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수프 : 칼국수체 한그릇 드셔보세요

칼국수라는 이름은 글자 형태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서체 파일 내부에는 한글 2,350자, 기초 문장부호와 기호, 로만 알파벳 50여 자가 들어 있습니다. 형태적으로 휴머니스트 산세리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고, 받침이 있는 글자인 경우 부분적으로 중성과 종성이 붙어서 흘려 쓴 듯한 효과를 내도록 디자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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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주목해주세요_타입수프 by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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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FB.COM/ARRIEHANN

HANDONGHOONS@NAVER.COM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작업 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언제나 글자를 설계하고 글자꼴로 말하는 작업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대학 생활을 결산하는 작품은 서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디자인 졸업작품들이 매년 나오지만 근본인 서체 작업물은 중요성과 비례하면 매우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KS코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체 글자가 담긴 서체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졸업전시 기간 내 연남동 동진시장 내부에 위치한 ‘타입수프’ 코너에서는 서체 칼국수체를 타이핑하고 엽서와 견본집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으며, 칼국수체 파일을 구매한 분들께는 현장에서 칼국수를 끓여 대접했습니다.

 

칼국수 포스터

 

 

칼국수체의 특징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한다면요. 더불어 졸업전시에서 서체 판매에 그치지 않고 칼국수를 대접하게 된 계기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칼국수라는 이름은 글자 형태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서체 파일 내부에는 한글 2,350자, 기초 문장부호와 기호, 로만 알파벳 50여 자가 들어 있습니다. 형태적으로 휴머니스트 산세리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고, 받침이 있는 글자인 경우 부분적으로 중성과 종성이 붙어서 흘려 쓴 듯한 효과를 내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칼국수체는 작게 쓸 것을 노리고 만든 서체는 아닙니다. 서체 형태의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에, 짧은 표제에 사용될 때 ‘칼국수’가 가진 리드미컬함이 극대화되지 않나 싶습니다.

 

사진 3

 

칼국수를 대접하게 된 것은 전시 전체 컨셉과 관계가 있습니다. 전시가 열렸던 동진시장은 동네에서 조그만 재래시장과 비슷한 장소입니다. 단순히 세련되고 깔끔한 전시관에서 밖으로 나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맥락에 녹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디자인 기초 재료인 서체와 ‘시장’하면 떠오르는 분식류인 국수를 같이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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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모습

 

 

디자이너로서 서체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정 부분 당연하지만 서체 제작에까지 흥미를 두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레터링 작업 및 서체 제작에 관심을 갖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디자이너의 작업물은 크게 타입과 이미지 두 개로 분해할 수 있습니다. 중요도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미지는 타입을 보조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타입이 핵심인 셈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기존 서체를 가지고 결과물을 제작하지만 저는 좀 더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요소에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출생의 비밀을 푸는 기분이었다고 하면 비슷한 묘사가 되겠네요.

이건 살짝 다른 얘긴데, 과거와 비교해서 점점 더 단발성 레터링이 아니라 ‘서체’를 다루는 졸업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이번 해가 일종의 시작점이 아닌가 합니다. 기술 발전 그리고 동시에 교육의 혜택을 입은 세대가 이제 대학 밖으로 나갈 때가 된 거죠.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서체 작업 그 자체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생각할 때 근본에 접근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강점이 될 것입니다.

 

사진 1

 

 

졸업전시가 상호 교류를 기반으로 하는 만남의 장 형식을 갖고 있었죠. 관람객들로부터 들은 반응이나 피드백이 궁금합니다.

전시자 모두 상주하는 전시 특성상 지인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교류하던 좋은 사람들을 실제로 많이 만났다는 것이 큰 수확이었습니다. 또한, 디자인과 졸업전시는 그 특성상 해당 분야 종사자나 학생들 위주로 관람객이 편중되는 편인데 이번에는 일반인분들이 많이 오셔서 다양한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그중 서체를 어떻게 판다는 것인지, 설치는 어떻게 하는지 등 기초적인 것을 물어보았던 질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분들께 설명함으로써 디자이너와 일반인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더불어 시각물 생산자와 구매자가 시장에서 직접 만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칼국수체 구매자의 이름을 쓴 글리프를 서체 안에 넣었는데요, 일러스트레이터의 글리프 패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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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모습

 

 

‘칼국수체’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고자 하는지 추가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또한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합니다.

서체 제작은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만들어 선보인 때부터가 시작이고, 계속 다듬으며 발전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형태입니다. 기존 구매자로부터 단점 및 오류 리포트를 받아서 수정/보완하고 패밀리를 더욱 세부적으로 나눈 ‘칼국수2(가제)’를 준비 중입니다.

구상하고 있는 진로는 타입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서 타입을 근본까지 파헤치는 것, 그리고 시각디자인 내 다른 영역 구성원과도 교류하며 작업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서체 디자이너의 활동 반경은 상당히 좁은 게 사실인데, 시각 기초 재료 생산자와 사용자가 분리되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한 교류를 지향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타입 디자인과 레터링에 강점을 둔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게 목표입니다

 

 


<출처: CA 2016년 1월호 ISSUE 218>


폰트클럽 로고

칼국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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