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디자이너.13_<스칸딕 베케이션> 외

 

세븐 체어와 앤트 체어, 고전이 되어버린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의 도시 덴마크 코펜하겐, 합리적인 가격의 이케아,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의 도시 스웨덴 스톡홀름, 이딸라의 글라스웨어, 아라비아 핀란드의 묵직한 세라믹, 마리메꼬의 도시 핀란드 헬싱키까지. 이 책은 천혜의 자연, 미식의 도시, 일상생활 속에서 숨 쉬는 북유럽의 디자인 감성, 그 안에 피어나는 유쾌하고 유용한 두 여자의 수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패브릭 브랜드 키티버니포니의 디자이너 진진과 마케터 홍안이 떠난 북유럽 여행을 통해 북유럽의 문화와 디자인, 여행정보까지 꼼꼼하게 전달하고 있는 북유럽 여행서의 바이블인 셈이다.

 
 

“우리는 관광지를 성실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끌리는 건물에 들어가 조명이며 의자며 한참을 관찰하고 나오곤 했다. 그것이 3년여간 줄기차게 이어진 북유럽 여행의 시작이었다. 책으로 엮겠다는 생각을 가지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는 이 여행을 ‘스칸딕 베케이션’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돌아온 일상에서도 우리의 스칸딕 베케이션은 계속되었다. 간결하면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늘 같은 위치에 있던 집 안의 조명을 북유럽 스타일로 천장으로부터 드롭해서 달아보기도 하고, 북유럽 디자이너들의 빈티지 가구를 찾아다니기도 했으며, 카페에서 무심하게 앉곤 했던 의자가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가려낼 줄도 알게 되었다. 여행이란 참 훌륭한 교육인 셈이다.” – 6쪽

진진과 홍안의 스칸딕 베케이션을 충분히 따라가 보았다면 직접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이 책에서는 정보 페이지를 풍부하게 구성해서 실질적인 여행을 돕고 있기 때문. 각 도시별 세부 지도는 물론, 호텔과 카페&레스토랑의 기본 정보부터 빈티지숍과 인테리어숍의 핫한 쇼핑 스폿까지 필자들이 직접 가보고 맛보고 경험한 정보만을 엄선해 제안하고 있다.

 
 

“아, 나는 조금 무리해서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플로스(Flos)의 조명, 메이(May)도 하나 샀다. 모든 것을 감안하고라도 살 수밖에 없는 가격이었다. 코펜하겐에 머무는 동안 이곳을 서너 번이나 더 들렀고 매번 몇 시간을 머물렀는데 멋지고 좋은 것일수록 여러 번 보고 눈에 익혀야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디자인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코펜하겐을 떠나 스톡홀름과 헬싱키를 돌았지만, 이곳만큼 감각적인 디스플레이와 셀렉션을 보여주는 곳은 없었다.” – 23쪽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북유럽 이미지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이 책 <스칸딕 베케이션>을 보면 북유럽 3국의 미녀들을 모두 만나는 방법, 눈부신 북유럽의 여름을 만끽하는 법,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가 왜 핀란드로 떠났는지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면서 북유럽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시드페이퍼 편집부
구성. 땡스북스 최혜영

김진진, 이홍안
광고디자인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진진, 연극연출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이홍안은 패브릭 브랜드 키티버니포니의 디자이너와 기획자로 의기투합하여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패브릭 제품을 만들고 있다. 느릿하지만 꼼꼼하고 끈기있는 성격의 진진과 예리하지만 덜렁거리고 거침없는 성격의 홍안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른 성격을 지녔지만, 달라서 더 손발이 잘 맞는다는 소리를 듣는 콤비다. 여행에서 얻은 영감이 녹아들어 근사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두 사람은 매해 뉴욕, 코펜하겐, 스톡홀름, 헬싱키 등 다양한 곳을 함께하고 있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SNS나 블로그에 떠도는 ‘여자와 남자의 차이’에 대한 글만 보더라도 연인들이 서로의 감정을 알지 못해 생기는 사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같이 붙어서 지내는 연인들도 그렇게 오해하며 살아가는데 하물며 삶에서 한번도 만나지 못한 바다 건너 타국의 상대는 쉽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험이 있든지 지식으로 알던지 상대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어야 공감을 통해 이해할텐데 살아온 언어, 환경, 아니 시대조차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어떤 사람일까? 아니 이해하기 위해 그 경험을 되짚어 가야 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의 주인공 ‘카밀라’에게 바로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왜 하필이면 그런 꽃 이름을 내게 붙인 거지? 
왜 나는 카밀라가 된 거야? 다른 꽃도 많잖아!”
“카밀라는 카밀라니까 카밀라인 거지.” – 17쪽

카밀라 포트만, 아니 한국명 ‘정희재’는 미국 백인 가정으로 입양되어 살아온 26세의 작가다. 당시 고등학생이였던 친모에 대한 내용이 담긴 편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죽음을 앞둔 양모에게서 들은 뒤 자신의 존재에 대한 끝없는 궁금증을 품고 있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너무나 사소한 기억들>의 마지막 장을 채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어느 날, 에이전트가 전화하더니 뉴욕의 한 출판사에서(“지금 내가 그 이름을 말하면, 당신 심장이 마비될지도 몰라요!”)<너무나 사소한 기억들>에 실린 글 들 중에서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세계가 우리 생각보다는 좀더 괜찮은 곳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진(1988년경)’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중략) 그 사진 속에 나오는 두 사람은 엄마와 나이며, 엄마는 나를 무척이나 사랑했으며, 여전히 나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것만은. 말했다시피 무엇도 쓸 수 없어서,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그건 평생에 걸쳐서 써야만 하는 것이어서 <너무나 사소한 기억들>의 그 사진 항목은 제목만 붙였을 뿐, 아무 설명 없이 그냥 비워둔 채로 출간했었다.” – 33쪽

“가장 차가운 땅에서도, 가장 낯선 바다에서도 나는 들었네 빈 잔은 채워지기를, 노래는 불려지기를, 편지는 전해지기를 갈망한다. 
나는 돌아가고자 한다. 진짜 집으로. 나의 엄마에게로.” – 34쪽

 
 

가지고 있던 작은 단서들을 시작으로 잃어버린 과거의 퍼즐을 맞춰 나가기 위해 한국, 남해의 ‘진남’으로 찾아 온 카밀라.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알기에는 온전히 자신의 삶만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온 환경의 차이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수많은 주변사람의 삶이 얽혀있고 저마다 다른 이유로 왜곡된 진실을 주장하는 그곳에서 카밀라는 어머니를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현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카밀라의 어머니 ‘정지은’이 살아 있던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그보다 더 오래 전 과거의 이야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카밀라의 시선으로 진행되다가도 다시 정지은이 말하고 있는 3인칭 시점으로 옮겨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당시의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자신의 상황을 바탕으로 하는 왜곡된 시선일 수도 있다. 사실대로 드러나기에는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사건들은 객관적인 기록으로 ‘바람의 말 아카이브’에 숨겨졌다가 카밀라의 마지막 퍼즐로 발견됨에 따라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누구나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짐작할 뿐 연결되지 못하고 작거나 크거나 오해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카밀라는 어머니를 향한 관심과 노력으로 그러한 심연을,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를 연결했다. 이렇듯 책에 담긴 노동자와 기업, 선생님과 제자, 연인, 수많은 타인들의 심연은 서로의 무지로서 생겨난 것이고, 그 심연을 넘어 서로가 닿는 것은 ‘신비’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는 어떤 ‘결실’이 아닐까?

 
 

글. 땡스북스 김욱 실장

김연수
전통적 소설 문법의 자장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소설적 상상력을 실험하고 허구와 진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학과를 졸업.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장편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나섰다. 대표작에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7번 국도>, <굿빠이, 이상>,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소설집 <스무 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등이 있다. 역서로는 <대성당>(레이먼드 카버), <기다림>(하 진), <젠틀 매드니스>(니콜라스 바스베인스), <달리기와 존재하디>(조지 쉬언) 등이 있다. 2001년 <굿빠이, 이상>으로 제14회 동서문학상을, 2003년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제34회 동인문학상을, 2005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제13회 대산문학상을, 그리고 2007년에 단편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제7회 황순원문학상을, 2009년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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