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꼴보기집 <커맨드 에프> : 제작자 오새날과 신건모

계원예술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오새날과 신건모는 글꼴보기집 <커맨드 에프(Command F)>를 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더욱 질 좋은 책으로 제작되는 <커맨드 에프>는 어느덧 목표 금액의 700%를 초과 달성하며 모두의 기대를 돋우고 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에 80개의 글꼴을 담기까지, 요모조모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꼴보기집 <커맨드 에프> : 제작자 오새날과 신건모

캡처1

실제 진행중인 크라우드펀딩 페이지 (출처 : 텀블벅)

 

 

오새날 SHINILSA.TUMBLR.COM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정보지식디자인을 공부했다. 타이포그래피 소모임인 텍스트(.txt)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던 2013년, 영문 글꼴에 관한 관심에서 <커맨드 에프(Command F)> 영문판을 만들었으며, 2015년 비슷한 취지에서 한글판을 제작했다. 현재 도서출판 마티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신건모 INSTAGRAM.COM/NAZINSA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그래픽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오새날과 텍스트로 활동하며 함께 <커맨드 에프>를 만들었다. 현재 오경섭, 채희준과 함께 ‘낮인사’라는 이름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다.

 


 

<커맨드 에프> 소개를 부탁합니다.
오새날(이하 ‘오’): <커맨드 에프>는 글꼴보기집이에요. 영문판과 한글판 두 종류로 제작되었는데, 영문판을 먼저 만들었고 한글판은 2년 정도 지난 후에 만들기 시작했어요. ‘커맨드 에프’는 맥 OS 환경의 단축키로, 뜻은 ‘찾아보기’예요. 이 책의 목차이자 표지인 겉면을 보고 ‘이 번호대로 찾아서 봐라’ 이거죠. 그래픽 디자이너가 대부분 그렇듯 저희도 작업하면서 서체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커맨드 에프>는 어떤 서체가 좋은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소책자예요. 디자인을 하다 보면 직접 출력해서 비교해볼 일이 비일비재한데 그럴 때마다 뽑아서 볼 순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대신 출력해서 묶었던 거죠. 질 좋은 종이에 좋은 상태로 뽑아두었으니 어떤 글꼴을 활용할지 참고하여 고민하면 좋겠다는 느낌으로 말이죠. 많이 쓰이고 또 잘 만들어졌다고 하는 서체들을 저희끼리 모으고, 서체 100개 리스트 같은 것들을 참고해서 목차를 구성했어요. <커맨드 에프>는 굉장히 단순한 책이에요. 아무 디테일도 없고, 단순히 서체가 몇 페이지에 위치하는지만 표지를 통해 설명하는 식이죠.

신건모(이하 ‘신’): 시각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디자인하는 것은 요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요리에 채소나 고기 같은 재료가 필요하듯 디자인엔 텍스트나 이미지 같은 재료가 필요한 거죠. 그런데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반찬이 아무리 맛있어도 밥이 맛없으면 식사가 훌륭하다는 느낌이 잘 안 들잖아요.

시각 디자인에서도 역시 가장 기본이 되는 게 결국은 텍스트, 즉 글자들이더라고요. 그럼 타이포그래피는 밥 짓는 거랑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밥을 지을 땐 쌀을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 시각 디자이너는 글꼴을 잘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겠냐고 생각한 거죠. 이걸 만든 저희도 글꼴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보는 사람이 여러 종류의 쌀을 구경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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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문제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텀블벅 페이지를 살펴보면 ‘활자공간의 폰트 라이선스’를 통해 지원받았다고 하는데,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 서체가 샘플에 한정된 거라 해도 누군가는 이 서체들을 다 가지고 있어야 글꼴보기집을 만들어낼 수 있잖아요. 저희는 당시 학생이었고, 서체를 다 구매할 수도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대부분의 서체를 가지고 계신 이용제 선생님의 도움을 받게 되었어요. 여기에 지인들이 만든 자체 서체나 나눔고딕, 아리따 같은 무료 서체들을 포함해서 제작하게 되었죠.

신: 활자공간에서 서체 파일을 복사해준 게 아니라 아웃라인화 해주었어요. 이는 폰트의 기능을 없애고 이미지화해서 전달하는 방식인데, 서체 파일을 복사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몇 글자를 이미지화하는 것까지는 서체 회사에서도 허락한 바라 이 방식을 활용해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표지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제목보다는 목차를 눈에 띄게 구성한 점, 한글판 표지는 세로쓰기인 한편 영문판에서는 가로쓰기로 구성한 점 등이 눈에 띄는데요.
오: 영문판을 디자인할 당시 제가 쿠퍼 블랙(Cooper Black)에 빠져있었어요. 통통하고 귀여운 모양이 좋아서 그걸로 하자고 했죠.

신: 영어는 가로쓰기가 기본이라 당연하게 가로로 디자인했어요. 그 이후에 한글판을 제작하면서 이 둘이 형제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싶어서 ‘바람체’를 골랐어요. 통통하고 볼륨감 있는 게 비슷한 느낌이어서요. 바람체가 원래 세로쓰기 서체니까 제작 의도를 살리고자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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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판은 세리프에서 산세리프 순서로, 한글판은 명조체에서 고딕체 순서로 하여 각 ABC, 가나다순으로 정렬한 것 같은데요. 뒤쪽으로 갈수록 목차가 그 구분에서 모호해지는 것 같아요.
신: 글꼴이 먼저 생기고, 분류는 누군가 나중에 하는 거잖아요. 그것처럼 저희도 이 글꼴들을 정리하다 보니 영문판엔 세리프와 산세리프, 한글판엔 명조와 고딕이라는 구분이 생겼고, 이 모두에 포함되지 않는 글꼴들이 남았죠. 이분법에 맞추어 안 맞는 서체를 빼는 건 아쉬워서 세리프/산세리프, 명조/고딕 그리고 기타 글꼴을 수록한 거죠.

그런데 실은, 영어는 철저하게 ABC 순서를 따르고 있지만 한글판은 벗어난 글꼴들도 있어요. 이를테면 나눔고딕 다음에 바른돋움이 바로 나와야 매끄러운데 HY헤드라인이 등장하는 식이죠. 이런 식으로 배치한 이유는 가나다순보다 좌우에 배치되는 서체를 우선했기 때문이에요. 같은 서체인데 레귤러와 엑스트라볼드가 앞뒷면에 오면 비교하기가 어렵잖아요.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중간중간 가나다순을 어기면서 다른 서체를 삽입한 거죠.

 

이탤릭, 볼드, 컨덴스드, 익스텐디드 등을 지원하는 서체의 경우 패밀리 전체를 소개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신: 패밀리 전체를 보여주면 그 회사의 서체 샘플북을 만든 거나 다름없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본형 서체만 보여주고자 한 거죠. 그런데 한글판의 경우에는 굵기에 차이를 두어 실은 서체들도 있어요. 예컨대 윤명조 730, 770 같은 게 그렇죠. 거기에 더해서 이런 이유도 있었어요. 우리는 한글을 훨씬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영어보다는 굵기가 다른 종류의 서체를 사용할 기회가 더 많아요. 그러다 보니 굵기가 다른 샘플도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커맨드 에프>에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글꼴이 있다면 꼽아주세요.
신: 영문판 40번에 있는 악치덴츠 그로테스크(Akzidenz Grotesk)와 한글판 71번의 SM3 견출고딕이요. 저에게 타이포그래피 관련하여 지대한 영향을 주신 분이 워크룸의 김형진 선생님이신데 그분이 추천해주신 것들이에요. 둘 다 좀 투박하지만, 글자의 원형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서체라고 생각해요.

오: 저는 영문판 78번의 옵티마(Optima)와 한글판 74번의 HY 그래픽이요. 사실 저는 옵티마의 매력을 잘 몰랐는데, 타이포그래피 소모임 활동을 통해 그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당시 건모 씨가 옵티마와 어울리는 글꼴로 HY 그래픽을 추천했는데 그 둘이 섞인 걸 보고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죠.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체나 타이포그래피에 관해 새롭게 배운 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신: 영문이나 한글이나 마찬가지인데요, 이름이나 주요 특징을 텍스트로만 인지하고 있던 글꼴들이 있었어요. <커맨드 에프>는 그런 글꼴들을 직접 확인하고 공부할 수 있던 기회였지요.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것과 실제 모양에 차이가 있어 괴리감을 느끼는 글꼴도 있었어요. 또, 잘 알고 있던 글꼴도 이게 이렇게 생겼었나? 하고 문득 낯설어하기도 했고요.

 

 

* 기사 전문은 <CA> 2016년 5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디자인 매거진 <CA>  2016년 5월호 ISSUE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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