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디자이너.11_<브랜드와 디자인의 힘> 외

 

상품이 좋더라도 디자인에 공을 들여도 사람들이 알지 못하면 수많은 상품 사이에 묻혀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상품의 이름이며 디자인이 그 상품의 본질을 담지 못하면 그 역시 오래 남을 수 없다. 산업화로 인해 더 이상 하나뿐인 상품은 존재하지 않고 비슷한 기능, 가격으로 시장을 공유한다. 말 그대로 무한경쟁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런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기억되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들이 ‘브랜드’를 만들고 투자하는 것도 그런 노력이다.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또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궁금하다면 참眞이슬露, 처음처럼, TROMM, 식물나라, 이니스프리, 딤채, 엑스캔버스 등 이름만으로도 상품의 이미지가 떠오를 만큼 인지도 있는 브랜딩 디자인을 하는 회사 ‘크로스포인트’의 손혜원 대표가 쓴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브랜드 리뉴얼은 새로운 것들을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현존하는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다. 나아진다는 것은, 장점을 강조하고 단점은 바로잡아가는 것일 뿐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것은 아니다. 단,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본질을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 11쪽

“프레젠테이션에 노하우는 없다. 얼마나 충실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는지가 바로 노하우이다. 내용 없는 설명의 기술은 무의미하다. 모든 브랜드의 개발 과정이 다르듯, 모든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도 다르다. 이러한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노하우이다.” – 56쪽 

“너무 간결한 로고를 제안하면 마치 디자인을 덜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까 우려되어 ‘TROMM’의 ‘O’를 집중적으로 스터디하였다.” – 147쪽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며 크게 히트한 제품들을 분석해 보면, 어느 경우에나 마치 소비자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느껴질 만큼 꼭 필요한 제품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 150쪽

“브랜드 네임을 짓는 일은 종자를 선택하는 일과 같다. 콩을 원한다면 콩이 열리는 브랜드 네임을 선택해야 하며 장미를 즐기려면 장미나무를 심어야 한다.” – 151쪽

“디자인 작업의 디테일은 언제나 실제로 적용을 해봐야만 결정할 수 있다. 타이포그라피의 선택, 대문자와 소문자, ‘횃불’의 형태와 크기,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최선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디자인 스케치는 계속된다.” – 350쪽

저자. 손혜원
브랜드네이미스트이며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디자이너.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1986년 크로스포인트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1990년부터 현재까지 크로스포인트 대표로 일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교수를 역임했고, 서울디자인센터 이사, 모새골 이사, 열매나눔재단 이사,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스티벨리 ㆍ매직스ㆍ보솜이ㆍ 식물나라 ㆍ이니스프리 ㆍ참나무통맑은소주 ㆍ참眞이슬露 ㆍTROMM ㆍ키친바흐ㆍ처음처럼 ㆍ엑스캔버스 ㆍ힐스테이트 ㆍ닥터자르트 ㆍ투쿨포스쿨 등의 히트 브랜드와 한국타이어 ㆍ티스테이션 ㆍ대상그룹 ㆍ솔브레인 ㆍ삼구아이앤씨 등의 기업 이미지를 개발했다. 크로스포인트는 1986년에 설립된 브랜드 전문 회사이다. 손혜원 대표의 브랜딩과 디자인 능력을 통한 성공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올해로 27년째 이어져오고 있으며, 특히 1998년의 참이슬, 2006년의 처음처럼과 현대아파트 힐스테이트, 그리고 최근의 닥터자르트와 투쿨포스쿨 화장품 브랜드 개발 사례는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기업의 매출을 올리는 데도 크게 기여하여 해외에서도 관련 업무의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2006년 11월에는 뉴욕지사를 설립했다. www.crosspoint.co.kr

<플레이보이>를 직접적으로 구독한 경험이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레이보이의 토끼 심볼을 쉽게 알아볼 것이다. 우리는 많은 유명 잡지들을 알고 있고 이것 또한 그들 중 하나일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플레이보이지는 그 성격을 달리해왔다. 그저 단순한 포르노 잡지로 여기기에는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이 실로 강력한 것이다.

 

사실 <플레이보이>는 미국의 성문화에 킨제이 보고서 만큼이나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고 평가되곤 한다. 킨제이 보고서가 심층적인 리서치를 통한 인간 본연의 성적 행동을 밝혀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면, 플레이보이지는 전통적 가치관에 의하여 그간 검열되고 억제되어 왔던 성문화를 대중문화 속에서 실현하고, 또 이를 스타일로서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전설들을 남기며 시대의 문화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플레이보이. 그렇다면 이 플레이보이 철학의 창시자 휴 헤프너는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1939년 그는 어머니와 함께 할리우드 영화제작규약이 실행되기 전에 제작된 영화를 재상영하는 극장에 갔다. 영화 속 여자가 음란한 말을 하자 어머니가 속삭였다. “요즘은 저런 대사가 용납되지 않을텐데.” 휴는 혼자 생각했다. “용납되었으면.” – 47쪽 

“에너지 넘치는 소년 헤프너는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저널리즘이 하나의 통로가 되었다. 2학년 때는 <모래시계>라는 소규모 신문을 발행했고, 다음 해에는 정규 학교신문인 <스타인메츠 스타>의 기자, 만화가, 유통관리자로 활동했다. 연극에도 관심을 품고 몇 편의 학교 연극에 출연했다. <죽은 자의 땅에서 돌아오다>라는 15분짜리 공포영화도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과 출연까지 겸해서 제작했다.” – 41쪽

“<플레이보이>의 환상은 육체적 쾌락과 정서적 충족을 찾아 사교 현장을 활보하는 거침없는 개인을 그렸다. 또 세련된 청년과 매력적인 여자가 결혼의 의무에 매이지 않고 즐거운 성을 누리는 이미지를 제시했다. 헤프너는 독자에게 “현대의 자기충족 문화에서 섹스는 정당하게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섹스가 자기실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면 그 존재 이유야말로 정당하다”고 했다. (중략) 헤프너의 성해방 환성은 이런 새로운 전망을 표현했다. “나는 우리의 잡지가 현실 세계와 꿈의 세계에 반반씩 걸쳐 있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를 다 포함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꿈과 열망이 없다면 인생은 우중충할 것이다.” <플레이보이>의 성혁명론은 전혀 우중충하지 않은 세계를 약속해서 독자를 기쁘게 했다.” – 149쪽

사실 플레이보이의 창간자 휴 헤프너는 우리에게 낯선 인물이 아니다. 많은 미디어매스를 통해 그의 삶은 끊임없이 노출되어 왔으며 이미 헐리우드의 전설적인 유명 인사이다. 그는 성인들의 디즈니랜즈라 표현되는 ‘플레이보이 멘션’의 통치자로 살아간다. 항상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 사이에서 생활하며 많은 남성들의 부러움을 받는 백발의 휴 헤프너. 몇 해 전 여성보다 보드게임에 더 열중한다는 가십 기사에 사실과 다르다며 대응하는 그를 보고 여전히 현존하는 전설임을 증명하며 살아가는 삶이 괜스레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사업과 라이프에 대한 휴 헤프너의 여전한 혈기는 그의 삶이 플레이보이 그 자체임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글. 땡스북스 김정연

휴 마스턴 헤프너 Hugh Marston Hefner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휴 헤프너는 진보주의자로도 평가 받는다. 자칫 이런 점을 간과하고 통속적인 호기심으로만 접근한다면 그의 엄청난 아우라에 놀랄 것이다. 아무튼 탈 많고, 문제 많은 이 논쟁적 인물의 평전은 굉장한 문화적 충격과 지적 혼란을 선사한다. 1953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약 60여 년에 이르는 ‘플레이보기 제국’의 역사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은 그를 선정적이고 빤한 도색잡지의 발행인으로만 매도하기는 그리 간단치 않음을 알려준다. 그의 한편은 성혁명가, 여성해방론자, 페미니스트, 낭만적 자유주의자의 얼굴로 언론 자유의 투사로 활약했으며 시대의 낡은 담장을 허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한편은 말초적 쾌락주의자로 현대사회에 넘쳐나는 포르노 이미지를 아로새긴 대책 없는 문제아이며 탕아이다. 미국에서 부와 명성을 움켜쥐는 과정에서 헤프너만큼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거의 없다. 그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수많은 시선은 크게 상반된다. 그러나 이해라는 것이 겉핥기나 열광을 뛰어넘는 것이라면 평생을 논쟁 속에 산 이 잡지 발행인에게는 이제 다른 각도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스티븐 와츠 Steven Watts
미조리대학의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The People’s Tycoon: Henry Ford and the American Century>, <The Magic Kingdom: Walt Disney and the American Way of Life>, <The Republic Reborn: War and the Making of Liberal America, 1790~1820> 등을 비롯한 다수의 책을 저술했다. 특히 <The Republic Reborn: War and the Making of Liberal America, 1790~1820>은 National Historical Society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American Studies Association에서 ‘최고의 책’을 수상했다.

고정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드링킹: 알코올, 그 치명적 유혹>,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순수의 시대>,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노 맨스 랜드>, <나웅가의 노래>, <큰바위 얼굴>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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