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폰트 디자이너 스토리 : 봄을 기다리는 그녀들의 동상이몽

산돌의 신규서체 ‘늦봄‘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오랜만에 출시되는 본문용 폰트이자 보기 드문 명조 계열 폰트이기도 하다. 6개월에 걸친 늦봄의 제작과정과 폰트 디자이너로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봄을 기다리는 그녀들의 동상이몽 – ② 폰트 디자이너 스토리

산돌 늦봄체는 본문용 2종(Light, Medium)과 제목용 2종(White, Black)으로 구성된 폰트로, 오랜만에 출시되는 본문용 폰트이자 보기 드문 명조 계열 폰트이기도 하다. 

이제 각각 5년차, 4년차를 맞이한 폰트 디자이너에게 있어 본문용 폰트와 제목용 폰트를 동시에 제작하는 것은 도전이며, 모험이었지만 마침내 ‘감성 명조’라는 새로운 타입의 결과물을 들고 나타났다. 폰트를 제작하는 동안 써왔다던 꼼꼼한 제작 일기에는 그간의 고민과 노력의 시간들이 오롯이 느껴졌다. 6개월에 걸친 늦봄 제작과정과 폰트 디자이너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09 (3)

늦봄 폰트의 두 주역! 구모아(왼쪽), 박지인(오른쪽) 폰트 디자이너

 

 

늦봄 이외의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참여한 프로젝트를 조금 소개해주세요. 늦봄을 제외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들도 추천해주시면 좋겠네요.

지인) 산돌구름 초기에 업데이트 됐던 팬시폰트 작업들과 작년 3월에 출시된 푸른밤, 12월에 출시된 별표고무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별표고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프로젝트라 가장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만들었거든요. 아예 폰트 제작 자체가 처음이었죠. 모르는 것도 당연히 많았고, 작업하면서 이렇게 해도 되나? 하고 고민했던 부분도 참 많았습니다.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해도 괜찮은지 이 부분은 조금 더 내렸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습니다.

특히 별표고무는 만들어 놓고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출시된 폰트라 더 신경이 많이 쓰였죠. 바로 출시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으니… 그래도 처음 만든 폰트라서 이것 저것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만든 것들도 나중에 보면 똑같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처음이라서 지금이라면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0 (1)

구모아 디자이너가 참여한 스웨거(나이키광고,上)와 박지인 디자이너가 참여한 별표고무(텐바이텐,下)

 

 

모아) 현대해상을 비롯해서 기업전용서체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산돌구름으로 들어와서는 팬시폰트 작업을 비롯해서 개화, 스웨거 등 작업을 맡았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스웨거 프로젝트입니다. 작년 5월에 출시된 폰트인데, 기업과의 첫 콜라보 프로젝트라서 기대도 크고 고민도 많았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기업전용서체 프로젝트와 차이가 있지만) 보통 특이한 시도, 개성있는 디자인에 대해서 부담을 가지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스웨거는 특이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반겨주셨습니다. 재미있어 해주셨고요. 그래서 이런 저런 시도들도 많이 해 볼 수 있었죠. 그 과정에서 특정 글립에 아이콘을 넣는 것이 탄생했습니다. 늦봄도 나중에 그러한 아이콘들을 넣어 업데이트하고 싶은 목표도 있죠.

 

# 잠깐! 스웨거 프로젝트?
남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웨거’가 디자인 콘셉트 및 시안을 만들고 산돌이 폰트 개발을 진행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이다. ‘Sandoll 스웨거’는 스웨거의 기업서체인 동시에 산돌의 신규 폰트로, 구름다리에 탑재되어 서비스되고 있다. 스웨거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산돌구름에 소개되어 있다.

 

두 분, 학교생활은 어떠셨나요? 디자인 전공 학생이라면 폰트에 관심을 갖게 될 순 있겠지만, 폰트 디자이너로 시작하는 것은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지인) 디자인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시각디자인학과를 나왔습니다. 이것 저것 다양하게 배웠죠. 그 과정에서 폰트까지는 아니고, 캘리그래피를 배웠습니다. 그때는 전문가 분께 배운 것도 아니었고 수업 중에 하나였어요.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써라, 이거였죠. 원래 서예 쪽에 관심도 있었지만 따로 배운 적은 없었으니 그게 폰트와의 연결고리라면 연결고리일 수도 있겠네요. 3학년 2학기 취업 준비를 하면서 호기심에 배우러 오게 되었습니다.

2013년 7월 산돌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하면서 폰트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인턴 기간인) 3개월 동안 배우고 그 이후로 쭉~ 눌러 앉았습니다.(웃음) 그 당시 다른 친구들도 다양한 분야에 취업을 했었는데, 적성에 안 맞아서 금방 그만둔 친구들도 많았는데요. 저는 신기하게도 폰트에 대해서 조금씩 알수록 재미있었고 폰트가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폰트를 디자인하게 되었죠.

 

모아) 저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사실 이름만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지 시각디자인학과가 배우는 것과 비슷하긴 합니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배웠습니다. 영상, 미디어에 심지어 코딩까지도요. 사실 저는 편집 디자인이 저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3학년때까지는 편집 디자인 분야를 집중적으로 팠죠. 그러던 중에 폰트를 비롯해서 인쇄, 출판과 관련된 것들을 취급하는 대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명함 타이핑하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는데 편집도 조금 하고 카탈로그 디자인도 조금씩 하고, 당시 관련 업체들(그 중에 산돌도 있었다는)과 커뮤니케이션도 하고, 뭐 그랬죠. 그러면서 폰트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폰트를 구별하지 못해서 시원하게 사고를 한 번 치게 되었습니다. 몇 백을 그대로 날려먹은…… (웃음) 그때 사고를 치면서 폰트를 자세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4학년을 맞이했고, 졸업 준비를 하면서 교수님께서 농담처럼 폰트 만들어 보라고 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서 레터링 같은 폰트, 이런걸 하게 되었죠. 산돌에서 진행한 ‘한글 디자인 워크샵’도 참여하고, 이어서 산돌에 인턴으로까지 들어오게 된 거구요.

 

폰트 디자인과 관련된, 아니면 연관 있는 다른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이 있나요?

모아) 산돌에서 인턴을 시작하기 전에 한글 디자인 워크샵에 참여 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과 ‘한글미’라고 하는 모임을 했습니다. 폰트 디자인 스터디도 하고 전시도 하고 그런 활동을 했죠. 한 2년 동안 했는데, 그 이후로 다들 폰트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활동이 약간 뜸해졌습니다. 처음에는 폰트 만드는 걸 배우고 연구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인데, 다들 생업으로…… 굳이 만나서 폰트를 개발할 이유는 없어진 거죠.(웃음)

대신 다른 활동들을 좀 했습니다. 이벤트 성으로 친한 사람들과 함께 ‘삼녀국수’라는 프로젝트 같은 것도 했고요. 요즘에는 국민대에서 만든 ‘글립스’라는 타이포그라피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글립스라는 폰트 개발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 인줄 알고 들었는데, 레터링을 하더라고요. 거기서 레터링도 하고, 책도 만들고, 판매도 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하고 있죠.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래픽 디자이너라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많이 듣습니다.

 

 

11 (2)

지난해 태국 한국문화원에서 전시된 구모아 디자이너의 <늦봄> 타이포그래피 아트워크

 

 

지인) 지금은 비공개 상태지만… 예전에 평소에 업무 외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은 틈틈이 작업해서 올려두었던 블로그가 있었습니다. 디자인 작업이나, 그림 그린 것도 올리고, 네일 아트 한 것도 올려놓곤 했었는데, 어느 전시 주최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인사동의 작은 카페였는데, 거기서 작은 전시를 한다고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짧았지만 전시도 했었습니다. 전시하기까지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막상 딱 하고 나니 생각보다 재미있고 뿌듯했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해보고 싶고요.

모아)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전시를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지만, 진행하고 나면 남는 것도 많습니다. 폰트 디자이너는 만드는 사람이라 사실 사용해 볼 일이 별로 없는데, 폰트를 활용해 볼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죠. 타이포그래피 아트워크를 준비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12 (1)

지난해 태국 한국문화원에서 전시된 박지인 디자이너의 <푸른밤> 타이포그래피 아트워크

 

 

폰트 디자이너들도 저마다 좋아하는 폰트, 애정하는 폰트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어떤가요?

모아) 다 저마다 개성 있고, 느낌이 있지만 요즘 들어 다르게 느껴졌던 건 최정호체 입니다. 보면 볼수록 놀라운 점들이 많아요.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해보면 불편하게 하나씩 그려가면서 작업 했던 것 일 텐데, 균형 감각과 부리와 맺음의 형태를 정리한 것들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늦봄을 작업하다 보니 그 대단함이 더욱 와 닿더라고요. 뭔가 심플하게 정리해서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느낌이 있어요.

지인) 옥원중회연을 좋아합니다. 보고 있으면 온몸으로 옛날의 전통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서 구운몽, 방각본 같은 옛날 한글 특유의 그 느낌들을 참 좋아합니다. 옛멋글씨 계열의 폰트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시안으로 내기도 하고 그랬죠.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안들을 준비하면서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키게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폰트로 나오게 된다면 더 좋고요.

 

지금까지 늦봄 제작 후기를 비롯해서, 디자이너로서의 일상까지 다양한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모아) 꾸준히 폰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 본문용 폰트를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고딕Neo1이나 명조Neo1과 같은 완~전 본문용 폰트 말이죠. 본문용으로 제대로 쓸만한 걸 만들어 보고 싶다는 바람과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고요.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한 얘기 중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인‘, 그 표현에 가장 잘 맞는 디자인이 바로 폰트 디자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본문용 폰트가 그렇고요. 눈에 띄지 않게 자연스럽게 잘 녹아 드는 디자인의 폰트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13 (1)

만들고자 하는 폰트는 다르지만, 그 목적은 같다.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미있는 폰트를 만드는 것

 

 

지인) 저는 누가 봐도 사용하고 싶은, 대중적인 폰트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본문용은 당연히 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접근하기가 어렵고요. 굉장히 그래픽적인 방향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폰트를 잘 모르는 사람도 딱 구분 할 수 있는 개성 강한 느낌으로 말이죠.

모아) 항상 디자이너들은 다른 느낌을 내보고 싶어합니다. 예전에는 개성이 강한 폰트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소위 그림을 잡아 먹는다고 표현했죠. 그런데 요즘은 그러한 거부감들이 많이 줄어든 양상입니다. 폰트 그대로 어떤 느낌들을 내려고 하는 거죠. 나름대로 기회이고, 재미있는 시도들을 많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들, 재미있는 폰트들을 많이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늦봄 폰트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산돌구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ontents by 산돌커뮤니케이션 / sandoll.co.kr


 

13 (1)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