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전자책을 말하다.1

6회에 걸쳐 연재하는 이번 칼럼에서는 전자책(e-book)과 관련된 다양한 용어의 정확한 정리를 바탕으로 e-Pub, app book, web book 등 여러 파생 모델이 제작되고 유통되는 방식과 그 시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기존 전자책 시장을 바꿔나가려는 움직임과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이를 통해 전자책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현 시점의 상황을 인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계획이다.

글. 박윤호 포도트리 UI/UX Lab 디렉터 겸 이사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된 요즘, 누구라도 한번쯤은 전자책 혹은 e-book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설령 들어보지 못했더라도 지하철, 버스, 또는 커피숍에서 휴대전화나 태블릿PC를 이용해 책과 문서를 읽고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만큼 전자책이라는 형태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최근 스마트 기기와 함께 활기를 띄고 있는 컨텐츠 소비 변화의 패러다임을 앱북(app book), 이펍(e-Pub), 웹북(web book) 등 확장된 형태의 전자책이 이끌어 가고 있다.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기기

전자책의 탄생과 대중화

 
 

전자책(e-book)은 ‘Electronic Book’의 줄임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문자나 화상과 같은 정보를 전자매체에 기록하여 서적과 같은 쓰임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를 총칭한다. 미국의 경우 전자책이 대중화 되기 시작한 첫걸음은 1999년 3월,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Stephen King)이 자신의 신작 <Riding Bullet>을 온라인으로 출판해 짧은 시기에 수십만 부의 판매한 것을 그 시작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스티븐킹의 소설 표지(왼쪽)와 당시 <TIME>에 소개되어 이슈화된 온라인 출판 사례

이 사건 이후 미국 대형 출판업계가 전자책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고, 대중의 머리 속에는 ‘전자책’이라는 용어의 개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킨들(Kindle)이라는 전자책 리더기로 대변되는 아마존과 아이패드(iPad)라는 스마트 패드(Smart Pad)로 대변되는 애플에 힘입어 2011년 2월, 드디어 전자책이 오프라인 출판물 판매량을 넘어서는 시대를 맞기도 했다.

아이패드(왼쪽)와 킨들 파이어(오른쪽)

이에 반해, 국내는 2004년 전자책이 정식 출판물로 등록되기 시작했고, 2011년 기준으로 전자책은 국내 출판시장의 2%를 점유하는데 그쳤다. 미국과 비교해볼 때 국내 전체 책 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잠재적인 성장세만큼은 눈 여겨볼만하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전용 전자책 리더기 등 e-Book을 소비할 수 있는 디바이스의 높은 보급률 증가와 더불어 출판사, 유통사(교보문고, 인터파크, 네이버 등), 통신사(SK, KT 등)의 적극적인 사업모델 확장에 힘입어 국내 전자책 시장은 전년대비 5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예상치는 3,25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IT 물결을 파도 삼아 국내 전자책 시장도 비로소 대중화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고 말해도 큰 무리는 없다.

왼쪽부터 교보, 리디북스, 네이버북스

종이책이 좋아? 전자책이 좋아?

 
 

초기 전자책 성장과 더불어 나타난 업계 관심사는 종이책과 전자책 중 어느 것이 살아 남을지 여부였다. 마치 아이에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를 물었을 때 보통 “둘 다 좋다”는 결론이 나는 것처럼 결국, 소비자들은 “둘 다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종이책과 전자책이 보여주는 각각의 장점을 저울질 하다 서로의 상호 배타적인 매력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어느 한쪽 시장이 잠식당하리라는 우려와는 달리 기존 종이책 시장의 성장과 함께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시장은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안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책은 죽지 않았다. 단지 디지털로 진화할 뿐이다’라는 제목의 <Newsweek>표지

이러한 결과는 종이책과 상이한 전자책 고유의 특성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요층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종이책이 수세기에 걸쳐 이어온 독서 경험의 관성과 종이라는 재질 특유의 물리적인 감성적 매력을 지닌다면, 전자책은 물리적 저장성의 한계를 극복해 수많은 서적을 휴대할 수 있고 음성, 동영상, 인터랙션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가 첨가되어 보다 입체적으로 컨텐츠를 전달하는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종이책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서점에서 수많은 책 사이를 둘러보고 직접 만지고 서로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구입하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이 있다면, 전자책은 언제 어디서나 구매가 가능하며 종이책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애플의 iBooks와 앱북. 저장 가능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삽입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와 아빠 모두 아이에게는 본질적으로 ‘부모’이기 때문에 둘 모두 소중하게 느껴지듯이 출판시장의 양극화가 아닌 새로운 전자책 시장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다. 책을 담는 그릇은 다양해졌지만 그릇 속에 담긴 ‘책’이라는 본질적 가치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빠른 이해를 위한 전자책 핫 키워드

 
 

앞서 간단히 언급한바 있지만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전자책 시장의 중심에는 이펍(e-pub)과 앱북(app book)이 라는 키워드가 있다. 먼저 이펍은 이북의 국제표준 규격을 정하는 국제출판포럼(International Digital Publishing Forum)에서 2007년 이전에 존재하던 오픈 이북 표준을 대체하기 위해 채택한 새로운 공식 표준 규격인 ‘Electronic Publication’의 약자다. 이는 다양한 디바이스와 서비스 업자들이 존재하는 전자책 시장에서 효율적인 컨텐츠 변환과 유통, 관리를 위한 표준 파일 포맷이다.

 
 

이펍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디바이스의 크기에 따라 페이지 레이아웃이 가변적으로 변형 가능하며 CSS스타일 기준으로 각 환경의 시스템에서 지원하는 서체로 자동 변경 되거나 사용자 임의의 변경 또한 가능하다는데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수많은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변환, 유통되고 다양한 디바이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속도와 효율성을 확보 할 수 있었고 결국 전자책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

아마존 킨들을 이용해 유통되고 구현되는 이펍의 사용 사례

파일 변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이펍 파일을 아이패드에 맞게 컨버팅한 사례

다음으로 앱북(app book)은 킨들과 같은 전용 리더기가 아닌 iOS 기반의 아이폰(iPhone), 아이패드, 안드로이드(Android) 기반의 휴대폰과 태블릿PC, 텔레비전 등에서 사용되는 단독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작된 책을 말한다. 기존의 이펍 파일 적용은 물론 다양한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담을 수 있고 터치 인터랙션을 통한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읽기 위주의 단일화되었던 기존 전자책 경험을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경험의 스펙트럼을 확장했다는 것이 앱북이 지닌 경쟁력이자 혁신이다.

 
 

앱북이 세상에 나온 지 약 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2년 전에 앱북 형태로 제작된 <WIRED>를 접했을 때의 감동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불과 2년 사이에 꿈꿔오던 전자책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셈이지만 제작자의 입장에서 그만큼 앱 하나의 제작 시간과 비용 또한 증가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양적인 컨텐츠 확충이 더딘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2010년 출시와 동시에 출판 업계에 충격을 던져주었던 <WIRED>

앱북의 다양한 형태. 위에서부터 아이패드 용 전자교과서 <Textbooks>, 앱의 전설로 남을 최초의 인터랙티브 동화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앱북 형태의 스토어 모델을 개척한 <who?>시리즈

앞에서 살펴본 두 가지 키워드는 현재 전자책 시장의 이슈를 정확히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많은 컨텐츠의 원활한 유통과 혁신적인 경험이 주는 차별화 사이에서 전자책 시장은 하루하루 변화와 혁신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자책의 시작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동시에 필수 용어를 하나하나 짚어보며 전자책 시장의 멘탈 모델(Mental Model)을 그려봤다. 다음 글에서는 전자책 시장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업계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전자책 시장의 트렌드와 그 중심을 관통하는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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