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외에도 캘리그래피가 접목될 만한 새로운 분야가 있다면?

제 전공이 인테리어여서 그런지 저는 인테리어 분야에 캘리그래피를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기존에 보였던 소품에 글씨를 얹히는 방법보다 더 재미있고 아름다운 작업들을 연구하는데도 집중해보고 싶습니다.



Q8. 글씨를 쓰는 데는 붓, 펜, 연필 등 다양한 도구가 사용됩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도구는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타블렛을 주로 사용합니다. 어렸을 적은 펜을 많이 사용했지만 제대로 디자인작업에 글씨를 쓰기 시작한 것은 타블렛이 시작이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저는 첫 직장인 인테리어 회사에서 사장님께서 선물해 주신 타블렛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시작이 되어 산돌에서 서체까지 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타블렛은 붓과 다르게 종이와 먹과 같은 재료가 필요없기 때문에 경제적이기도 하고 잘못 썼을 때 지우고 쓰면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캔을 뜰 필요도 없고요. 하지만 붓으로 쓴 글씨가 주는 느낌을 가지긴 어렵겠죠? 박효진의 캘리그래피는 환경, 여성,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글씨입니다. 그래서 부드럽고 감성적이며 따뜻하고 밝은 느낌의 글씨를 자주 씁니다. 그런 느낌을 주기에 타블렛은 저에게 아주 적합한 도구입니다.



Q9. 개인적인 취미, 혹은 재충전의 방법은?

저는 요리를 좋아합니다. 정해진 레시피 없이 그냥 마음가는대로 있는 재료들로 뚝딱 뚝딱 만드는 스타일이지요. 사람들을 초대해서 같이 요리하고 음식을 나누는 것도 즐깁니다. 요리를 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올라요. 재료를 썰고, 섞고, 조리하고, 접시에 올려놓는 동안 제 몸의 모든 감각들이 쉬지 않고 움직이고 반응하죠. 작업을 하는 동안 지쳐있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요리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면 훨씬 도움이 잘 되요.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수다도 떨고 대화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죠.



Q10. 캘리그래피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현재는 캘리그래피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비슷한 느낌의 캘리그래피 작업들도 그만큼 많이 생겨나고 있고요.(한편으론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서 캘리그래피에도 자신만의 스타일과 컨셉이 있다면 캘리그래퍼로써 더 전문적인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글씨 스타일, 자신의 성향이나 관심사에 맞는 글씨들을 표현해가면 자연스럽게 스타일이 잡힐 거라 생각합니다.



Q11. ‘캘리그래피는 OOO다.’

‘캘리그래피는 슬로우디자인이다.’ 마음과 몸 모두가 급하지 않아야 좋은 글씨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한 획 한 획 쓰면서 어떤 느낌을 주어야 할지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조심스레 그어가는 것. 바쁘고 복잡한 시대에 캘리그래피가 사랑을 받는 것은 조금 더 천천히 속도를 내며 가고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글씨가 그런 역할을 하기 바라고 박효진의 캘리그래피는 그런 스타일을 가진 글씨로 발전 해 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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