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바뀌는 MS의 기본 영문 폰트 파헤치기

¶ 6월 18일자 산돌구름 <구름레터>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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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의 폰트 교체?!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가 SNS를 통해 중대한 소식(?)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바로 2007년부터 MS Office의 기본 영문 폰트였던 ‘Calibri’를 대체할 새로운 폰트를 찾는다는 것이었죠. 후보는 총 5개. 모두 Office365 이상을 쓴다면 누구나 사용해 볼 수 있는 폰트예요. MS의 디자인팀은 트위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MS의 한글 기본 폰트인 ‘맑은고딕’을 제작한 산돌구름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산돌의 ‘라틴 폰트 전문가’ 김초롱 PD가 다섯 가지 폰트를 모두 사용해보고 각 폰트에 대한 느낌을 정리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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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그로테스크 산스
Tenorite의 가장 큰 특징은 본문용의 Tenorite와 제목용의 Tenorite Display가 같은 패밀리로 보이지 않을 만큼 다른 인상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Tenorite는 Avenir의 영향을 받아 넉넉한 속공간과 사잇공간을 지닌 덕에 깨끗하고 밝은 인상을 주고 있어요. 특히 대소문자 ‘o’의 비율이 정원에 가까워서 이와 연계된 다른 둥근 형태의 글자들(C, G, Q, b, d, p, q, c, e)들로 인해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Tenorite Display의 ‘o’를 보면 세로가 약간 더 긴 비율로 타원에 가깝고, 이와 연계된 글자들 또한 세로비율이 약간 길고 폭이 좁습니다. 그래서 같은 글을 조판했을 때 글줄이 짧아지고, 보다 촘촘하고 단단한 인상을 주지요. 후보군의 다른 폰트들과 달리 1층 구조의 소문자 a를 적용해 단순하고 정돈된 인상을 배가시킨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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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타이포그래피에 약간의 온기를 더하다
이름이 어렵죠? 우리말로는 ‘비어슈타트’라고 부르면 되는데요. Bierstadt는 언뜻 보면 네오 그로테스크 산세리프 계열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살펴보면 일반적인 네오 그레테스크와는 조금 달라요. 소문자 f, t의 획맺음은 세로직각 잘림으로 Helvetica를 따라갔으나, b나 n 등에서 세로획과 곡선이 만나는 곳의 구조는 매끈하게 연결되는 일반적인 네오 그로테스크의 구조가 아닌 획의 쓰기 순서를 엿볼 수 있는 구조를 따랐지요. 이외에도 2층 구조의 소문자 g, 둥근 형태를 강조한 대문자 G, 중간 아랫부분에 공간을 만들어준 대문자 M, 곡선을 적용한 대문자 Q의 꼬리와 소문자 l의 아래쪽 획을 보면, Helvetica나 다른 스위스 타이포그래피의 영향을 받은 포트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졌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러한 특징들때문에 기존의 네오 그로테스크 계열의 폰트들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인상을 전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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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의 대비가 특징인 휴머니스트 산스
Skeena는 다섯 개의 후보군 중 획의 대비가 가장 잘 보이는 폰트예요. 특히 Skeena Display는 거의 휴머니스트 세리프 계열의 폰트가 연상될 정도의 획대비를 갖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어센더가 시작하는 부분의 획이 사선으로 그려졌고요. 소문자 c, e, s, t, j, y의 아래쪽 둥근 획의 맺음은 예각으로 처리되어 있어요. 이것을 보면 좀 더 날렵하게 보일 수 있도록 납작펜으로 썼을 때 나타나는 형태를 특징적으로 반영한 것처럼 보입니다. 대문자 C나 S를 보면 전반적으로 열린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도 Skeena가 휴머니스트 산스의 특징을 잘 살린 폰트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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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리프의 뼈대를 지닌 휴머니스트 산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Seaford를 봤을 때, Hans Eduard Meier의 Syntax라는 폰트가 생각이 났어요. 아마도 Syntax와 Seaford 모두 ‘휴머니스트 세리프의 뼈대와 비율을 가진 산세리프’라는 컨셉에서 시작했기 때문이겠죠? 크고 넉넉한 대문자와 오밀조밀한 소문자의 크기 차이와 비율의 관계 또한 휴머니스트 세리프가 가진 특징을 잘 반영한 것 같아요. 특히 소문자 a의 윗쪽 곡선이나 c의 아랫쪽 곡선이 급격하게 꺾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큰 크기에서는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작은 크기에서 보면 이 부분이 휴머니스트 골격의 인상을 강화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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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의 DNA에 가독성을 입힌 지오메트릭 산스
Grandview는 한국에서도 많이 사랑받는 Din의 뼈대 및 특징을 그대로 살리되 소문자는 약 4~5%, 대문자는 약 2% 정도 너비를 넓힌 폰트입니다. 덕분에 장문의 텍스트도 소화 가능하죠. Din과 구별되는 뚜렷한 특징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날씬한 너비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질까 우려되어 본문용으로는 사용을 꺼렸던 Din 사용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지 않을까 싶어요. 여담이지만 Grandview를 제작한 Aaron Bell은 산돌구름과도 친한 사이에요. 한글에도 관심이 많아 직접 한글 폰트도 제작하고 있고요. 혹시 모르죠? Grandview가 MS의 차기 영문 기본 폰트로 선정된다면 맑은고딕 이후의 한글폰트에 대한 일종의 힌트를 얻을수도요..?!

 

What’s next?
MS는 위 다섯가지 후보들을 놓고 수개월 동안 테스트와 의견 수렴을 진행할 거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보 중에 세리프 폰트가 없는 부분이 조금 아쉽더라고요. 트위터 반응들을 살펴보면 Calibri 이전의 기본 영문 폰트였던 ‘Times New Roman’을 돌려내라는 과격한 표현부터, Calibri를 제발 건들지 말아달라는 애원, 차라리 ‘Comic Sans’는 어떠냐는 놀림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어요.

아무쪼록 폰트를 사랑하는 여러분도 관심갖고 지켜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MS Office가 비즈니스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만큼, 어떤 폰트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타이포그래피 문화에도 분명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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