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벗어난 감성 캘리그라피, 공병각 폰트

소문만 무성했지 폰트로는 만나보기 어려울 것 같았던 공병각 작가의 손글씨가 폰트로 만들어졌다. 공병각 폰트는 과거에 비해 다양해진 사용 환경과 사용자들의 다양한 감성을 고려해 사인펜, 색연필, 타블렛, 매직 등 네 종류의 손글씨 폰트로 개발되었다. 곽두열 산돌커뮤니케이션 폰트디자인팀 팀장과 이호 닥터폰트 실장(전 산돌커뮤니케이션 폰트디자이너)의 도움으로 공병각 폰트 개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리. 윤유성 기자 outroom@fontclub.co.kr 

자료제공. 산돌커뮤니케이션 폰트디자인팀

먼저, 공병각 폰트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잘 아시겠지만, 공병각 작가는 다양한 광고 작업을 비롯해 앨범과 단행본, 기업 콜라보레이션 작업 등에 개성 강하고 감성 어린 손글씨를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캘리그라퍼이자 아티스트이죠. ‘공병각 폰트’는 공병각 작가님(www.cyworld.com/NEMAM22DA)의 손글씨를 디지털 폰트로 제작한 손멋글꼴입니다. 석금호펜, 석금호필, 백종열펜, 백종열필, 박효진, 쌈지농부이진경 등의 손멋글꼴이 포함되어 있는 첫 번째 산돌아티스트컬렉션에 이어 두 번째로 출시되는 패키지 제품이죠. 정식 명칭은 ‘산돌아티스트컬렉션 NO.02 공병각’입니다. 공병각매직(Medium, Bold), 공병각타블렛(Light, Medium), 공병각펜(Light, Medium), 공병각필(Medium, Bold) 등 4서체 8종으로 제작되었고요. KS완성형 TTF와 OTF로 개발되었습니다.

공병각 작가가 참여한 앨범과(위) 직접 쓰고 디자인한 단행본(아래)

공병각 폰트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공병각 폰트는 개성 강한 필체로 그 동안 다양한 캘리그라피 작업을 해온 공병각 작가 손글씨의 아날로그 감수성을 디지털화한 것인데요. 공병각 폰트를 이용해 어렵지 않게 사용자들의 감성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공병각 폰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기존 산돌아트스트 컬렉션 폰트와는 다르게 사인펜, 색연필, 타블렛, 매직 등 풍부한 필기감과 다양한 종수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모음 ‘ㅏ’, ‘ㅑ’, ‘ㅘ’ 계열에 임의합자(ligature) 기능(멀티글립 기능)을 제공해 공병각 작가만의 개성 있는 손글씨를 보다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위에서부터 공병각필(Bold, Medium), 공병각타블렛(Medium, Light), 공병각매직(Bold, Medium), 공병각펜(Medium, Light)

공병각 폰트의 멀티글립 기능 예시. 글자 위치에 따라 적절한 손글씨 느낌을 부각시킬 수 있다. 인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터 CS버전 이상에서 적용 가능하다.

공병각 폰트 개발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이미 공병각 작가님과 그분의 캘리그라피 작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어요. 백종열체와 박효진체 이후에 작가 이름을 그대로 살린 산돌의 작가 폰트 개발을 준비하며 자료 조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거든요. 그 중에서도 공병각 작가님은 산돌에서 폰트 개발을 제안하고자 했던 작가 중 한 분이었죠. 그 즈음에 공교롭게도 공병각 작가님이 먼저 산돌에 연락을 주시고 폰트 개발을 문의해 오셨습니다. 그때부터 큰 문제 없이 공병각 작가님과 폰트 제작을 위한 작업이 이루어졌죠. 처음엔 폰트로 제작할 계획이 없었는데, 점차 폰트 제작에 대한 문의도 많아지고 공병각 작가님 스타일을 어설프게 따라 한 작업들이 많아지면서 공병각 폰트를  제작할 시점이 되었다는 판단으로 폰트화를 결심하셨다고 합니다.

손글씨가 어떻게 폰트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합니다.

복잡한 여러 단계가 있지만,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4단계 정도로 정리되겠네요. 가장 먼저 작가 원도를 확보해야겠죠. 폰트를 제작할 때 필요한 모듈이 포함된 샘플 텍스트 500여자를 제공해드리면 필기구에 따라 작가분이 샘플 텍스트를 직접 써주시는 과정입니다. 2단계는 작가 원도를 스캔해 디지털 이미지화 하고 벡터 형식으로 변화해 모듈이 되는 글자를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그 다음, 모듈을 활용하여 한글 2,350자를 파생합니다. 마지막으로, 완료된 글립을 활용해 조판테스트를 진행하고 사용에 문제가 없는지 검수하고 수정합니다.

다양한 도구와 방식으로 쓰여진 캘리그라퍼 공병각 작가의 손글씨 원도 일부.

산돌 손글씨 폰트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이번 공병각 폰트 작업도 그랬지만 산돌에서 제작하는 손글씨 폰트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의 손글씨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작가의 손글씨 원도를 얼마나 많이 가져와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손글씨 원도가 적을수록 폰트디자이너의 생각과 스타일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지는 것이죠. 작업을 하다 보면 폰트디자이너가 좋아하고 편한 스타일로 변형될 수 있어요. 사용자들이 좋아할만한 매끈한 폰트가 만들어질진 몰라도 그 작가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손글씨 폰트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죠.

산돌에서는 대체적으로 한글, 라틴알파벳, 약물이 포함된 500~600자 정도의 원도를 작가에게 요청 드리고 폰트디자이너가 중복되는 글자를 포함해 파생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번 공병각 폰트 또한 사인펜, 색연필, 타블렛, 매직 등 다양한 도구로 쓴 원도를 최대한 많이 받아 모두 개별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산돌에서 요구하는 원도 분량이 다소 많아 작가분들이 다소 힘들어하시리라 짐작되지만, 그렇게 해야 산돌에서 제작하는 손글씨 폰트만의 자연스러움과 작가다움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작가분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있습니다.

공병각 폰트 작업창과 공병각매직 조판테스트 화면

제작 과정 중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공병각 폰트 제작 과정 중에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어요. 폰트 제작 과정 중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모든 작가 폰트가 그러하듯이 원작자 원도 느낌을 그대로 잘 살리기 위한 노력과 시간에 있겠죠. 500여자가 되는 샘플 텍스를 바탕으로 폰트디자이너가 나머지 1,800여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상당 부분 폰트디자이너가 작업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가장 어렵고 많은 시간을 요하는데요. 전체적인 조화와 자연스러움, 폰트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작가의 필력, 필획의 순서 등을 충분히 파악하고 학습한 뒤에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야 합니다.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백종열체도 그렇게 제작되었습니다.

공병각 폰트와 백종열 폰트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계시지만, 오래 전 공병각 작가님과 백종열 감독님은 같은 회사에서 7년 이상 광고 작업을 하셨는데요. 오랜 기간 함께 일하고 작업을 하면 자연스럽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두 분 모두 꾸준히 그들만의 영역에서 스타일을 만들고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엄연히 필체도 다르고 폰트도 다릅니다. 큰 틀 안에서는 얼핏 유사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백종열체는 남성스럽고 강한 느낌이 풍기는 반면, 공병각 폰트는 그보다는 여성스럽고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병각 폰트는 틀을 벗어나는 형태가 굉장히 많아요. 한글에는 글자가 들어가는 고정 폭이 있는데 공병각 폰트는 그 범위가 넓은 편입니다. 그 점이 공병각 폰트의 가장 큰 멋스러움과 재미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작업했습니다. 공병각 폰트에서는 다양한 필기감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차이겠죠.

공병각 캘리그라퍼가 직접 쓴 손글씨로 제작한 <공병각 Talk Show> 포스터(위)와 공병각 폰트로 제작한 광고 이미지(아래)

공병각 폰트가 어떻게 사용되길 바라나요?

가끔 대형서점에 나가 나눔손글씨나 백종열체로 작업한 책 표지를 보면 “어딘지 모르게 약하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물론, 모든 작업이 그렇지는 않지만 아마도 손글씨 폰트를 본문체 사용하듯 입력한 그대로 작업하거나 장평이나 자간 조절만 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는 손글씨만의 매력과 장점을 살리기 어렵겠죠. 이미지 크기와 레이아웃을 고민하듯 손글씨를 사용할 땐 어느 정도 가공이 필요한데요. 공병각 폰트도 비슷합니다. 굵기나 컬러, 레이아웃 등을 한번쯤 고민하고 다듬어주어야 좋습니다. 공병각 작가님이 손글씨도 쓰고 직접 디자인한 단행본들이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공병각 폰트를 사용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이 점도 공병각 폰트만의 가장 큰 강점이자 특징이 될 수 있겠네요. 부디, 공병각 폰트만의 매력을 한껏 뽑아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