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쭉빼쭉 귀여운 탈네모, 산돌 헤드라인 런던
산돌 헤드라인 런던은 이전에 제작된 도쿄, 상하이, 서울체에 이어 ‘시티체’ 컨셉으로 제작된 네 번째 시리즈 폰트다. 산돌 헤드라인 런던을 디자인한 송미언 디자이너로부터 런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리. 윤유성 기자 outroom@fontclub.co.kr
자료제공. 송미언 산돌커뮤니케이션 폰트디자이너
산돌 헤드라인 런던은 어떤 폰트인가요?
‘산돌 헤드라인 런던'(이하 런던)은 로마시대에 성벽으로 둘러싸였던 현재의 런던탑 모양을 형상화해 그리드를 살리고,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탈네모꼴의 기하학적인 형태로 디자인한 서체에요. 또한 자소 크기를 길고 짧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디자인해 규칙적이면서 개성 있는 느낌을 부여했습니다. 재미있는 모듈 표현과 5종의 굵기로 제작되어 잡지, 책 표지 등의 헤드라인이나 광고와 포스터 등에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폰트입니다.
탈네모꼴 산돌 헤드라인 런던
1. 자소 크기와 위치의 변화2. 글줄에 리드미컬한 요소 가미, 3. 자소 ‘ㅎ’의 꼭지점과 가로줄기를 동일한 길이로 표현
런던의 가장 큰 특징 세 가지를 꼽는다면요?
우선, 기존 시티체보다 자소 크기와 위치에 변화를 주어 다양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그리고 모듈체의 기본적인 룰을 지키면서 글줄에 리드미컬한 요소를 가미해 훨씬 생동감을 느낄 수 있게 했고요. 마지막으로 자소 ‘ㅎ’의 꼭지점과 가로줄기를 동일한 길이로 표현해 모듈체에서만 볼 수 있는 자유로운 형태를 부여했습니다.
런던 외에 서울, 도쿄, 상하이 각각의 폰트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서울’은 다양한 한글 자소의 위치 변화를 디지털화한 폰트에요. 일반적으로 ‘탈네모꼴’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기존 서체들과 차별되는 다양한 모듈과 모음을 기준으로 한 설계가 서울만에 독특한 외형을 보여줍니다. 아시아의 중심이 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 담긴 현대적인 건물을 형상화하여 디자인했죠. ‘상하이’는 중국의 대표 도시인 상하이를 황하강에서 보이는 건물 숲의 실루엣을 형상화했고, ‘도쿄’는 서울과 모듈이 비슷하지만 글줄 및 자소 ‘ㄹ’의 개성 있는 표현으로 차별성을 두었는데요. 일본성의 동양적이면서 웅장한 모습과 기울기에서 따온 ‘ㄹ’ 형태가 적용되었습니다.
도쿄, 런던, 상하이, 서울
어떤 계기로 폰트와 도시 이름을 연결해 시리즈 폰트를 제작하게 되었나요?
리서치 결과 새로운 헤드라인 서체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독특한 모듈체를 시리즈로 개발하게 되었는데요. 시티체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분방한 모듈 형식입니다. 도심 속에 우뚝우뚝 솟아있는 건물들을 연상시켜 ‘시티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죠.
탈네모꼴 폰트를 제작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모듈체는 제목용 이외에는 쉽게 쓸 수 없는 다양성에 대한 한계가 있어요. 가독성이나 범용성에 대한 문제점이 서체를 만들 때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었죠. 하지만, 본문용 서체, 그래픽 서체, 모바일 전용 서체 등 다양한 성질과 특징을 가진 서체들이 그에 맞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모듈체 또한 모듈체만의 개성을 파악해 그에 맞는 곳에 쓰여진다면 그 문제 또한 자연스럽게 해결 될 거라 생각합니다.
런던은 기존 시티체 시리즈와 잘 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다행히 서울, 도쿄, 상하이와 동질감을 가지되 차별성도 함께 볼 수 있는 서체로 제작되었다.
산돌 헤드라인 런던 영문, 숫자, 기호
런던은 안상수 선생님의 마노체와 닮아 보이는데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우선, 모듈체라는 점에서 같은 분류의 서체이기 때문에 얼핏 유사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ㅁ’과 ‘ㅎ’ 등의 자음 형태가 확연히 다르고 윗선, 밑선, 무게중심선이 다릅니다. 서체의 얼굴은 ‘무게중심선’ 즉, 아래, 위, 중간 중에서 글자의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크게 바뀝니다. 탈네모꼴, 네모꼴의 성향도 결정짓게 되는데요. 자소의 특별한 장식 즉, 굴림, 꺽임, 세리프 유무 등이 없어도 이런 모듈과 그리드의 변화만으로도 기본적으로 그 글자의 고유한 색을 갖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수많은 고딕체와 명조체가 대부분 비슷하게 보이지만 모두 다른 디자인의 서체인 것처럼 마노체와 런던은 모듈체 특징상 유사해 보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리드의 화려한 변화로 무궁무진하게 끝없이 발전 가능한 것이 모듈체입니다. 비슷한 듯 하지만 오묘하게 각자의 얼굴을 품고 있는 것이 모듈체의 매력이겠죠.
시티체의 다음 시리즈 제작도 예정되어 있나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조금 더 다양한 서체를 개발해 출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진행 할 수도 있습니다.
산돌헤드라인 런던 활용 사례
디자인. 이가람 산돌파트너 3기
“1음절이나 2음절 단어만으로 엽서를 디자인해 보았다. 어떤 디자인을 해볼까 고민하다 산돌 헤드라인 런던은 애초에 헤드라인 서체로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단어로 썼을 때 굉장히 예뻐 보였다. 자음과 모음, 특수 문자를 이미지 요소로 활용해 단어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다. 본문용으로 길게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헤드라인 서체로는 활용도나 만족도가 높아 보인다.”
디자인. 김지윤 산돌파트너 3기
“모음의 가장 왼쪽라인에 맞추어 받침이 내려오는 것에 착안해 산돌헤드라인 런던으로 귀여운 이모티콘을 디자인했다. 일반적인 본문용 글꼴을 보면 네모틀에 맞게 글씨가 꽉꽉 채워지기 때문에 받침에 쓰이는 ‘ㅁ’이 납작하게 변한다. 반면, 마노체나 런던체는 형태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빈 공간이 많이 생기게 되는데 마노체는 세로가 긴 네모틀 안에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고 런던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자음이 밑으로 더 길게 내려와 네모틀 자체를 깨버린다는 차이가 있다. 전혀 규칙 없이 자유분방한 글꼴이 아니라 자유로움 속에 나름의 규칙이 숨어있는 글꼴이라고 볼 수 있다. 마노체와 비교해보면 런던이 조금 더 꽉 찬 느낌이 강하다. 모음 길이도 다르고 글을 썼을 때 자소의 높이 변화도 다르다. 글자 간격도 런던이 더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다.”
디자인. 서현진 산돌파트너 2기
“산돌 헤드라인 런던의 디자인 컨셉에 맞춰 ‘런던 풍경’이라는 이름의 카페로고를 디자인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찍어왔던 사진 위에 로고를 디자인해 살짝 올려보았다. 워낙 독특한 디자인과 크기 배열을 가지고 있어 특별한 추가 작업 없어 굵기 조절만 해도 평범치 않은 느낌을 준다. 두 번째 작업은 평소에 생각해 두었던 <착한 소행성>이라는 제목으로 책 표지를 디자인해 보았다. 신기하게도 소행성의 ‘소’자가 자동으로 작은 사이즈로 입력되고 ‘착한’이라는 글자 모양도 제목의 의미와 잘 어울려 보인다.”
디자인. 이헌제 산돌파트너 3기
“산돌 헤드라인 런던을 활용해 세 개 디자인(문장, 타이틀, 기호) 작업을 해보았다. 첫 번째는 김재진 시인의 시로 문장을 적어보았는데 본문용 서체처럼 쭉쭉 적어내기는 다소 힘들지만 시처럼 짤막짤막하게 끊기는 텍스트들은 어느 정도 보는데 불편함은 없다. 두 번째는 본래 산돌 헤드라인 런던의 탄생 목적에 따라 타이틀을 디자인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런던=보라색’이라는 생각이 있어 보라색을 선택하고 직사각형 그래픽 이미지를 추가했다. 마지막 세 번째 작업은 기호만으로 구성해 본 것이다.”
※ 위 사례는 산돌파트너(http://cafe.naver.com/sandollpartner)와 함께 진행한 ‘산돌헤드라인 런던을 활용해 디자인 작품 만들기’ 미션 결과물 중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