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밑도 끝도 없는 인터뷰.1_김준 편

 

밑도 없이 질문하고. 김준 디자이너

끝도 없이 답하고. 김준 디자이너



밑도 끝도 없는 인터뷰 첫 번째 시간입니다.

이 인터뷰는 디자이너 김준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분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는 컨셉으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김준, 저 자신입니다. 앞으로 이 연재를 이끌어나갈 

제가 여러분에게 인사도 드릴 겸, 1인 2역으로 저를 인터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답하는 김준 (이하 준2): 34년을 살아왔는데 한 꼭지에 소개를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물어보는 김준 (이하 준1): 질문은 제가 하는 겁니다.
준2: 네 안녕하세요.
준1: 간단하게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준2: 네.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요,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그림이나 카툰을 그렸고. 대학을 졸업하고 프리랜서 활동을 하다가 안그라픽스라는 디자인회사에 입사해서 7년째 잘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준1: 안그라픽스는 어떤 회사입니까?
준2: 어느 설문조사에 디자이너가 가고 싶어하는 회사로 꼽힐 정도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경험해보고 싶은 곳이죠. 좋은 선배들도 많고 공부하는 환경도 좋고. 제가 다른 회사를 많이 경험해본 게 아니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좋은 회사입니다.
준1: 회사 홍보하는 사람입니까?
준2: 그냥 느낀 대로 얘기한 겁니다.

김준의 책상

준1: 운영하는 블로그(http://zuny78.blog.me)를 보면 회사 생활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일은 별로 안하고 재미있게 회사 다니는 거 같습니다.
준2: 재미있는 부분만 강조해서 포스팅을 하다 보니 더 그렇게 보일 수가 있죠. 실제로 제 블로그를 보고 굉장히 재미있는 회사를 기대하고 면접 보러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준1: 그럼 실제는 재미가 없다는 건가요?
준2: 어느 회사나 어느 조직이나 자기 하기 나름인 거 같습니다. 재미있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어도 자기 혼자 이어폰 끼고 있으면 재미있는 얘기를 못 듣게 되니까요. 같이 어울리며 즐기고 해야 전체적으로 다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 거죠. 
준1: 그래서 재미 있다는 겁니까? 없다는 겁니까?
준2: 같은 공간 안에 있어도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얘기죠.

준1: 대학생이 어떻게 만화가가 되었습니까?
준2: 2000년에 전역하니 인터넷이 대중화 되어서 그림을 그리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세상이 열렸더군요. 그래서 친구들의 재미있는 얘기들을 그려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우연히 <PAPER>라는 잡지에서 그걸 보고 연락이 와서 연재를 시작했고 그렇게 데뷔했습니다.

<PAPER>에 연재했던 카툰

<bling>과 작업한 MTV 홍보페이지 일러스트

일러스트 개인 작업

준1: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 뭡니까? 
준2: 어렸을 땐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중학교 때 친구들을 배우 시켜서 캠코더로 영화도 찍고 그랬습니다. 
준1: 요즘에 만든 것도 있습니까?

 

준2: 위 영상은 몇 달 전에 사진을 여러 장 찍어서 이어 붙인 건데, 누가 시켜서 만든 건 아니고 그냥 만들어보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요즘엔 디지털카메라로도 훌륭한 화질의 영상을 찍을 수 있고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편집도 할 수 있고 너무 좋습니다. 조만간 뮤직비디오를 한 번 만들어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준1: 어떻게 만든 건지 자세히 좀 얘기해보시오.
준2: 디지털 카메라 중에 시간을 지정해놓으면 그 시간간격으로 사진이 찍히는 인터벌 촬영이라는 기능이 있는 카메라가 있습니다. ‘타임랩스(Time lapse)’이라고도 하는데 캐논 카메라는 ‘인터벌 촬영’이라는 용어를 쓰더군요. 약 10년전쯤에 샀던 G3 카메라에 그 기능이 있어서 찍어봤습니다.

준1: 평소에 G3로 사진을 많이 찍나요?
준2: G3는 인터벌촬영을 할 때만 쓰고, 중요한 사진이나 동영상은 큰 돈 들여서 장만한 5D mark2로 찍습니다. 그렇지만 무거워서 평소에는 주로 아이폰으로 많이 찍습니다.

타임랩 작업 화면

준1: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합니까?
준2: 기본적으로 웹디자인을 하는데 그 외에도 기획을 하거나 사진을 찍기도 하고 영상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준1: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참 많이 하는군요.
준2: 다 잘 하는 건 아닙니다. 
준1: 그럴 줄 알았습니다.

 

준2: 컨텐츠 만드는걸 좋아합니다. 
준1: 그게 왜 좋습니까?
준2: 다른 사람들은 퇴근하고 밤새 당구를 치든지 술을 진탕 마시든지 하는데, 저는 뭔가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게 재미있습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과 함께 <bopper>라는 잡지를 만들었습니다. 잡지라고 하기도 창피한 책인데 친구들에게 원고를 받아서 디자인 하고 복사기로 복사해서 40페이지짜리 흑백 월간지를 매달 100권씩 만들어 팔았습니다.

 

준1: 많이 팔렸습니까?
준2: 지금 생각해보면 책이 좋아서 사준 게 아니라 불쌍해서 사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많은 분들이 열심히 해보라며 1년 정기구독료 몇 만원을 선뜻 입금해주시기도 하셨고 얼굴도 모르는 많은 분들이 전국에서 돈을 보내주셨습니다.
준1: 그래서 잘 운영했습니까?
준2: 하다 보니 힘들어서 4개월 만에 휴간하게 되었고, 아직까지 휴간 상태입니다.

 

준1: 돈은 다 환불해줬나요?
준2: 정기구독료를 그 당시 여자친구 통장으로 입금 받았는데 그분과 헤어지면서 돈의 행방도…
준1: 사기 아닙니까?
준2: 그래서 나중에 다른 책을 한 권 보내드리고. 아직도 돈을 보내주신 분들의 리스트를 갖고 감사해하며 평생 빚으로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준1: 그래서 결국 환불 안 해줬다는 거군요.
준2: 노코멘트

 

준1: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활동중인 데 직장인이 얼마나 시간이 남아돌길래 파워블로그가 되었습니까? 네이버에 ‘빽’이라도 있습니까?
준2: 전혀 없습니다. 저도 제가 어떻게 파워블로그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하루하루를 기록한다고 생각하고 운영했는데 운 좋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사진 한 장 올리고 글 몇 마디 쓰는 게 시간 얼마나 잡아 먹는다고 그러십니까. 시간 별로 안 걸립니다.

준1: 회사 들어가서 작업한 것 중 기억 남는 건 뭐가 있습니까?
준2: 제일 기억에 남는 작업이라면 아시아나 여행웹진(http://webzine.flyasiana.com)이 생각나는군요. 여행지를 소개하는 내용인데 ‘카메라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3년 정도 진행했습니다. 카메라군과 다른 일러스트도 직접 그리고 여행지 사진도 대부분 직접 가서 촬영했습니다.
준1: 사진을 직접 찍었다면 외국을 엄청 다녔겠군요.
준2: 격월 업데이트여서 두 달에 한 번씩 외국 관광지를 돌며 출장을 다녀야 했습니다. 
준1: 남들은 돈 주고 해외여행 가는데 좋은 프로젝트를 맡아서 참 운이 좋군요.
준2: 다들 그렇게 부러워하는데 안 좋은 점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준1: 됐습니다! 그런 복에 겨운 소리는 하지 마십시오!!!

아시아나 여행웹진(http://webzine.flyasiana.com)

카메라군 캐릭터

아시아나 여행웹진 손글씨 타이틀

준2: 이 사이트를 만들었던 2007년쯤에는 보통 여행사이트가 쨍한 사진들과 깔끔한 타이포로 이루어졌는데 아시아나 웹진 작업을 할 때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스캔을 받는다든지 그 지역에 맞는 기분으로 손글씨 타이틀을 쓴다든지 해서 최대한 아날로그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준1: 배경음악도 항상 나오던데요.
준2: ‘닥터코어911’과 ‘상상밴드’의 리더로 활동하시는 뮤지션 ‘쇼기’님에게 매 호마다 의뢰를 해서 배경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페이지 작업을 끝내고 사진 이미지들과 스토리들을 jpg 파일로 보내드리고 그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매번 새로 작곡을 했습니다. 
준1: 재미있었습니까?
준2: 매번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준1: 퇴근하고 집에 가면 뭐합니까? 
준2: 영화보고 만화책 보고 그럽니다.
준1: 책은 안봅니까?
준2: 책도 봐야 하는데 영화랑 만화책도 볼게 엄청 많아서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 세상에는 책이나 영화나 뭔가 보고 느낄 컨텐츠들이 엄청 많아서 빨리빨리 안보면 놓칠까 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많은 걸 보려고 합니다.

 

준1: 그런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까?
준2: 엄청 받습니다. 작업을 할 때쯤 뭘 봤는지에 따라서 많이 스타일이 바뀝니다. 참고로 아시아나 웹진 작업을 할 때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물지도를 만드는 기분으로 디자인을 했었죠.
준1: 요즘 재미있게 본 영화나 만화책이 있으면 추천 좀 해보십쇼.

준2: 하나자와 켄고의 <아이 엠 어 히어로>라는 만화책이 있는데 그림도 잘 그리고 너무 재미있더군요. 그 작가가 그린 <보이즈 온 더 런>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최근에 본 것들 중에는 <범죄와의 전쟁>이 참 좋았습니다. 내용도 좋고 주인공들도 멋있어서 집에 와서 주인공 그림도 그려보고 그랬습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보고 작업한 일러스트

준1: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아니면 안그라픽스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이 있습니까? 
준2: 요즘 디자인 회사들이 많아지고 우리 회사보다 더 좋은 회사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회사들이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되는데요. 실력보다 심성을 더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모든 프로젝트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여러 의견을 가지고 조율을 하며 진행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다른 사람들과 융화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면 별로 안 좋을 거 같네요. 실력은 배우면 좋아질 수 있는데 배우려는 자세나 인간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 거 같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자기의 실력도 인정하는 그런 사람이 제일 좋은 사람 같아요. 인간성도 좋고 실력도 좋으면 더욱 좋겠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받아드릴지 이런걸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용자에 대한 배려를 생각 안 할 수가 없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준2: 뭔가 그럴듯한 얘기를 하는군요. 어디서 주워듣고 온 겁니까?
준1: 경험을 통해 느낀 생각들입니다.

개인 블로그 ‘김준의열린머리속’

준1: 너무 많은 얘기를 했더니 이제 지치는군요. 더 할 얘기 있습니까? 
준2: 블로그 주소나 얘기하고 끝내겠습니다.
준1: 이렇게 해서 방문자수를 늘리려는 속셈입니까?
준2: http://zuny78.blog.me 입니다. 그럼 더 질문할 거 없으면 여기서 끝내죠.
준1: 네, 그럼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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