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디자이너.8_<핀란드처럼> 외

 

우리의 학력 수준은 높아지고는 있지만, 정작 학교에서 배웠던 수많은 지식들과 ‘정답’은 졸업하는 순간 써먹을 곳이 없다. 오래 동안 사회의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교육문제’에 대해서 ‘변화하자’고 말하지만 정작 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핀란드처럼>은 핀란드의 ‘교육’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관점에서 우리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준다. 이 책은 도서관, 미술관, 동물원, 미디어, NGO 등 다양한 분야에서 풍요로운 인생을 위한 ‘배움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취재해 핀란드의 ‘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현장에 있는 사람은 마치 손님의 몸에 맞춰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처럼, 모여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반복하면서 ‘배움’의 공간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일은 ‘디자인’이라는 말로 바꿔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략) ‘배움의 디자인’에 완성형은 없습니다. 문제가 생기거나 새로운 과제가 발견되면 반복해서 개선해 나갈 뿐입니다. 디자인 하는 사람 자신도 함께 배우면서 진화해갑니다.” – 31쪽

미술관에서는 아이들에서 어른까지 폭넓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나이, 입장,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지금’을 함께 즐긴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자극으로 넘치는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즐거워질 수 있는 방법, 자발적으로 해답을 찾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연하고 연린 배움을 알려준다.


“한 살 미만의 아기를 데려오는 가족을 위한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비일상적인 이 공간에서 아기는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그런 아기의 반응을 통해 어른들이 배우는 것도 많지요. 발상이 유연하고 풍부한 아이들이 예술을 즐기고 좋아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면 그 과정을 통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주변의 어른이나 사회 전체로 점점 확대되리라 생각합니다” – 45쪽

“이 학교를 세운 것은 건축가를 양성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의 목적은 아이들의 반짝이는 두뇌를 자극하고, 아이들이 미래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공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 입니다. … 건축물과 도시 설계가 사람들의 생활에 어떤 의미나 영향력을 갖는지를 이해하는 것, 환경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 모두의 과제이며 아이들에게 전달해야만 하는 것들입니다. 건축교육을 통해 환경이나 공간에 대한 아이들의 감도를 높이는 것이, 바로 이 학교의 사명입니다.” – 209쪽

핀란드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 미술관, 출판사, 자연학교, 동물원, 건축학교, 국립오페라극장, 장애인과 성소수자들을 위한 NGO 사무실. 학교에서만이 아닌 학교 밖에서도 배울 수 있는 배움의 장소에서 체험을 통해 스스로 몸과 생각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기른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체험형 이벤트나 다양한 워크숍 등을 통해 책과 가깝게 지내고, 예술을 느끼고, 자연에 대해 생각하고, 성문제를 넘어 ‘자신다움’을 표현하는 등 ‘배움’의 순간들이 모여 스스로의 자립성을 키워나간다. 우리와 너무 다른 모습들이다. 규정된 ‘정답’이 아닌 ‘배움’을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연하고 열린 배움, 그것이야말로 풍요로운 인생으로 향한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줄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늘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인생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 때 역경을 뛰어넘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바로 다양한 ‘배움의 체험’이 아닐까요?” – 글을 시작하며 중에서

글. 땡스북스 박지연

저자. 오하시 가나 大橋香奈 
1981년 도쿄도 출생. 게이오기주쿠대학 SFC 와타나베 야스시 연구회에 소속되어 아르헨티나를 거점으로 연구를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산토리에서 5년 반 동안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으며, 2009년 남편이 핀란드로 부임하면서 퇴사했다. 2011년 영국의 메트 필름 스쿨(Met Film School)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공부했다. 글, 사진, 영상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인생의 일로 삼고 있다. 유타카나(yutakana.org)를 운영하며 남편과 ‘풍요로운 인생’을 테마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다. info@yutakana.org

저자. 오하시 유타로 大橋裕太
1981년 후쿠시마현 출생. 게이오기주쿠대학 대학원 정책 미디어 연구과 박사(학술) 학위를 취득했다. 아이들과 하는 ‘놀이’나 ‘배움’을 테마로 한 프로젝트를 실시하여 굿디자인상, 키드디자인상 등을 수상했다. 2009년부터 1년 반 동안 헬싱키대학 미디어교육연구그룹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1년 런던대학 지식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이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의 가능성을 깨닫게 되고 그런 프로세스가 온 세상에 퍼져나갈 수 있게 하는 ‘배움’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피스(D.W.Griffith)의 자극적인 영화 <국가의 탄생>을 제외한다면 영화사에서 <의지의 승리>만큼 오랫동안 논란을 일으킨 영화는 없었다. 우리는 <의지의 승리>를 그 이후에 나치가 저지른 만행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감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 (중략)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의지의 승리>는 너무나 위험하다고 간주되었기 때문에 몇 년 동안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 학교나 대학 과정에서는 <의지의 승리>가 갖는 예술적, 정치적 중요성에 대해 공공연히 토론하며, 영화 촬영술 교수들이 쓴 학술 논문에서도 많이 언급된다.” – 286쪽

레니 리펜슈탈, 그녀의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교본으로 여겨지고 있는 동시에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영상을 통하여 기록 그 이상의 예술성을 보여주었지만 그녀의 천재성을 인정하는 것은 오랫동안 금기 시 되어온 듯 보인다. 분명 <의지의 승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적지 않은 불편함을 안겨주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선전물을 초월한듯한 이 영상은 놀라운 장치와 연출력으로 나치당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에 놀라운 성과를 보이지 않았던가? 때문에 그녀의 영화는 나치의 악행에 대한 평가와 그 맥락을 같이 했고 여전히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펜슈탈은 여전히 총통 개인이 나치당의 악독한 행위, 이제는 그녀의 눈에도 똑똑히 보이게 된 행위와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리펜슈탈은 나치당에 가입하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유대인 탄압 정책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리펜슈탈은 <나의 투쟁>도 다 읽었고 – 대량으로 출판되긴 했지만 제대로 전체 내용을 다 읽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 히틀러가 뉘른베르크에서 인종 정책을 강조할 때 그 자리에 있었는데 어째서 히틀러가 권력을 온건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지 간파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것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빠졌던 함정이다.” – 269쪽 

그녀의 천재성이 히틀러를 위해 발휘되었다는 것에 대해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레니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우리는 그녀의 삶을 좀 더 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히틀러는 효과적인 프로파간다의 영향력에 대하여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인물이다. 당시 그 누구보다도 막강했던 그의 지목은 정확히 리펜슈탈에게 향해있었으며 이로 하여금 그녀가 어떤 상황을 맞이했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레니는 한 친구로부터 자신의 영화와 개인 자산이 모두 파리로 실려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후에 레니는 이렇게 썼다. “나는 정신이 나가버리는 줄 알았다. 내 일생의 작품이 모두 파괴될 것만 같았다.” 전쟁이 끝난 지 2년이 지났지만 리펜슈탈의 자산과 권리, 자유는 모두 강제된 채였다.” – 480쪽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나치의 반인륜적 악행에 가담하지는 않은 이유로 전범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오명을 벗는 것에 평생을 소모한 레니 리펜슈탈. 영원히 추방당한 이 천재는 과연 히틀러에게 동조한 악마의 감독인가, 아니면 시대에 희생당한 천재인가. 우리는 어쩌면 레니 리펜슈탈에 대한 이 전기를 읽는 내내 그녀에 대한 심판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그녀의 삶이 던져주는 수많은 물음 앞에서 결코 쉬운 답이란 없다

글. 땡스북스 김정연

레니 리펜슈탈 Leni Riefenstahl
영화 <푸른 빛>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뒤 히틀러의 요청에 의해 1934년 뉘른베르크 전당대회 다큐멘터리 <의지의 승리>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베를린 올림픽을 2부작 영화 <올림피아>에 담아낸다. <올림피아>는 풍부한 음향효과, 새로운 촬영기법과 뛰어난 편집, 화려한 시퀀스들로 전 세계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재판소의 수 차례에 걸친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히틀러의 정부, 나치의 핀업걸’이라는 오명 속에서 모든 작품들에 대한 권리와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하며, 작품들 또한 상영금지 조치를 받는다.

지은이. 오드리 설킬드 Audrey Salkeld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작가이며, 등산과 탐험에 대해서 영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자료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아이거>와 <맬로리와 어빈의 수수께끼>로 대본 상을 받았으며, 히말라야에 대한 저서 <높은 곳의 사람들>은 등반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로 인정받는다. 등산에 관련된 모험과 등산가들에 대한 평전을 번역, 편집하며 2003년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에버레스트 오르기>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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