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의 매력] 2. 식물이 있는 동네책방, 오버그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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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비밀스러운 동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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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옷이 좋아 패션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던 그녀는 어느 순간, 빠르게만 흘러가는 서울 생활이 힘에 겨웠다. 평소 좋아했던 식물, 책과 더 밀접하게 지내고 싶어 오래된 동네에 아지트 같은 책방을 차렸다. ‘동네책방의 매력’ 기획연재의 두 번째 책방 ‘오버그린파크’의 주인 손예서 대표의 이야기이다. 오버그린파크는 전혀 책방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길목에 갑자기 등장해서 비밀스럽고 반갑다. 초록의 식물들이 숨 쉬는 싱그러운 공간에서 그녀와 함께 식물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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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책방을 차리게 되셨나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도시의 바쁨이 적응이 안 됐어요. 몸담았던 패션회사 같은 경우도 트렌드의 접점에 있다 보니 점점 버겁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일을 그만두고 조용하게 천천히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었죠. 제가 문학을 전공했고, 원래부터 글을 쓰고 싶어했거든요. 아무래도 책을 다루다 보면 글을 좀 꾸준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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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그린파크’라는 책방의 이름은 어떤 뜻인가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도시 속의 공원 같은 컨셉을 생각해서 키워드를 나열해보다가 짓게 되었어요. 저는 오버그린파크가 동네 아지트 같은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갖춰진 것은 조금 미흡하더라도 이곳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그런 곳이요. 오셔서 책 보시면서 본인 작업을 하셔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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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책을 컨셉으로 하게 된 이유는요? 둘 사이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단순히 제가 좋아해서 같이 두게 되었어요. (웃음) 식물과 책은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사람과 교감이 작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평소에 접하는 영화나 TV 같은 매체는 정말 다양한 움직임이 있고 눈에 띄게 변화가 보이잖아요. 그에 비해 식물은 가만히 있는 것 같죠. 물론, 식물도 성장하지만 워낙 느리니까 거의 고정적으로 보이죠. 책의 텍스트도 그대로 있고요. 둘 다 겉으로 보기엔 변하지 않아도 사람과 소통하면서 오는 교감이 있는 것 같아요.

 

 

들어오자마자 식물을 먼저 살펴봤는데, 잎이 촉촉하더라고요. 물을 주신 건가요?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해요.
오시기 전에 물을 한 번씩 주었어요.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 온도는 18~27도 사이로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하고 있고요. 먼저 아침에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환기를 시켜요. 식물에 환기가 중요해서요. 그다음 식물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물을 주고요. 흙이 많으니까 먼지가 자주 쌓여서 책에 먼지도 닦아줍니다. 인터넷으로 신간과 책에 관한 동향도 살피고요. 식물도 트렌드가 있어서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SNS와 홈페이지를 관리하면 하루가 금방가요.

 

 

식물과 책은 대략 어느 정도 있을까요?
식물은 70종 정도, 책은 150종에서 200종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책은 어떤 기준으로 큐레이션 되나요?
우선 식물 관련 서적이 메인이에요. 책을 큐레이션을 할 때는 누구나 읽기 쉽고 접근하기 쉬운 책들 위주로 고르고, 너무 전문적인 책들은 배제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고객층이 식물을 처음 키워보고 접근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문학 서적들은 순전히 제 취향이지만, 식물 서적과 마찬가지로 읽기 쉬운 책들로 배치하고 가벼운 내용이나 사랑 이야기가 담긴 내용은 제외하고 있어요. 참, 기존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책들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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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렸던 책은 무엇인가요?
대니얼 샤모비츠의 <식물은 알고 있다>라는 책이요. 이 책은 식물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사가시고 식물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재미있게 읽으시는 것 같아요. 주로 식물 종류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 많은 편인데, 이 책은 식물이 어떻게 느끼고 보고 반응하는지 그런 감각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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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버그린파크 홈페이지 캡쳐

 

오버그린파크 로고로 쓰이는 폰트는 무엇인가요?
지금 유리에 붙어져 있는 로고는 예전에 쓰던 것이고요. 홈페이지에 있는 게 앞으로 쓸 로고예요. ‘Noto Sans CJK KR‘이라는 폰트에요. 무료 폰트 중에 가장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어요.

왜 노토산스를 선택했나요?
사실 제가 전문가가 아니어서 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공간을 운영하며 추구하고 싶은 이미지가 다양할 거로 생각했거든요. 밝은 느낌일 때도 있지만 한 가지에만 머물고 싶지 않아서 폰트는 개성이 강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보통의 느낌으로 일관성을 주기 위해서요.

 

▲ ‘오버그린파크’가 있는 골목

 

책방의 위치를 당산동으로 자리 잡으신 이유가 있나요?
일단 조용하고 느리게 가는 공간을 지향하고자 했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 숨어있는 장소를 찾고 싶었죠. 오래된 골목 같은 곳을 위주로 보았고, 접근성도 고려했어요. 당산동이 지하철이나 교통이 잘 되어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서교동 같은 번화가도 생각했지만 컨셉을 고려했을 때, 사람들이 덜 붐비는 곳으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제가 당산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이런 골목안에 이렇게 좋은 책방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이사 가서 아쉬워요.
그런데, 저희 책방이 좀 호불호가 갈려요. 혹평하시는 분들은 혹평하시더라고요. 반면에 이런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은 자주 오시고 그래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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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이면서 단골손님도 계신가요?
네. 20대 후반 정도 되는 여성분도 있고 2, 30대 남성분도 꽤 종종 오세요. 거의 매주 오시는 분도 있어요.

자주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참 보람찰 것 같아요.
맞아요. 매주 오시는 분은 원래 식물에 관심 없던 남자분이셨어요. 이 동네에 젊은 느낌의 가게가 없어서 신기해하며 들어오셨다가 식물을 한번 사가시고 마니아가 되셨거든요. 작년 가을에 첫 구매를 하셨는데, 지금은 집에 40종이 넘는 식물이 있다고 해요. 각각의 모양도 다르고 키우는 재미를 느끼신 것 같아요. 제가 식물입문의 길을 안내해드린 것 같아 뿌듯했어요.

 

 

원데이 가드닝, 북클럽 같은 워크숍도 열리더라고요. 기획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원데이 가드닝 워크숍 같은 경우에는 시중의 가드닝 수업의 가격이 비싸서 진입장벽이 높은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취미로 재미 삼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만들었어요. 보통 한 달에 4, 50명 정도는 들으시는 것 같아요. 책 읽기나 독서모임 같은 경우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에서 열었는데, 개인 일정상 올해 봄까지만 운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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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책 이미지

 

대표님의 인생 책은 무엇인가요?

이성복 시인의 <무한화서>라는 책이에요. 시론집인데요. 엄청 긴 산문이 아니라 짧은 두세 문장으로 시에 관련된 얘기들을 적어놓으셨는데, 이 내용이 문학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인생과도 맞닿아 있어서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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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버그린파크는 어떤 책방일까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편안하게 있을 수 공간이요. 저도 손님께 말 걸고 그런 스타일도 아니고요. 오시는 손님도 그렇게 많지 않은 동네니까 더욱 편하게 있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손예서 대표가 생각하는 동네책방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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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동네책방은 부담갖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고, 요즘은 책방마다 추구하는 컨셉이 있잖아요. 책방 마다 컨셉을 담은 큐레이션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 오버그린파크 대표 손예서

 


 

책방정보 – over gree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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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목-금 13:00~19:00
토-일 13:00~18:00
월,화,수 휴무
전화
02-2677-2006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로 20길 14-1
홈페이지/SNS
www.overgreenpark.com
instagram.com/overgreenpark

 

 


FONTCLUB 에디터 최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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