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디자이너.7_<이 세상에 메시지를 집어넣는 법> 외

가로등 꼭대기에 엉뚱하게 걸려 있는 사과나 파인애플을 보는 순간, 당신의 머릿속엔 그 모습이 깊이 각인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각종 광고와 미디어 등으로 무수한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 이처럼 기발하게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은 메시지를 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저자 케리 스미스가 강조하듯, 이제는 “메시지 자체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더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에게 슬쩍한 크리에이티브 킷 59>를 비롯해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통해 ‘일상의 창의성’을 설파해 온 아티스트 케리 스미스는, <이 세상에 메시지를 집어넣는 법>을 통해 거리의 예술가들에게 빌려온 메시지 전달 방법을 소개한다. 지금까지 그녀가 쌓아온 이론들의 실천편 격인 이 책은, 예컨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엽서 프로젝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지도나 쿠폰, 벽보 등을 이용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내며, 뜨개질과 미니어처 또는 게릴라 퍼포먼스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메시지를 세상 곳곳에 집어넣는 방법을 알려준다.

“주변에 나만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 하나를 추가하는 순간, 그곳은 보다 나다운 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는 바로, 내가 사는 곳을 나 자신의 것으로 되찾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나는 환경이 작용하는 방식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주체이자 주변 경관이 들려주는 복잡다단한 이야기의 부분적인 창조자가 되는 것이다.” – 12쪽

케리 스미스는 책을 통해 ‘메시지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메시지 아트란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주변 모든 것들과의 유쾌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예술적으로 전달하는 행위’이다. 일상의 공간에 내 생각이 담긴 작품 하나를 추가하는 순간 그곳은 보다 나다운 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우리는 주변 환경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주체이자 이야기의 창조자가 된다는 것이다.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 즉 거리미술에서 영감을 얻은 메시지 아트는, 뻔하고 지루한 세상에서 벗어나 마주하게 되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시도들, 또는 익숙한 공간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참신한 작법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를 위한 예술’을 지향함으로써 온라인이 아닌,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적 공간을 재창조하여 무미건조하고 특색 없는 장소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메시지 아트는 무작위로 베푸는 친절 못지 않은 파급효과를 일으킬 잠재력도 품고 있다. 정신 없이 동네를 돌다 문득 멈춰 서서는 당신이 벽에 써놓은 글귀를 읽고 있는 한 집배원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메시지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 21쪽

이 책의 가장 큰 효용은, 메시지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는 도구와 기술을 상세히 알려주는 데 있다. 케리 스미스는 여행자의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감정에 솔직해지고 유머를 끌어안으며, 일상을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 30가지를 선보인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생각지도 못한 소재로 만든 경고딱지를 붙이고, 도심 건물에 이끼로 그래피티를 그리는가 하면, 메시지를 적어 넣은 종이를 나무에 열매처럼 매달고, 익명의 누군가에게 러브레터를 발송하는 식이다. 이처럼 케리 스미스는 창조적인 메시징 작업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세상 사람들과 보다 다이내믹하게 소통하는 비법을 친절히 안내한다. 그리고 딱딱하게 굳어 있던 크리에이티브 마인드에 예술적 활력을 불어넣는다.

저자. 케리 스미스 Keri Smith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게릴라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즈」, ‘더 바디숍’ 등을 통해 독특한 일러스트를 선보이고 있으며 홈페이지(www.kerismith.com)에서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놀이와 쾌활함이야말로 창조력의 시작이다”라고 믿고 실천하는 그녀는 현재 남편, 아이와 함께 뉴욕과 캐나다 사이의 어디쯤에선가 놀면서 살고 있다. “메시지 자체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일상의 창의성’을 설파해 온 그녀는, 창조적인 메시지 전달의 기술을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 같은 거리예술가들의 작품 속에서 찾는다. 그리고 주변 환경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창조자가 되어 세상 사람들과 다이내믹하게 소통하는 법을 안내한다. 존스 홉킨스 대학 등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Wreck This Journal>, <The Guerilla Art Kit>, <This Is Not a Book> 등이 있다.

역자. 김정희
상명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철학, 심리, 역사를 비롯해 사람에 관한 다양한 학문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는 『사고집약형 기업』 등이 있다.

수 많은 운동 중에 배워보고 싶은 운동이 딱히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볼 때만큼은 운동하는 주인공들이 어찌나 멋있는지, ‘저건 꼭 해봐야지!’ 생각하곤 한다. 남자의 영화(?)였던 <폭풍 속으로(Point Break), 1991>에서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파도를 가르며 멋지게 서핑하는 모습을 보며 서핑을 ‘꼭 배우고 싶은 운동 리스트’에 넣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사실 국내에서 ‘서핑’은 참 낯선 운동이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도 있고 국토의 삼면이 바다인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상 스포츠가 발달하지 않았다니!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탓에 물놀이는 휴가 때나 즐길 수 있는 호사가 됐기 때문일까? 한국에서 서핑을 하는 곳이 있었나? 이러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이 책을 펼쳐 서핑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보자. 영화만 보면서 배우고 싶은 리스트를 늘리기 보다 이 책의 저자들처럼 바다로 뛰어들면 어떨까?

“사람들은 묻는다. “한국에서 서핑은 도대체 어디서 하는데?”그럼 나는 답한다. “파도만 있다면 어디든지!”그렇게 1년 365일 파도를 좇아 해운대, 송정, 포항, 강원도 양양, 제주도 중문을 넘나들었다. 말 그대로 파도 찾아 삼만 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번 주말 바다 상황이 적힌 차트를 보며 눈과 마음으로 사랑하는 파도를 기다려 본다.” – 15쪽 

“파도타기, 우리가 흔히 서핑이라고 부르는 이 스포츠는 서프보드의 부력을 이용해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잡아타고 그 위를 오르내리는 운동이다.” – 22쪽

“서핑이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낄 때, 그리고 추운 겨울이나 스웰이 바뀌어 파도가 그리울 때, ‘나도 외국에 가서 서핑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발리는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은 낭만적인 에메랄드 빛 바다도, 쇼핑의 천국도 아닌 서핑의 천국이 바로 발리다.” – 103쪽

운동을 즐겨 하지 않아도 하나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운동이 있다면 지금 당장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온갖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이 지쳤다면 바로 이번 여름이 기회일 수 있다. 만약 당장은 힘들다면 ‘오늘은 나를 바다로 데려가’달라는 이 책의 저자들이 어떻게 현실을 뛰어넘어 바다에 빠져들 수 있는지 엿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서퍼라면 누구나 꼭 한 번은 가보기를 원하는, 아니 반드시 가야만 하는, 그리고 많은 서퍼들이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성지가 있다. 호주와 하와이는 서핑을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파도가 높고 거세서 서핑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질 좋은 파도 덕분에 이곳에서는 세계에서 유명한 프로서퍼들도 많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발리는 이야기가 다르다. 발리는 보통 잔잔한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 혹은 신혼부부들의 안락한 여행지로 유명하다. 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저 휴양지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파도를 찾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 뒤에는 숨겨진 포인트가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 111쪽

“서핑은 어땠어?”
“행복해. 비록 좋은 파도를 잡진 못했지만 상쾌해지고 고민도 사라진 것 같아.”
“아, 너 마인드 샤워했구나?”
“마인드 샤워?”
“응. 우리 서퍼들 종종 마인드 샤워를 경험하지, 너처럼. 아까 봤거든.” – 181쪽 

이 책에도 소개된 영화 <폭풍 속으로>는 남성스럽고 터프한 영화라고 생각했기에 남자 감독이라고 막연히 추측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캐서린 비글로우(Kathryn Bigelow)라는 여성 감독의 영화다. 2008년 개봉한 폭발물 제거반 특수부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허트 로커(The Hurt Locker)>의 감독이기도 하다. 두 영화 모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여서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들을 인터뷰한 기사도 신문에 올라왔다. (인터뷰 보기)

글. 땡스북스 김욱 실장

저자. 김나은
코앞이 바다인 동네에 살면서 뒤늦게 서핑을 만난 체육학과 출신의 부산 여자다. 들끓는 승부욕이 물 안에서도 발동하는 탓에 주변사람들을 피곤하게 하지만 땅을 밟는 순간만큼은 천상 여자이고 싶다. 지금은 비록 부산에 살지만, 혜진이의 제주 이민 제안에 귀를 쫑긋하며 어떻게든 제주로 내려갈 궁리만 하고 있다.

박승희
어린 시절, 스케이트 보더로 활동하며 익스트림 스포츠에 입문했다. 심각한 부상으로 프로 보더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려던 차에 우연히 서핑을 만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지금은 널빤지 한 장에 몸을 싣고 세계의 바다를 여행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세상의 바닷물이 모두 마를 때까지 서퍼로 살겠다.

황혜진
‘되는대로 살자’를 신조로 삼은 꿈 많은 20대이다. 서울에서 23년간 살다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 귀향을 결심한 게 3년 전. 볼 거 많고 할 일 많은 제주에서 하루도 심심할 날이 없다. 부모님을 시작으로 지인들에게 제주 이민을 설득하는 중이며, 나이가 들어도 자유로운 영혼을 간직한 채 이 섬에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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