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네오시리즈_1.프리미엄 폰트의 탄생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2006년 기획을 시작해 6년에 걸쳐 제작한 산돌네오시리즈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본문 서체 디자인을 위해 오랜 시간 연구하고 노력한 산돌의 오랜 결실이 이뤄진 것. 산돌의 프리미엄 폰트라는 기치를 내걸고 그 간의 기술과 경험을 모두 담아낸 산돌네오시리즈는 고딕과 명조를 포함해 총 30여 종에 이르는 패밀리를 이루고 있다. 앞으로 산돌네오시리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시작으로 고딕네오와 명조네오의 특징, 제작에 참여한 디자이너 인터뷰, 네오시리즈를 사용해본 디자이너들의 리뷰를 정리해 4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진행. 윤유성 에디터 outroom@fontclub.co.kr
자료협조. 산돌커뮤니케이션 폰트개발부


산돌네오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사용자의 참여로 이루어진 디자인이라는 점과 한글을 가장 중심에 두고 다른 문자 군과 조화를 이루어낸 최초의 한글 서체라는 점. 그리고 다양한 패밀리로 사용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디지털 환경에 맞게 설계되어 최신 환경에 적용하기 수월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사용자 중심

한글 서체 개발은 개발 기간도 길고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일도 쉽지 않아 소비자의 요구를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그래서 그 동안 한글 서체는 대부분 공급자 위주로 개발해 제품을 출시해 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사용자들은 서체개발회사에서 제품을 내놓으면 불편해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산돌에서 기획하고 개발한 네오시리즈는 기존의 서체 개발 개념을 뒤집어 엎은 보기 드문 사례다. 편집 및 분야별 디자이너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사용자 그룹 인터뷰를 통해 문제점, 불편한 점, 제안, 아이디어 등을 수집해 반영한 것이다. 또한 전문 자문단을 구성해 한글 서체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해결책을 공유하고, 출시 직전의 산돌네오시리즈에 대한 감수와 자문을 의뢰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네오시리즈 프로젝트를 위한 전담연구제작팀이 운영되기도 했다. 다양한 사용자에게 맞춰 커스트마이징이 가능하도록 서체 구성 자체를 각각의 모듈로 구분한 것 또한 특징이다.

산돌은 네오시리즈 프로젝트를 위한 전담연구제작팀을 구성해 일반 사용자, 기업, 전문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했다.

한글디자인 중심

근대 인쇄 문화와 활자 디자인은 외국의 영향을 받아 주체성을 가질 수 없었고 디지털 환경의 빠른 변화 탓에 한글 서체 디자인은 오랜 시간 외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여러 애플리케이션은 한글을 타이포그래피의 부가기능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상황에서 산돌네오시리즈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한글디자인을 중심에 두고 개발이 진행되었다. 한글디자인 컨셉트에 맞춰 라틴알파벳을 선택해 수정 보완하고 한글에 맞춰 한자를 만든 것이다. 부가 기능과 기타 기호들도 한글을 위해 만들어졌고 한글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도록 국적 없이 떠돌아다니는 문자들을 함부로 접목하지 않았다.

라틴 알파벳을 비롯한 숫자, 문장부호 등 글립들을 개발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 문법과 조형 원칙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라틴 문자권의 디자이너와 공동 개발하는 것이다. 산돌고딕네오1은 차선에서 최선을 찾았다. 즉 기존의 라틴 알파벳 중 한글의 구조와 골격에 가장 어울리는 글자체를 선정했다. 그렇게 여러 후보들을 놓고 신중한 테스트를 거친 끝에, 산돌고딕네오1에 가장 어울리는 라틴 글자체로 가디언산스 헤드라인(Guardian Sans Headline)을 택했다. 산돌고딕네오1은 라틴 알파벳 글자체를 글립으로 사용하기 위해 정식으로 저작권을 구입한 국내 유일의 사례이다. 라틴 글립 디자인 저작권 구입 후에는 한글 조판 환경의 특수성에 따라 불가피하게 수정이 이루어져야 했다. 수정 버전은 원저작자와의 합의 하에 산돌가디언산스(Sandoll Guardian Sans)라는 이름이 부여되었다. 가디언산스 본래 성격은 최대한 유지하되, 변경 사항들은 한글과 서로 어울리도록 하는 목적으로만 제한되었다. 수정 내용은 모두 오리지널 버전의 디자이너인 크리스챤 슈바르츠의 최종 감수를 거쳐 확정되었다. (내용출처. 산돌고딕네오1 견본집, 20쪽)

입체적 편집을 위한 다양한 패밀리

다양하고 정교한 편집을 위해서는 각각의 목적과 기능에 맞춰 세분화된 패밀리가 필요하다. 웨이트의 부족함은 그 동안 산돌 서체 선택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했다. 산돌네오시리즈에서는 웨이트 변화에 의한 1차 패밀리를 넘어 다양한 목적과 기능을 가질 수 있는 확대된 개념의 패밀리가 구상되었다. 한글 자소의 조합구성에 변화를 주어 안정적이고 클래식한 이미지와 젊고 리드미컬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패밀리를 갖추게 된 것이다. 또한 웨이트 패밀리간에도 목적과 용도에 맞도록 설계해 기능성이 향상되었다. 본문용은 가독성에 중점을 두어 자소 간에도 또렷하게 구분되며 문장을 이루었을 때도 자연스러운 시각적 체계를 갖추도록 하고, 제목용은 주목성에 중점을 두어 짧은 문장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시선을 잡아 끌 수 있도록 했다.

산돌네오시리즈는 전체 4서체 30종으로 구성되었고, 고딕네오1은 9종, 고딕네오2와 고딕네오3, 명조네오1은 각각 7종의 웨이트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웨이트를 제공하는 이유는 예민한 편집 디자이너들의 까다로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이다. 동일한 텍스트라도 선호도에 따라 레귤러를 중심으로 활용하면 좀더 차분하고 밝고 가벼운 색채감을, 세미볼드를 중심으로 활용하면 좀더 힘있고 단단한 색채감을 얻게 된다. 한편, 한글은 각 음절의 글자 당 획수가 라틴 알파벳보다 현저하게 많다. 그러므로 고딕체를 골격으로 헤어라인(Hairline)이나 블랙(Black)과 같은 극단적인 웨이트를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웨이트 간 무게감의 차이도 그만큼 뚜렷하지는 않다. 따라서 산돌고딕네오1의 웨이트들은 극적인 표현력보다는 정교한 조율 능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 동안 인쇄기와 출력기 기술은 점차 정교해져왔고, 종이의 질이나 성격도 다양해졌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기존 본문 글자체들은 잘 부응해오지 못했다. 종이마다 번짐의 정도가 다르니, 유광이나 무광 코팅이 된 종이에 인쇄된 미디엄은, 코팅되지 않은 종이에 인쇄된 레귤러와 비슷하게 보이게 된다. 이렇듯 선택한 종이의 성격, 혹은 인쇄방식에 따른 미세한 차이를 고려하여 웨이트를 서로 대체해서 적용할 수 있다. (내용출처. 산돌고딕네오1 견본집, 10쪽)

디지털 타이포그래피에 맞춘 설계

산돌네오시리즈는 새로운 타이포그래피 환경에 맞게 가로쓰기 전용으로 설계되었다. 디지털 기기와 디스플레이 기술에 최적화 되도록 원도제작에서부터 응용 테스트까지 최신환경을 고려해 제작되었다. 우선 산돌고딕이 지니고 있던 가로쓰기와 적정 자간을 이어받아 현대 타이포그래피가 요구하는 글자 폭에 일반고딕 보다 비교적 왜소해 보였던 약점들을 보완했다. 특정한 조절 값을 입력하지 않아도 미려한 조판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조판 조절 값 없이 사용해도 자간, 자폭, 띄어쓰기가 최적화되었고, 합성글꼴을 사용하지 않고도 세련된 정렬과 조화가 가능해진 것이 특징이다.

산돌고딕네오의 경우 글자 폭은 sm3신중고딕의 경우처럼 100%의 전각이 아니라, 92%로 장평을 좁게 설계했다. 폭이 좁게 설계된 다른 고딕체의 예로는 90%의 기존 산돌고딕, 90%의 윤고딕 500대 등이 있다. 아랫기준선(baseline) 위치는 다른 고딕체들의 경우와 대동소이하다. 모듈 내부 형태적 특성에 관해서는, 주어진 공간을 시원하게 채워 기존 산돌고딕처럼 같은 포인트의 크기에서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였던 성격을 극복하고자 했다. 또한 전체 글자폭을 차지하는 사각형 내부, 글자 형태 양끝으로 남는 하얀 공간인 사이드베어링(sidebearing)을 세심하게 조절하여, 조판시 짜임새 있는 자간 값을 갖도록 했다. 산돌고딕네오는 탈네모가 아닌 네모틀의 한글 글자체이지만, 초성, 중성, 종성의 자소들이 네모틀 내부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진 형태를 갖추고 있다. 모듈 내부의 검은 글자와 흰 공간은 가지런하게 안배되도록 했으며 종합적으로 기존 산돌고딕처럼 고전적이기보다는 긴장감과 탄력이 넘치는 현대적인 이미지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내용출처. 산돌고딕네오1 견본집, 16쪽)

한편, 산돌명조네오의 경우 기존 산돌명조가 보여주는 활자의 자면 보다 크기를 크게 하여 현대적 본문편집에 맞는 안정감을 갖고, 많은 내용의 문자 수에도 행과 글자 사이가 명료하게 살아나도록 공간 체계가 설계되었다. 자소 크기와 속공간을 확대하여 현대적 가로쓰기 조판에서의 판독성을 높이고, 정밀한 조판 조절 없이도 미려한 타이포그래피 효과를 쉽게 얻도록 한 것이다. 또한 원도제작에 있어 디지털 작도법에 맞춰 정확하게 디자인 함으로써 디지털 디스플레이 환경에서 서체가 표현될 때 왜곡 없이 균일하고 또렷하게 보이도록 했다. 더불어 네오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세련된 특수기호 문자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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