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맞은 폰트를 선택하는 방법 #1

¶ 7월 16일자 산돌구름 <구름레터>에 소개된 글입니다.

 

웹(Web)의 95%는 문자다

디자이너는 문자를 타이포그래피로 변환해 정보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서 딱 맞는 폰트를 고르는 것은 상당한 센스와 문제해결능력을 필요로 하죠. 그만큼 폰트를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타입투게더의 공동 창업자인  베로니카 뷰리언(Veronika Burian)과 호세 스카글리오네(José Scaglione)가 알맞은 폰트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라틴 폰트를 기본으로 하는 설명이지만 한글 폰트에도 접목할 부분이 있으니 잘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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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절한 제목용 폰트와 본문용 폰트를 사용한 예시
 
 

  

(1) 크기가 중요한가요, 길이가 중요한가요?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폰트의 구조와 콘텐츠의 관계입니다. 긴 글을 작은 크기로 사용할지, 짧은 글을 큼지막하게 사용할지에 따라 본문용 폰트와 제목용 폰트를 가려서 사용해야 하죠.

속공간이 크고, 획의 맺음 부분이 열려 있으며, 독특한 모양을 가진 폰트는 가독성이 좋아 본문용 폰트로 적합합니다. 라틴으로 치면 올드 스타일(Old style)의 숫자와 대소문자의 차이가 분명한 폰트를, 한글로 치면 세리프(부리)가 있고 받침 아래로 약간의 리듬이 느껴지는 폰트를 사용하면 문장이 조화로워 보일거예요.

반면 제목용 폰트는 많은 글자를 한 줄에 실어야 하기 때문에 압착된 모양이 많아요. 특히 내용이 긴 제목에서는 깃발처럼 펄럭이는 인상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라틴으로 치면 글자들의 크기가 대소문자를 막론하고 일정한 편이고, 한글로 치면 꽉 찬 네모꼴의 폰트가 자주 사용됩니다. 본문인지 제목인지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사용될지를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좀 더 쉽게 답을 알 수 있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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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많은 폰트를 사용해서 정신 없는 포스터
 
 

 

(2) 몇 가지 폰트를 쓸 생각인가요?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 장바구니 리스트를 적어 가곤 하죠? 폰트의 과용을 막기 위해, 작업에 꼭 필요한 폰트의 수를 미리 생각해두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사용하는 폰트의 종류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습니다.

디자인 작업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의 다양한 요소를 온전히 나타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량 안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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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탤릭, 볼드, 작은 대문자 등 여러 요소를 사용해 결을 구분한 사전의 본문
 
 

 

(3) 독서용인가요, 참고용인가요?

글을 읽는 목적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소설책을 읽을 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읽지만, 사전과 같은 참고도서를 읽을 때에는 필요한 부분만을 빠르게 찾아 읽죠. 그렇다면 당연히 책의 종류에 따라 폰트 사용 또한 달라지겠죠?

소설책과 같은 쓰임의 경우, 읽을 때 피로를 덜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는 세리프(부리) 계열의 폰트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낮은 획대비를 가진 폰트라면 더욱 좋겠죠. 반대로 참고도서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오랜 시간 집중해서 보지 않기 때문에, 한 지면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압축된 형태의 폰트가 필요합니다. 인쇄 공간 절약을 위해서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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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하지 않는 글자가 있어 ‘빈상자(tofu)’로 표현된 글립
 
 

 

(4) 발음기호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폰트를 골랐나요?

비욘세(Beyoncé)와 같이 발음 기호를 포함한 텍스트를 만들 때 확인해야 할 것은, 필요한 글자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지예요. 실제로 작업을 하다보면 외국 이름이나 장소의 몇몇 악센트 또는 작은 대문자(small caps)등을 표현할 폰트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아요.

한글 폰트도 예외는 아니죠. 2,000자 남짓의 폰트인지, 11,172자를 모두 담고 있는 폰트인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11,172자로 만들어진 폰트가 아니라면 ‘똠얌꿍’이나 ‘이와이 슌지’ 같은 단어가 제대로 타이핑되지 않을 수 있어요. 따라서 작업 시작 전, 폰트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많이 알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작업 전에 각 폰트회사에 해당 글자가 폰트 파일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미리쓰기를 이용해 테스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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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해상도 인쇄에 효과적인 폰트(좌)와 저해상도 인쇄에 효과적인 폰트(우)
 
 

 

(5) 책, 신문, 스크린의 차이를 기억하세요

폰트가 구현되는 매체도 중요합니다. 대개 매일같이 폰트에 노출되고 훈련된 디자이너들은 폰트의 구조를 보고 언제, 어떤 크기로 사용해야 할지 감을 잡습니다. Maiola나 Sabon 같은 도서용 폰트 패밀리의 세부 디테일을 보면, 그 섬세한 모양을 망치지 않기 위해 고화질 인쇄와 넉넉한 지면이 필요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죠.

반면 신문이나 스크린용으로 개발된 폰트는 딱딱한 인상에 세련된 느낌이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Georgia나 Abril Text 같은 폰트는 저 해상도 렌더링이나 작은 크기로 인쇄했을 때 훨씬 적합하죠. 만약 Bodoni 같은 폰트를 거친 종이에 인쇄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Bodoni의 매우 가는 획들은 거친 종이의 질감에 모두 망가져버리고 말 거예요.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에는 인쇄해서 직접 비교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 8월 20일 구름레터에서 2부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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