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타이포 베를린 : 3 days of Typo Berlin

베를린의 연례 타이포 컨퍼런스 ‘타이포 베를린’은 올해 세계문화의 집(Haus de Kulturen der Welt)에서 진행되었다. 디자인 연설자들의 정수에 해당하는 3일의 강연을 듣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먼 곳에서부터 이곳을 찾았다.

 

타이포 베를린 2015

Day.1

타이포의 첫 번째 연설자는 철학자이자 문화 이론가 존 소와(Jon Sowa)였다. 그는 현대 디자인 뒤에 숨겨진 전위적인 가치관에 관한 깊은 탐구를 하며 참가자들과의 대화에 불을 붙였다. 사회 세계를 해방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과 세계 자본주의에 적응하라고 강요하는 시장 사이 이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소와는 창작자들에게 이를 ‘현대 예술적인 창작물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인정하길 촉구했다.

 

Typo 2015, Berlin

Typo 2015, Berlin

 

사람들을 휩쓸고 간 이 개관은 프랑스의 장 프랑수아 포르셰(Jean Francois Porchez)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서체의 개성과, 디자인은 ‘생각의 시각화’라는 조금은 더 미묘한 주제의 강연이었다. 포르셰는 동시에 이러한 이야기도 했다. “좋은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그는 자신이 파리의 버스 전광판을 위해 만든 저해상도 LED 서체를 언급하며, 서체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은 구성이라는 기술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있고 가독성은 절대적으로 내용과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소피 베이르(SOPHIE BEIER),

소피 베이르(SOPHIE BEIER) @Typo 2015, Berlin

 

포르셰의 핵심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듯한 서체 디자이너이자 연구자인 소피 베이르는 서체 해석에 필요한 신경 과학과 심리적 기반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내용과 상관없는 형태에 자유자재로 이름을 붙여달라고 청중 일부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이는 의미론적으로 연결 지으려는 무의식의 역학에 대해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베이르는 이어서 글을 읽기 위해서는 결국 서체의 개성을 무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사람 마음이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집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서체는 시선을 끌어당김과 동시에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는 충돌을 내재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존 버거맨(JOHN BURGERMAN) @Typo 2015, Berlin

존 버거맨(JOHN BURGERMAN) @Typo 2015, Berlin

 

첫날부터 과하게 이지적인 내용만 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존 버거맨이 등장했다. 그는 보다 가벼운 접근법을 소개했고 언제 어디서든 마주치는 모든 매체에 그림을 끄적이라고 홀을 가득 채운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실패에 관한 생각은 버리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버거맨은 축구 경기에 한 족제비가 갑작스럽게 침범한 텔레비전 방송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는 청중들에게 창의적인 작업을 하면서 생기는 갑작스러운 일들을 포용하라고 전했다. ‘일상 작업 속의 족제비를 격려하라’는 것이었다.

 


Day.2

타이포 둘째 날은 인사이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날이었다. 스위스 디자이너 위르그 레니(Jürg Lehni)의 재치 있는 연설이 그 시작이었는데 그는 기계 제작과 로봇 아이덴티티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레니는 기술을 소비자들을 표준화된 환경에 구속하기 위한 기업의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열린 구조로 바라보길 바랐다. 또한 그는 청중들에게 ‘가족’을 소개했다. 그 ‘가족’은 헥터(Hector)라는 휴대용 스프레이 페인트 기기와 그림을 위한 리타(Rita)라는 녹음, 재생 기기였다. 레니의 강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재미’였다. 그는 자신의 기계 중 몇 가지에 대해서는 본인도 혼란을 느낀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프랑켄슈타인적인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다시 서체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디자이너 피터 발락(Peter Bil’ak)은 OS X를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폰트스탠드(Fontstand)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이 어플은 디자이너들이 무료로 폰트를 테스트해보고 원래 가격의 극히 일부만 지불하며 한 달씩 빌려 쓰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파티 초대장을 위해 폰트를 단 한 번 사용하든 전 세계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위해 10년 동안 사용하든 사용자는 같은 가격을 내야 하잖아요.” 그는 폰트스탠드가 이러한 서체 라이선스의 가장 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Day.3

타이포의 셋째 날에도 사람들의 의욕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 쾌활한 선동가 애런 제임스 드레이플린은 디자인을 통해 ‘아니요’보다 ‘예’라고 대답하는 게 왜 더 가치 있는지 설명했다. 또 친구들을 위해 작업하다 보니 미국의 대통령을 위한 디자인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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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 제임스 드레이플린(AARON JAMES DRAPLIN) @Typo 2015, Berlin

 

 

타이포의 든든한 조력자 에릭 슈피커만은 산업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와 함께 무대에 올라 활자의 의미에 대해 토론했다. 그리치치는 규모가 작은 클라이언트의 작업을 의뢰받으며 디자인에 급진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에릭 슈피커만(ERIK SPIEKERMANN), 마테오 크리스(MATEO KRIES),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 @Typo 2015, Berlin

에릭 슈피커만(ERIK SPIEKERMANN), 마테오 크리스(MATEO KRIES),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 @Typo 2015, Berlin

 

 

혼란이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한 에릭 케셀스의 유쾌한 강연은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자칭 ‘세계 최악의 호텔’을 위한 성공적인 광고 캠페인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마지막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프 니만(Christoph Niemann)이 디지털 시대 속 디자인을 위한 도전과 기회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올해의 타이포 컨퍼런스를 마무리 지었다.

 


 

<정보>

타이포 베를린 2015 / TYPO BERLIN 2015

TYPOTALKS.COM/BERLIN

-일시: 2015년 5월 21일-23일

-장소: 독일 베를린

-주요 강연자: 존 버거맨(JOHN BURGERMAN), 젬마 오브라이언(GEMMA O’BRIEN), 에릭 슈피커만(ERIK SPIEKERMANN), 소피 베이르(SOPHIE BEIER), 애런 제임스 드레이플린(AARON JAMES DRAPLIN), 에릭 케셀스(ERICK KESSELS)

 

<출처: CA 2015년 9월호 ISSUE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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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o 2015, Berlin, Haus der Kulturen der W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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