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네오시리즈_3.네오 디자이너 인터뷰

 

진행. 윤유성 에디터 outroom@fontclub.co.kr
자료협조. 산돌커뮤니케이션 폰트개발부

탄생, 산돌네오시리즈

 

새로운 본문용 서체 개발은 산돌커뮤니케이션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본문용 서체를 완성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을 선뜻 감당할 수 있는 서체 디자인 회사는 많지 않죠. 산돌뿐 아니라 대부분의 서체 디자인 회사 상황은 비슷합니다. 특히, 산돌은 서체 시장이 활성화 되던 시기에 수년간 삼성의 기업 전용 서체 개발을 전담하고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을 위한 전용 서체 개발을 진행하게 되면서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본문용 서체 제작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전용 서체 모두 신문에 사용되는 본문용 서체로 제작되었지만 사용권이 기업에 한정되어 있어 일반 사용자들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죠. 그 시점에 산돌네오시리즈가 기획되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체 디자인 전문기업이라는 사명감을 되새기며, 그간 쌓아온 본문용 서체 제작 노하우를 총 집결해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부합하는 서체를 기획해 선보이게 된 것이죠.

 
 

감성과 무색무취의 조화

 

산세리프 서체(고딕체)는 중립적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반면에 단순한 디자인과 모던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감성적인 부분을 놓치기 쉽다는 맹점이 있죠. 헬베티카(Helvetica)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무색무취의 중립적인 서체로 디자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산돌고딕네오 또한 그런 부분을 수용하고자 했지만, 직선 위주의 획으로 구성된 한글은 극도로 단순화해 디자인할 경우 수직과 수평만 남아 기하학적인 형태의 도형이 되고 맙니다. 또한, 헬베티카는 50여 년 전에 디자인된 서체라는 한계가 있죠.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용자 요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처럼 산돌고딕네오는 곡선의 멋을 살리기 위해 한글 고유의 각을 최대한 유지하고, 산세리프 서체가 띌 수 있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감성적인 요소를 가미해 디자인되었습니다.

 
 

한글 중심, 사용자 중심


산돌네오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한글’을 중심에 두었다는 점입니다. ‘한글 서체인데 한글 중심의 디자인이 당연하지 않나?’ 의아해할 수 있지만, 산돌네오시리즈처럼 한글 디자인을 가장 상위에 두고 그 컨셉에 맞춰 라틴 알파벳을 선택해 다듬고 한자를 직접 디자인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한글 디자인에 가장 어울리는 라틴 알파벳과 한자를 고르고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이죠.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서체 디자인 프로세스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점입니다. 공급자(서체 디자인 회사) 우선이 아닌, 사용자(디자이너와 일반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서체 디자인이 이루어졌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완성된 서체는 전문 사용자의 사용성 평가를 거쳤습니다. 엄선된 라틴 알파벳(가디언 산스)은 내부 연구원을 통해 라이선스 문제를 공식적으로 해결하고 한글 디자인 컨셉에 맞게 모양새를 다듬었죠.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습니다. 출시 이후에 여러 의견과 문제점을 취합해 프로버전을 출시할 계획도 있습니다. 기존 2,350자에서 11,172자로 제공하고 약물 디자인 완성도를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수준만큼 끌어올려 제공할 예정입니다. 산돌명조네오 또한 확장 가능성을 열어 두고 서체군을 다양화 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끝은 없습니다.

전력을 다해 디자인하다

 

기존 산돌고딕과는 다르게 사용자 요구와 트렌드를 반영해 보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고딕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현대적이고 간결하지만 타당성 없는 간결함은 지양하고 획의 필감을 살리며 조형적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죠. 또한 산돌고딕네오는 사전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장평을 92%로 맞춰 제작했기 때문에 첫인상이 홀쭉하고 새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글자 내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작은 크기로 본문에 사용하더라도 또렷하게 잘 읽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본문형 서체가 갖는 기본적인 틀에 사용자 요구와 연구 자료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입니다. 
산돌은 기업의 요청으로 전용서체를 개발한 경험은 많지만, 일반 사용자를 위한 본문용 서체를 기획해 전력을 다해 디자인한 사례는 산돌네오시리즈가 처음이었습니다. 기획에서부터 출시까지 그 기간도 짧지 않았죠. 산돌네오시리즈 프로젝트는 전문 디자이너를 기본 타깃으로, DTP 환경에 맞는 서체를 제작하는 것이 1차 목표였지만, 멀티미디어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멀티미디어 시장에서의 본문형 서체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정식 출시가 되기 전에 애플, LG, 팬택 등의 제품에 탑재되고 <스티브 잡스> 전자책에 먼저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선택의 폭을 넓혀주다

 

Thin, UltraLight, Light, Regular, Medium, SemiBold, Bold, ExtraBold, Heavy 등 총 9종류의 웨이트(weight)를 갖춘 산돌고딕네오1은 현재 사용되는 타사 고딕체와 명조체를 대상으로 서체가족을 분석하여 두께 별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통계를 낸 뒤, 비교 분석을 통해 구성했습니다. 또한 고딕네오2와 고딕네오3는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기본형 서체의 표정이 다양해 지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편집디자인에서 본문뿐 아니라 캡션과 제목 등에 모두 활용하는데 용이할 뿐만 아니라 글자를 사용하는 그래픽작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타이포그래피 운용이 가능하도록 해줍니다. 기본형 서체는 여러 개 출시되어 있지만 실제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서체는 제한적이죠. 산돌네오시리즈가 디자이너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으면 합니다.

유기적인 명조체

 

최정호 선생님 원도를 일부 참고해 디자인했지만, 산돌명조네오에서는 각을 조금 더 순화하고 자소(字素)를 키우며, 명조체 특유의 쓰러지는 느낌을 최소화하려 했고 현대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연구를 하며 작업했죠. 세리프 서체를 작업하다 보면 돌기와 맺음 같은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는 점에서 유기적인 면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서체 특성 상 반복되는 기계적인 면 또한 있었죠. 서체를 디자인 하는 과정이 즐겁기도 하지만 어려운 부분은 조금의 차이가 모든 글자에 영향을 미쳐 서체 전체의 표정을 만든다는 점이에요. 이것이 가장 조심스럽고 부담되는 부분입니다. 산돌명조네오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글을 읽는데 방해되는 요소가 없도록 미세한 차이에 신경을 쓰며 최대한 신중하게 작업했습니다.


명조네오의 선택, 리옹체 

산돌명조네오의 라틴 알파벳 활자체로는 리옹체(Lyon)를 선택했습니다. 리옹체에는 리옹 텍스트체와 리옹 디스플레이체가 있는데 산돌명조네오에 사용한 것은 리옹 텍스트체입니다. 리옹체가 갖고 있는 골격이 명조네오의 한글과 맞아요. 리옹체는 x-height* 가 크고 속공간이 넓어 시원시원하면서도 현대적이고 둥그스름한 표정이 명조네오와 잘 어울립니다. 다양한 라틴 알파벳 활자 중에서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화한 서체이면서 그 품질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조건에도 부합했습니다. 
한글의 세리프는 붓에서 나오는 반면 라틴 알파벳의 세리프는 펜에서 나오기 때문에 애초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기는 어려워요. 또한 가는 굵기부터 굵은 굵기에 이르기까지 명조네오와 어울리는 서체를 찾아야 한다는 점도 어려운 부분이었죠. 리옹체 디자이너 카이 베르나우(Kai Bernau)의 감수를 통해 한글에 맞춰가는 작업을 진행하며 산돌명조네오에 맞는 산돌 리옹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 x-height는 소문자 ‘x’의 높이를 말한다. 기준선(base line)에서 소문자 x의 윗변(mean line)까지의 거리로 x자는 아래 위 끝부분의 높이가 기준선과 일치하기 때문에 기준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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