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폰트 제작스토리 : 봄에 찾아온 본격 감성 명조체

산돌의 신규서체 ‘늦봄‘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오랜만에 출시되는 본문용 폰트이자 보기 드문 명조 계열 폰트이기도 하다. 6개월에 걸친 늦봄의 제작과정과 폰트 디자이너로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봄을 기다리는 그녀들의 동상이몽 – ① 늦봄 폰트 제작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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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 늦봄체는 본문용 2종(Light, Medium)과 제목용 2종(White, Black)으로 구성된 폰트로, 오랜만에 출시되는 본문용 폰트이자 보기 드문 명조 계열 폰트이기도 하다. 

이제 각각 5년차, 4년차를 맞이한 폰트 디자이너에게 있어 본문용 폰트와 제목용 폰트를 동시에 제작하는 것은 도전이며, 모험이었지만 마침내 ‘감성 명조’라는 새로운 타입의 결과물을 들고 나타났다. 폰트를 제작하는 동안 써왔다던 꼼꼼한 제작 일기에는 그간의 고민과 노력의 시간들이 오롯이 느껴졌다. 6개월에 걸친 늦봄 제작과정과 폰트 디자이너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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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 폰트의 두 주역! 박지인, 구모아 폰트 디자이너

 

 

기존의 본문용 폰트와는 새로운 명조 계열이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이번에 출시된 늦봄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구모아 디자이너(이하 모아) 늦봄은 붓글씨를 모티브로 한 명조 계열의 폰트로(휴머니스트 세미 세리프), 다른 분위기의 본문용 폰트를 제작해보자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였습니다. 

현대의 명조체는 해서체라는 서예의 필법에서 영향을 받아 발전해왔는데요. 부리와 맺음, 빗침 등의 명조체의 특징이 되는 형태는 ‘붓’이라는 모필도구의 흔적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붓의 표현이 너무 정리되면서 모필이 가진 원래의 감성을 느끼기 어려운 형태가 되었죠. 전해 내려오는 고서에 쓰인 형태도, 화선지에는 붓으로 썼으나 이것을 인쇄하기 위해 목판으로 가져와 깎아서 찍어낸 것이라서, 이 역시 모필의 흔적을 감상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늦봄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모필의 감성을 다시 살릴 수 있는 폰트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가장 큰 콘셉트였고, 가장 큰 매력 요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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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의 콘셉트 이미지. 전통적 모필의 감성을 다시 살리고자 했다

 

 

모필 즉, 붓글씨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것들을 중심으로 작업하셨나요?

모아) 일단은 붓글씨의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자간을 비교적 넉넉하게 잡아주고, 시각적으로 흰 공간을 넓게 감싸도록 자소의 높낮이를 다양하게 해주었습니다. 서예의 세로쓰기를 보면, 초성이 종성과 중성의 아래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 영향으로 중성의 길이나 적절한 공간을 띄어서 초성이 잘 보이도록 위치해주는데요, 이러한 전통적인 구조를 이용해 늦봄의 모듈을 구상했습니다.

 

 

늦봄이라는 폰트 이름도 참 예쁜데요. 늦봄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모아) 시안 문구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감성적인 명조가 콘셉트였기 때문에 시안문구에서도 애절한 감성이 묻어났으면 했어요. 그때 채택되었던 것이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이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폰트 이름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고 프로젝트 가칭으로 편하게 불렀었는데, 진행하면서 콘셉트와 ‘늦봄’이란 이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늦었지만 천천히, 꽃 피웠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최종적으로 늦봄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늦봄을 작업하면서 떠올리거나 생각했던 이미지, 문장 등이 더 있을까요?

모아) 우선 시안의 문구가 된 야상곡의 가사들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 주려 / 세월이 다 가도록 나는 그저 애만 태우네 /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애달피 지는 저 꽃잎처럼 / 속절없는 늦봄의 밤 등 좋은 문장이 많죠.

도종환 시인의 시를 비롯해서, 사랑과 관련된 시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감성을 유지한 것이죠. 새벽 2시의 촉촉하고 서정적인 감성들, 그런 것들을 많이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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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의 감성적인 모티브는 촉촉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다

 

 

늦봄의 경우, 두 사람이 어떻게 나눠서 작업을 진행했는지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박지인 폰트 디자이너(이하 지인) 모아 매니저님이 뼈대에 해당하는 Light와 white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런 다음 변형되는 Medium과 Black 으로 넘어갔습니다. 제목용을 모아 매니저님과 제가 각각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모아 매니저님이 제목용 중 Black에 대한 가이드를 주어 제가 Black 디자인을 작업하고, 동시에 모아 매니저님은 White 디자인을 진행했죠.

모아) 늦봄 기획 당시 본문용 2종과 제목용 2종에 대한 어느 정도 틀을 잡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스케치를 잡아 놓은 상태에서 본문용을 제작하면서 지인씨가 Black 디자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되면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셨나요?

지인)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디자인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기획 단계에서 리서치를 함께 진행해서 기본적인 방향과 맥락은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형태적인 걸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죠.

특히 늦봄 디자인의 핵심 요소가 되는 곡선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도 중요했습니다. 늦봄은 곡선이 매우 심한 편으로, 직선보다 곡선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이해하고 같은 규칙으로 만들었을 때, 전체적으로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게 됩니다. 포인트와 핸들의 규칙이 서로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안에서 공간이나 균형도 봐야 하고, 자소 크기를 비교하는 것 외에도 한 글자를 만드는데 그 안에서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파일관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파일이 몇 차례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이 파일이 수정된 파일인지 아닌지 구분도 잘 해야 했죠.

 

그러한 통일성을 맞추기 위해서 어떤 작업들이 필요할까요?

모아) 통일성을 함께 하는 부분은 다양하지만, 앞서 말한 곡선 외에 늦봄은 전체 패밀리의 글자 구조를 통일 시켰습니다. Light 구조가 기준이 되어 Medium, white, Black이 각각의 형태에 맞게 조금씩 수정되었습니다.

구조가 같다는 것을 기역(ㄱ)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가로줄기와 연결되는 빗침을 그릴 때, 그 안을 관통하는 뼈대가 있고요(white), 뼈대를 중심으로 살이 붙는 형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Black의 경우는 거기서 개성이나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부리와 꺾임, 맺음의 요소를 획의 콘트라스트와 함께 극대화하여 표현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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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를 바탕으로 형태적 통일성을 맞추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제목용 이야기를 계속 해보겠습니다. 제목용에 해당하는 White의 경우 굉장히 가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제목용 폰트로서 임팩트가 중요하다고 한다면, 가는 형태가 모험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모아) 제목용은 말 그대로 제목에 쓰였을 때 어울리는 형태를 말합니다. white처럼 가는 서체는 작게 썼을 땐 잘 보이지 않고, 크게 썼을 때 잘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제목용이라고 할 수 있죠. Black처럼 굵은 글자는 회색도가 높기 때문에 눈에 잘 띄게 되고, 역으로 White처럼 가는 폰트는 선 밖으로 공간을 많이 감싸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선명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가는 폰트들이 제목용으로 구분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지인) 제가 제작했던 ‘푸른밤’의 경우, 아주 가는 형태의 헤어라인 폰트인데, 이 폰트 역시 헤드라인으로 구분합니다. 고딕Neo1의 경우도 패밀리의 양 끝에 있는 Thin과 Heavy가 제목용으로 구분되는 것도 이 때문이죠.

모아) White의 경우, 가늘기 때문에 작게 쓰면 아예 안 보일 수 있어, 최소한 16pt 이상에서 사용해야 예쁘고 잘 보입니다. 그러한 제목용의 용도를 더 분명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더욱 가늘게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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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가는 형태의 헤드라인 폰트, 하이테크와 푸른밤

 

 

늦봄은 본문용 2종과 제목용 2종, 총 4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중들은 단연 Black을 가장 쉽게 구분해내고, 인상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인) Black은 상당히 개성 있는 폰트입니다. 일단 딱 보기에 획 대비도 크고 강한 느낌을 주니까요. 하지만 한 글자씩 보다 보면 부드러운 곡선들로 이루어져있어 생각보다 굴곡이 많은데 그 곡선으로 인해서 표현될 수 있는 개성들을 살리는데 최대한 집중해서 작업했습니다.

모아) Black은 소위 말해서 매우 ‘센’ 느낌의 폰트입니다. 형태도 분명하고 획도 굵어서 아주 강하게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만 처음에 시안 작업을 진행할 때는 강하지만, 뾰족하고 날카로운 느낌 보다 곡선이 두드러져서 화려해 보였으면 했어요. 화려한 꽃이 어우러진 봄의 느낌을 블랙이 보여줄 수 있길 바랬는데, 그렇게 느낄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웃음)

 

 

붓글씨의 활자화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아) 붓으로 글을 쓰고, 활자화하여 인쇄를 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인쇄하기 위해서는 (금속이든 목판이든) 판이 필요하게 되고 이 판에 활자를 ‘새기게’ 됩니다. 깎는다고 표현하죠.

과거에는 인쇄의 정교함이 지금과 같지 않았기 때문에 끝을 각지게 깎아낸다고 하더라도 끝이 뭉그러져서 표현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보다 선명한 인쇄를 위해 더욱 끝을 날카롭게 깎아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폰트를 위한 원도를 제작 할 때도 역시 우리가 익숙하고 본래 가지고 있던 쓰기 방식인 붓글씨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인쇄 환경을 고려하여 직선위주로 정리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인쇄 기술은 그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발전되었기 때문에 어떻게 그린다고 하더라도 정교하게 인쇄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원하는 모양으로 그릴 수 있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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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활자에 대한 보다 정교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붓글씨 폰트를 제작하기 위해 많은 연구들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모아) 늦봄 작업 전부터 붓 형태 자체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려고 하다 보니 붓으로 글씨를 많이 써보고, 관련자료들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제가 서예를 조금 쓸 수는 있지만, 획순, 붓의 흐름과 균형에 대해 좀 더 콘셉트와 방향을 분명히 하기 위해 많은 책과 논문을 참고했고 비슷한 콘셉트의 다른 서체들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늦봄의 경우 손으로 썼지만, 사용성을 위해 잘 정리된 활자의 인상도 갖고 있길 바랬어요. 그렇기 위해선 형태들이 계획적으로 잘 정리가 되어야 했는데, 모필이라는 부드러운 필기도구는 획의 마무리와 진행 방향 등의 변수가 너무 많아서 한정된 시간 동안 계속 연구하기 어려워 필기구의 느낌을 잘 살려낸 다른 폰트들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일단 비슷한 필기문화를 가진 중국과 일본의 폰트, 펜과 첨필의 형태를 잘 볼 수 있는 라틴 알파벳 문화권과 아랍언어권의 서체도 참고했습니다. 요즘 발표된 한글 명조계열 폰트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즘 과거의 서체나 필사본을 모티브로 작업한 결과물이 많이 보여요. 늦봄도 그런 시도로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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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 폰트를 위해 실제로 제작했던 포지셔닝맵

 

 

붓글씨에서 이어진 또 다른 특징들이 있을까요?

지인) 늦봄은 쓰기 형식에 따른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 리을(ㄹ)을 쓴다고 할 때, 기역(ㄱ)을 쓰고 디귿(ㄷ)을 쓰잖아요. 손으로 글씨를 쓸 때 획의 방향이나 순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미음(ㅁ)같은 경우도 그렇고 필순과 획순을 많이 생각하면서 작업했죠.

모아) 처음에 두는 획이 있고, 꺾어지는 획이 있고, 마무리하는 획이 있는데요. 미음(ㅁ)도 그런 획순을 고려하였습니다. 지읒(ㅈ), 치읓(ㅊ)을 봐도 그런 획순을 고려한 걸 확인 할 수 있죠. 가로줄기를 그리고 빗침으로 내려서 점 찍고, 획순이 만든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획순에 따라 디자인해서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지길 바랬어요.

 

일반적으로 제목용 폰트보다 본문용 폰트를 만들 때 시간이 배로 걸린다고 합니다. 본문용 폰트를 제작하면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더 많았을 것 같습니다.

#잠깐! 본문용 폰트의 조건?
읽기활동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폰트로, 글자의 가독성과 판독성을 가장 중시하여 장문의 글을 읽을 때에도 정보가 온전히 전달됨을 목적으로 하는 폰트이다. 한글은 주로 고딕과 명조계열 폰트를 본문용 폰트로 사용하고 있다.

모아) 신경을 쓸 것이 많다기 보다는 예민해야 하는 부분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같이 작업한 지인씨는 잘 알 텐데요. 작업하면서 2칸 옮겨보자, 3칸 옮겨보자 하는 얘기들을 합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1000*1000으로 쪼개진 바탕을 기본으로 자면에 글자를 그리면서 앞서 얘기한 1~2칸씩 옮겨보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단위에서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죠. 지금도 수정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먼지만큼 움직이면서 하죠. (웃음)

하지만 그렇게 작게 움직인 상태로는 미세한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본문용이기 때문에 본문의 형태로 작게 뽑아서 전체를 봐야 그 차이를 알 수 있죠. 아주 조금씩만 조정해도 인쇄 후 조판 상태를 확인해 보면 그 차이가 느껴집니다. 그렇게 조정하고 인쇄하며 테스트를 무수히 반복합니다.

지인) 작게 출력했을 때의 느낌을 계속 봐야 하는 거죠. 글씨가 작게 출력 됐을 때 프린터가 해석할 수 있는 자소 별 공간이 좁아지게 되는데, 1~2칸씩 조정하는 것에 따라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간이 차이가 납니다. 공간이 좁아 보인다, 넓어 보인다 등 조판 상태에 따라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균형을 맞추어 나갑니다. 다 수작업이죠. 어렵고 시간도 많이 필요합니다. 출시 직전까지도 그렇게 인쇄하고 확인하는 과정들을 반복해 나가면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갔죠.

모아) 작업하면서 내가 그 정도까지 섬세함을 갖추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계속 보다 보니 어제 본거 다르고, 오늘 본 거 다르고. 만들어 놓고도 다음날 아침에 다시 바꾸기도 하고. 그런 시간이 반복됩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쌓이고, 1~3개월 지나고 전에 만들었던 것에서 이상한 점이 보이면 다시 고치고, 그렇게 또 반복하게 되는 거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조금씩 나아지며 완성도를 갖추어 나갑니다. 섬세하고, 손을 많이 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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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미세히 조정해나간 고민의 흔적들

 

 

늦봄 본문용 2종을 보면 다소 밋밋한 느낌이 있을 수 있는데, 인쇄 후 한 번에 볼 때는 글자 내용보다 분위기가 먼저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감성이 느껴지는데 어떤가요?

#잠깐! 편집 디자이너의 섞어짜기?
서로 다른 글꼴을 섞어 조판하는 것을 섞어짜기라고 한다. 주로 다국어 편집 환경에서 섞어 짜게 되며 국내 환경에서 가장 빈번히 나타나는 조합은 한국어와 영어이다. 한글 폰트 안에는 기본으로 포함된 라틴 문자 글리프가 있지만, 디자이너의 미감에 따라 이보다 더 적절한 영문 폰트를 임의로 찾아 사용하기도 한다.

모아) 폰트 제작의 어려운 점이 바로 이런 부분인 것 같습니다. 늦봄은 특히 글자의 의미보다 분위기가 먼저 눈에 띈다는 것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용 폰트임에도 서정적인 감성이 먼저 눈에 띄다 보니, 객관적인 사실을 얘기하는 긴 분량에 늦봄은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부담 없는 분량의 글과 희미하게나마 독자에게 인상을 남기고 싶은 매체에서는 활용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글의 부리와 알파벳의 셰리프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모아) 한글의 부리와 알파벳의 셰리프는 사실 많이 다릅니다. 두 가지 다른 개념의 디자인을 비슷하게 이끌기가 정말 어려웠죠. 한글은 붓글씨에서 파생이 됐고, 알파벳은 펜 글씨에서 파생이 되었기 때문에 형태나 쓰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세로쓰기(한글)와 가로쓰기(영문)라는 쓰기 방식에 대한 바탕에 따른 구조도 그렇고요.

라틴알파벳 폰트 자료 조사를 통해 요즘엔 알파벳에서도 셰리프를 다양하게 변형시키는 시도들을 많이 한다는 것을 참고하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직접 붓글씨로 영문을 써보기도 했죠. 어떻게 맺히나, 그 맺힘을 연구하기 위해 붓글씨로 반복하여 영문을 써봤습니다. 영문에도 필기체처럼 흘려서도 써보고, 납작하게도 써보고. 그럴 때 나오는 형태들을 직접 써봐야 이해가 될 것 같았습니다. 영문도 한글처럼 획순을 많이 고려했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지점을 찾아 맺음을 이 정도로 해야 비슷한 느낌이 나는구나 하고 찾아냈죠. 세리프의 형태는 다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울리도록 했습니다.

늦봄의 시대가 현대이긴 하지만, 붓글씨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완전한 현재 스타일은 아닙니다. 영문도 마찬가지로 휴머니스트 스타일과, 가라몬드 스타일을 참고하였습니다. 시대적인 것 역시 고려해야 비슷한 스타일이 나오기 때문이죠.

 

 

폰트를 직접 개발한 디자이너가 생각한 폰트의 활용 방식이 궁금합니다. 늦봄은 어디에 사용하면 좋을까요?

모아) 시집, 시집 전체가 늦봄으로만 구성되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너무 보고 싶어요. 시집에 쓰였을 때의 전체적인 톤도 궁금하구요. 우선은 사용자 분들이 어떻게 사용할까 기대가 됩니다.

 

 

늦봄과 관련된 마지막 질문입니다. 늦봄을 제작하면서, 바람이나 목표하는 바, 지향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모아) 개인적으로 명조 계열의 폰트를 좋아합니다. 명조 디자인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도 좋아하죠.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시도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고, 늦봄이 그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고딕을 변형 시킨 폰트들은 무수히 많지만 명조를 활용한 폰트들은 많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 보니 진입 장벽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늦봄을 시작으로 명조를 활용한 재미 있는 디자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늦봄이 그러한 활성화에 일조하길 기대해 봅니다 :)

 

 

+늦봄 폰트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산돌구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어서 <② 늦봄 : 폰트 디자이너 스토리>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Contents by 산돌커뮤니케이션 / sando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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