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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의 그럴듯한 이야기2_스타일의 운명

글. 김형진(워크룸 공동대표) 트위터에서 멋진 글을 읽었다. 정조 때의 문인 이옥의 시다. 4경에 일어나 머리 빗고 四更起掃頭 5경에 시부모님께 문안드리지요. 五更候公姥 맹세한답니다, 장차 집에 돌아간 뒤에는 誓將歸家後 먹지도 않고 한 낮까지 잠만 잘 터예요. 不食眠日午 정조는 이 남자의 글이 싫었다. 그래서 그를 군대에 보내고, 문체를 바꾸겠다는 반성문을 받았다. 이렇게 멋진 시를 썼던 성균관 유생 이옥은 그래서 평생을 벼슬 하나 못하고 어슬렁거리며 살았다. 슬프고 안타까운 얘기다. . 정조가 ‘문체반정’을 …

김형진의 그럴듯한 이야기.1_진짜와의 거리

글. 김형진(워크룸 공동대표) ㆍ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내가 어렸을 적엔 ‘다이제스트판’ 책들이 많았다. <로빈슨 크루소>나 <노인과 바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같은 세계명작은 물론이고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 따위의 유사철학서들, 심지어 (누가 썼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맥아더니, 슈바이처니하는 ‘위인’들의 전기들도 죄다 다이제스트판으로 나와 있었다. ‘다이제스트판’이 뭔지 알 턱이 없던 나는 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