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디자이너.15_<뉴욕의 책방> 외

밑줄 긋는 디자이너.15_<뉴욕의 책방> 외

뉴욕에 있는 책방들에 대한 흥미롭고 사려 깊은 이야기들.

<뉴욕의 책방>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문화적 다양성이 인정되는 도시 뉴욕의 개성 있는 서점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자신의 주관적 감성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과 숨은 역사를 소개해 준다. 뉴욕도 우리의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작은 서점들이 지속가능성을 찾기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홍대앞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뉴욕의 책방 이야기를 읽는 기분은 일반 독자 분들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위안과 도움을 많이 받았다.

뉴욕에서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 3년을 살게 된 저자는 그리니치빌리지의 코블스톤(cobblestone)을 산책하다 만난 한 작은 헌책방을 보자마자 한 순간에 사로잡혔고,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걷고 또 걸어 뉴욕에 있는 많은 서점들을 방문한다. <뉴욕의 책방>은 저자가 직접 찾아간 50여 곳 서점들 가운데 특별히 더 마음을 주었던 스무 곳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뉴욕 책방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책과 책이 있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기 어려운 이 시대에 자신의 뜻을 끝까지 지켜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펼쳐나가며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꿈을 심어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서점 이름 아이들와일드(idlewild)는 다름 아닌 지금의 뉴욕 JFK공항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공항이라는 장소가 불러일으키는 여행에 대한 특별한 기대감을 떠올려보면 세계여행 전문서점에 옛 공항의 이름을 가져다 붙인 건 센스 있는 조합이란 생각이 든다. 이 서점에는 앞에서 이야기한 랭귀지 클래스나 뉴욕 워킹투어 같은 흥미로운 이벤트가 많아 뉴요커들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데이비드씨는 이 서점이 단순히 여행에 관한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닌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행자, 독자 그리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인류애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꿈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 – 22쪽

“스트랜드가 뉴요커들에게 더 특별한 이유는 뉴욕의 책방거리라 불릴 만큼 서점이 즐비했던 이 거리에서 스트랜드는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은 서점이기 때문이다. 서점 계단의 벽에는 빛바랜 흑백사진과 각종 신문과 잡지에 등장했던 스트랜드 서점의 이야기들이 스크랩되어 걸려 있는데 읽다보면 마치 자그마한 역사박물관에 와 있는 느낌. 하긴 스트랜드 서점은 실제로 뉴욕 책방 역사의 산 증인이니까 뭐 그런 느낌도 과한 것은 아닐 거다.” – 99쪽

“카페 안에는 컵케이크 하나 앞에다 두고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 속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귀여운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앙증맞고 귀여운 컵케이크 카페에 딱 어울릴 법한 그런 장면. 넓은 카페자리 옆쪽으로는 낮은 책장이 놓여 있고, 컵케이크만큼이나 귀여운 모습의 표지를 가진 책들이 가득하다. 어린이들을 위한 꿈과 모험이 가득한 책들과 귀엽고 달콤한 컵케이크가 환상의 짝꿍이 되어 한 공간을 사랑스럽게 채우고 있는 이곳은 ‘북스오브원더’라는 어린이책 전문서점.” – 104쪽

“컴플리트 트래블러 안으로 들어가려면 출입문 옆에 있는 초인종을 눌러야 한다. ‘찌이익~’ 벨을 누르면 잠시 후 ‘딸깍!’ 시원스런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기까지의 그 짧은 순간에 살짝 긴장이 된다. Complete traveller. 완벽한 여행자가 되기 위해서 과거의 사람들은 이런 유의 책들을 보았던 걸까? 입구부터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 대한 여행서적들이 책장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중반의 책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희귀본이다. 이곳은 이 서점의 주인이자 여행작가인 해리엇 Harriet과 아놀드 그린버그 Anorld Greenberg가 평생을 두고 수집해온 여행 고서와 희귀본을 판매하는 미국 최초의 여행서점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베데커]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 136쪽

“세계 최고 잘 나가는 서점 체인이지만 반즈엔노블도 마냥 행복해하며 웃을 수 만은 없는게 현실이다. 반즈엔노블은 얼마 전까지 수 십년간 함께 경쟁해왔던 업계 2위 보더스의 사망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반즈엔노블 역시 지난 몇년 사이 맨해튼에서 3개의 매장을 닫았다. 동네서점, 대형서점 할 것 없이 오프라인 서점 자체가 총체적 위기인 시기다.” – 153쪽

서점 직원들과 읽었던 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읽을 책을 추천 받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북클럽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 책으로 떠나는 상상여행을 가능할 뿐 아니라 외국어 클래스까지 열고 있는 여행전문서점, 주인 아주머니의 요리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맛있는 요리책 서점,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와 이웃하며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동네서점, 사람을 죽이는 3,214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는 미스터리어스 서점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랑스러운 서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책을 들고 뉴욕으로 훌쩍 떠나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다.

작은 동네 서점들이 지속가능성을 찾기 힘든 여러 환경의 변화와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노란 불빛이 빛나는 작은 서점들에서 좋아하는 책을 고르며 따듯한 만족과 문화적 풍요로움을 느끼고 싶어 할 것이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이 줄 수 없는 소소한 매력을 작은 동네서점들은 발휘할 수 있다. 뉴욕의 서점들처럼 서울의 작은 서점들도 각자의 매력을 다듬고 발전시켜 ‘다른 어떤 곳에서 책을 사는 것보다도 나는 우리 동네서점에서 사는 것이 제일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이 책『뉴욕의 책방』은 읽는 이로 하여금 엷은 미소와 함께 작은 희망의 씨앗이 싹트는데 필요한 넉넉한 온기를 전하고 있다.

글. 땡스북스 이기섭

저자. 최한샘
북러버이자 북숍 러버다. 2009년 초, 남편과 함께 뉴욕에서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 살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물질적으로 빠듯한 유학생활 동안 ‘어떻게 하면 돈 안 들이고 재미있게 뉴욕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하던 중 뉴욕 곳곳에 있는 보석과도 같은 작은 책방들을 하나 둘 알게 되었고 그것들과 곧장 사랑에 빠졌다. 다른 것엔 무덤덤한데 이상하게 책방만 보면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좀머씨 이야기>의 좀머씨처럼 걷고 또 걸어 맨해튼과 브루클린에 남아 있는 거의 모든 작은 책방들을 방문했다. 그녀는 그때의 부지런한 책방 탐험을 ‘뉴욕생활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방과 책만큼이나 걷기와 사진 찍기, 커피를 좋아하고 이 모든 걸 원 없이 할 수 있었던 뉴욕을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현재는 3년간의 뉴욕생활을 마치고, 그때 그 뉴욕을 절절하게 그리워하며 한국에서의 또 다른 일상을 즐기는 중이다. 서강대 생명과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대학원 치의학과에서 신경생리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제약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가구 제작 스튜디오를 찾아서

가구 디자인과 제작을 겸하는 디자이너이자 목수인 그들의 가구와 인생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 새로운 가구 문화를 만들어 가는 젊은이들. 바로 <젊은 목수들>이다. 이 책에 나오는 가구 소규모 가구 공방은 열 곳은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문을 연 창작 중심의 스튜디오다. 젊은 목수들과의 인터뷰에는 손으로 직접 만드는 가구의 특징은 물론 이들 각각 삶의 자세 또한 고스란히 들려준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가구를 소중히 여긴 다거나 가구를 물려주는 풍습은 거의 없다. 그런데다 북유럽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면서 원목 가구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이미 나온 제품을 비슷하게 카피해서 파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도 북유럽 가구를 좋아한다. 핀 율(Finn Juhl)의 작업도 존경하고. 하지만 북유럽 가구가 우리의 갈 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단순히 베낀다고 나올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라 북유럽의 삶의 양식에서 나온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북유럽에 가본 적도 없는 우리가 카피를 해봤자다.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고, 한국 사람인 만큼 조선 목가구의 느낌을 연구하고 싶다.” – 24쪽

시행착오를 겪는 중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이들은 시행착오를 겪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발한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시인일 수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얼마나 가구를 좋아하고 나무를 좋아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 26쪽

“디자인만 하면 가구를 예쁘게 만드는 걸로 끝나지만, 운영을 하고 배송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각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특성과 사이즈까지도 고려하게 된다. 모두 소중한 경험이고, 다음 번에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좋은 데이터가 된다.” – 55쪽

“디자인한 사람이 구조를 잘 알아야 완성도도 높아진다. 또 엔지니어 정도의 기술력이 있어야 더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 그러한 가구 기술의 집약체가 의자다. (…) 미적으로 뛰어나고 좋은 재료만을 사용하더라도 의자 본래의 목적인 ‘편안한 착석’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건 실패다. 등이 닿는 부분과 엉덩이가 닿는 부분의 미세한 각도를 연구하고 체험하고 만들어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다.” – 45쪽

좋은 가구란 어떤 것인가?

자신들이 만든 가구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길이 잘 들어서 볼 때 마다 예쁘고 기분 좋은 가구이길 바라는 그들의 철학은 아름답게 빛나 보인다.

“사용자가 아끼면 보살펴 주고 싶은 가구가 아닐까?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구는 함부로 쓰지 않게 된다. 내가 만든 것 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벤치가 있다, 스스로 마음에 드는 디자인에, 결도 예쁘게 나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예쁘게 손때가 묻더라. 좋아할수록 더 조심스럽게 대하고 보살펴 주게 된다. 그런 마음이 자연히 들게 되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 – 237쪽

불도장(가운데) 전기로 쇠붙이를 달구어 찍는 도장. 나무나 가죽 표면에 사용한다.
서양 대패, 미니 대패 동양 대패는 한 몸체에 하나의 날만 사용할 수 있지만 서양 대패는 종류에 따라 날을 바꿔 쓸 수 있다. 몸체의 재질이 철이라 습도에 취약하므로 장마철에는 기름칠을 해 주는 등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날 때쯤이면 집안을 둘러보게 될 것이다. 내 생각이 들어간 나만의 가구 하나쯤 갖고 싶을 것이고, 나와 함께인 공간에서 그 가구와 길들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말이다.

글. 땡스북스 박지연

저자. 프로파간다 편집부

072415_0158_151.jpg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