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의 맛 : 타입과 감각 사이의 연관성

둥글게 굴린 서체는 단맛을 연상시키고 다소 뾰족하거나 각진 형태의 타입은 신맛, 쓴맛 혹은 매운맛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상호 연관성에 대한 이해는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기대감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대감을 직접 자극함으로써 강렬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게 한다.

 

INSIGHT – 타입의 맛
사라 하인드먼(SARAH HYNDMAN), TYPETAS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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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인식과 타입에 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글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TEDx 강연자 그리고 타입 테이스팅(Type Tasting)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녀의 저서 <The Type Taster>는 현재 2판 <Why Fonts Matter>로 판매 중이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인다. 비록 눈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학습하는 것의 약 25% 정도는 다른 감각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디자이너인 우리가 다양한 감각을 다룰 방법을 알 수만 있다면 더욱 강렬한 경험을 선사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강력한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감각 통합 관련 연구소(Crossmodal Research Laboratory)와의 협업 프로젝트는 내게 타입과 감각 사이의 연관성에 관해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였다. 과학계에서는 특정 감각을 통한 경험이 또 다른 형태의 감각 반응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한 색조의 노란색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레몬의 ‘맛’을 떠올리거나 크고 굵은 대문자로 적힌 ‘소음주의’ 표지판을 생각해낼 수 있다.

시각과 미각에 관한 예시를 들자면 둥글게 굴린 서체는 단맛을 연상시키고 다소 뾰족하거나 각진 형태의 타입은 신맛, 쓴맛 혹은 매운맛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상호 연관성에 대한 이해는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기대감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대감을 직접 자극함으로써 강렬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마시고 있는 와인의 가격이 90달러라고 들었을 때, 5달러라고 들었을 때보다 훨씬 맛있다고 느낄 것이다. 음식의 맛조차 패키지에 적힌 서체에 따라 더 달거나 시게 느낄 수 있다.

한 강연회에서 나는 그곳에 모여 있던 100여 명의 사람에게 똑같이 생긴 젤리 한 쌍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둥그스름한 글자로 ‘나를 먹어봐’라고 적힌 문구를 보며 그중 하나를 먹어보라고 한 후, 다시 각진 형태의 글자로 적힌 문구를 보며 남은 젤리를 먹어보라고 했다. 사람들은 각진 형태의 글자가 신맛을 약 11% 정도 강하게 해주고 둥그스름한 글자는 단맛을 약 17% 정도 강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나는 런던 과학박물관에서 둥글거나 각진 형태의 서체를 택해 387명의 참가자에게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맛의 인지에 있어 서체에 따라 유사한 차이를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젤리 실험은 오직 미각과 타입과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색상, 크기, 질감, 온도, 소리 등의 요소를 활용한다면 더욱 풍성한 사용자 경험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인쇄 매체 디자인의 경우 종이의 질감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식음료 업계에서는 소리를 디자인에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겐다즈는 클래식을 연주해주는 협주곡 앱을 개발했고 한 위스키 브랜드는 자사 위스키 맛을 20%까지 향상시킨다는 특정 음악 앱을 선보였다. 이와 반대로 코카콜라가 한시적으로 선보인 흰색 캔 디자인은 실패작이 되고 말았는데 이는 바뀐 캔 색상이 마치 음료의 맛이 바뀐 것 같은 잘못된 인상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즉,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우리는 디자이너로서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입체적인 감각 세계를 사용자 경험 안에 담아낼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한다.

 

 


출처: 디자인 매거진 <CA>  2016년 5월호 ISSUE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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