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실 캘리그라피.4_글씨와 그림의 조화

이번 칼럼에서는 4번째로 그림 그리는 방법과 글씨와 그림의 다양한 구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기본 재료는 먹, 화선지, 붓, 서진, 물감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먹물을 담을 벼루, 물감의 색을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한 물을 담을 대접과 물감과 먹물의 색을 다양하게 쓰기 위해 접시를 준비해 사용했습니다.

글. 왕은실 작가(캘리그라퍼)


먼저 간단하게 꽃 그림을 그려볼까요.


왼쪽 그림부터 보면 사선으로 두 번의 획으로 꽃씨와 같이 꽃잎 하나를 완성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총 5장의 꽃잎을 그리기 위해 가운데 원이 남도록 둘러서 꽃잎 다섯 장을 그려보았습니다. 이 꽃에 이제 색을 넣어볼까요.

 

작은 원을 기준으로 꽃잎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 가운데 작은 원에 주황색 수술들이 모인 자리에 물감으로 색을 입혔습니다. 꽃이 있다면 꽃대와 잎이 있어야겠죠. 사선 세로로 긴 획을 기준으로 양쪽에 발묵(물을 이용해 진한 먹색과 연한 먹색을 사용한 것)을 사용하여 잎을 찍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꽃잎 5장을 다홍색으로 칠해 주었습니다. 먹그림이라는 것이 색을 꼭 모두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흰색 여백도 보일 수 있도록 칠해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위에 그린 꽃에 어울릴만한 글귀 하나를 적어 보겠습니다.

 

이제 위에서 그린 그림과 쓴 글씨들의 다양하게 구성해보겠습니다.
먼저 글과 그림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엽서 1

A5 크기 세로 형태를 기준으로 보면 위 작업은 꽃과 글씨가 같은 비율로 작업된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구성이죠.

 

엽서 2

두 번째 작업은 엽서 1과 같은 크기와 판형에 꽃이 크게 보이도록 구성한 것입니다. 작업자가 생각했을 때 꽃이 더 돋보여야 하고 글씨는 설명을 해주는 요소라고 기준을 세웠다면 이와 같이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엽서 3

엽서 2와 달리 글씨를 크게 보이도록 작업한 것입니다. 이번 작업은 글씨가 가장 잘 보이는 구성입니다. 글씨 내용이 중요하게 보여져야 하기 때문에 작가의 호, 이름, 연도 등이 크게 보일 이유는 없어 꽃 그림 밑으로 작게 넣었습니다. 글씨를 꽃 그림 아래 넣었지만 마치 흙 속에서 꽃이 핀 모습을 연상되기도 하네요.

 

엽서 4

A5 크기 가로 판형에 글씨에 무게를 두어 가로 중심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엽서 2와 판형만 다른 컨셉이지만 이번에는 작가의 호, 이름, 연도를 가로 판형의 중심에 맞춰 구성하였습니다. 본문이 앞줄을 맞추거나 정사각형꼴 글씨가 아니기 때문에 애매하게 윗줄과 아랫줄은 오히려 중심이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흐트러트린 글씨들의 중심을 맞추기 위해서는 가운데 중심이 가장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폰트로 디자인 할 때도 마찬가지겠죠.

 

엽서 5

A5 크기 가로 판형에 꽃이 가장 크게 보이도록 작업한 사례입니다. 꽃이 포맷 안에 안정적으로 들어가지 않고 가득 차 보이도록 구성한 작업입니다. 과감하게 꽃잎이 잘려 나가도록 구성해도 좋습니다. 꽃잎 한 장 잘려 나간다고 해서 꽃으로 안 보이진 않기 때문이죠.

 

엽서 6

엽서 5와 같은 포맷으로 꽃이 아닌 글씨를 크게 작업하였습니다. 글씨가 굵고 크게 쓰여졌다면 엽서 5의 꽃처럼 잘려 나가게 작업해도 좋지만 글씨가 얇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글씨가 잘 읽히지 않으니 유의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여섯 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구성을 살펴보았습니다. 하고자 한다면 더 많은 구성으로 다양하게 작업해 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구성법을 참고해서 다양한 생각으로 멋이 살아 있는 캘리그라피 작품을 만들어보길 바랍니다.

마지막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구성으로 먹번짐을 추가하여 작업한 완성품을 공개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긴 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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