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Avant Garde)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허브 루발린(Herb Lubalin)

 
“아방가르드하다.”

보통 기존의 틀을 깨고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그런 표현을 쓰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누에고치 같은 옷을 입은 모델들이 등장하는 꼼데가르송 패션쇼를 들 수 있다. 독특한 옷을 보고 난해하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아마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상징주의적 타이포그래피의 한 획을 그은 디자이너, 허브 루발린(Herb Lubalin, 1918~1981)의 행보도 그 시대 사람들에게 아방가르드함을 선사했다.

허브 루발린은 1960~7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이다. 기존 타이포그래피가 의미나 정보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그는 이러한 경향을 해체하고 글자를 이미지화 하려 했다. 1964년에 허브 루발린사를 설립하면서 상상력 넘치는 스타일을 계속 시도했고, ‘루발린식 상징주의 타이포그래피’를 선보였다. 그가 디자인한 잡지 제호 『마더 앤드 차일드Mother and Child』를 보면, 타이포그래피가 시각 이미지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알파벳 ‘O’안에 ‘&’과 CHILD가 작게 들어가면서 마치 태아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마더앤차일드

 

허브 루발린은 혁신적인 잡지 디자인을 도맡아 하며 자신만의 편집디자인을 개척해갔다. 1968년에 창간된 『아방가르드Avantgarde』는 그의 대표작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방가르드 고딕(Avantgarde Gothic)’ 폰트가 탄생한 잡지이다. 전후 미국 사회의 흐름과 진보적이고 전위적인 예술을 담아낸 잡지의 제호답게 아방가르드 고딕체는 대중에게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움을 던져주었다. 특히 대문자 G와 A의 결합은 ‘대체 활자쌍’으로 불리며 타이포그래피 표현의 다양성을 넓혔다.

 

 

아방가르드 고딕체는 본래 대문자만 개발되었지만, 루발린이 동료들과 함께 만든 폰트 회사 ITC(International Typeface Corporation)를 통해 상업적으로 출시되면서 소문자와 기타 부호들도 함께 완성되었다. 20세기에 많은 사랑을 받은 아방가르드 고딕체는 아디다스 로고, 돌체앤가바나 로고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허브 루발린의 의도와는 다르게 무분별하게 폰트가 사용되었고 이를 보며 후배 디자이너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고 한다. 대체 문자쌍이 없고, 자간을 조절하지 않은 아방가르드 고딕체는 확실히 긴장감이 떨어진 모습으로 보여진다.

당연히 여기던 것에 의문을 갖고,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보여준 허브 루발린. 1984년, 뉴욕에는 허브 루발린 연구소가 세워져 그의 도전정신이 이어져 오고 있다.

 

 


FONTCLUB 에디터 최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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