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타이포그래픽스 : TYPOGRAPHICS 2015

지난 6월 뉴욕의 쿠퍼 유니언에서 열린 타이포그래픽 컨퍼런스는 국적과 성별 그리고 주제가 아무런 제한 없이 어울리는 생생한 현장 그 자체였다. 그동안 내가 참여했던 컨퍼런스들 가운데 진정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던 기회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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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타이포그래픽스
열흘 간 진행된 컨퍼런스를 통해 타입의 진화 양상에 대해 살펴보자.


글_아드리안 쇼네시(Adrian Shaughnessy)
사진_쿠퍼 유니언 제공 — 주앙 앤슈토(Joao Enxuo)

번역_이화경



지난 6월 뉴욕의 쿠퍼 유니언에서 열린 타이포그래픽 컨퍼런스는 국적과 성별 그리고 주제가 아무런 제한 없이 어울리는 생생한 현장 그 자체였다. 그동안 내가 참여했던 컨퍼런스들 가운데 진정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던 기회 중 하나였다. 나는 강연자로 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강연자들 대부분이 교육적인 성격의 강연을 펼쳤다. 그들 중 몇몇은 튜토리얼이라 봐도 무방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교육적인 성격은 열흘간의 워크숍, 공연, 해커톤 대회를 거치며 점점 더 강화되어 갔다. 간판 제작 방법에서부터, 컴퓨터 과학에서 박사 학위가 중시되는 현실을 상기시키는 학사 관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들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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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타이포그래픽스 컨퍼런스의 가장 큰 특징은 강연자들이 타이포그래피를 언어 전반의 영역으로 광범위하게 다루었다는 점이다. 나는 특히 코드에 대한 마르코 듀고니이치(Marko Dugonjić)의 강연에 큰 감명을 받았다. 수학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온 나로서도 처음으로 코딩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을 들게 했다. 물론 몇 번의 시도 끝에 역시나 내 코딩 실력은 여전히 한참 멀었다는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말이다.

지금과 같은 반응형의 시대에서 타이포그래피라는 주제는 컨퍼런스의 단골 테마일 수밖에 없다. 타입 디자이너를 위한 정밀한 디지털 툴을 만드는 프로그래머로 자신을 소개한 에릭 판블록클랜드(Erik van Blokland)는 멋진 강연을 통해 오늘날 타이포그래피가 멀티 스크린, 멀티 플랫폼의 유동적인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적인 글자형태는 더 이상 여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개변수에 의한 글자형태(parametric letterform)의 사례들을 공개했다.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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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토칠로브스키(Alexander Tochilovsky)가 강단 앞에 서있다.

 

반면, 몇몇 디자이너들은 이와 대척점에 선 입장을 보여줬다. 이들은 디지털 툴의 보편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성공한 디자이너로 입지를 굳힌 사람들이다. ‘좋았던 지난날, 힘들었던 지난날(The Good Old Days, The Bad Old Days)’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루이스 필리(Louise Fili), 스티븐 헬러(Steven Heller), 시무어 쿼스트(Seymour Chwast) 그리고 폴라 셰어(Paula Scher)는 디지털 툴을 사용하지 않았던 시절의 작업들이 주었던 재미와 혼돈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특히 스티븐 헬러는 줄자를 이용한 작업 사례를 보여줬고, 자신이 만든 1960년대 스타일의 디자인 작품들을 공개했다. 1960년대는 1/4인치 블랙 규칙이 지배하던 시절이었는데 사실 어찌 보면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보다 더 많은 규칙들이 존재했던 시절이었다.

아난드 나오렘(Anand Naorem)과 닐라카쉬 크쉐트리마윰(Neelakash Kshetrimayum)의 강연에선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됐다. “인도처럼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존재하는 복합적인 성격의 국가에서 브랜딩, 디스플레이, 텍스트 등 타이포그래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어떻게 라틴의 글자형태들로 무수한 인도계 말들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이들의 지적인 강연과 큰 대비를 이루는 것이 디자이너인 마테오 볼로냐(Matteo Bologna)의 해학적인 강연이었다. 타입을 도외시하는 디자이너를 등장시켜 웃음을 유발하는 내용이었는데 물론 이 디자이너는 가상의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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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블랙(Roger Black)이 기대에 찬 관중에게 강연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이번 타이포그래픽스 컨퍼런스에서 느낀 한 가지 불만이라면 기업 쪽 강연자들이 자기 기업의 관점에서 타입의 세계를 바라본다는 점이었다. 이는 아마도 기업에 대한 나의 반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 귀에는 그들의 강연 내용이 다소 편협하고 건방지게 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그들도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을 이상하게 바라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로서는 기업 디자이너들이 기업의 영역에서 좀 더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멈추기가 어렵다.

 

 


<정보>

2015 타이포그래픽스 : TYPOGRAPHICS 2015
TYPOGRAPHICS.COM

일시: 2015년 6월 12일-13일
장소: 뉴욕, 쿠퍼 유니언

 


<출처: CA 2015년 10월호 ISSUE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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