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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 : 작가와 타이포그래퍼가 만나 짝궁을 이뤄 만드는 작품집

독특한 책이 나왔다. 작가와 타이포그래퍼가 만나 짝궁을 이뤄 만드는 작품집 『16시』이다. 안그라픽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시와 타이포그래피가 짝궁이 되어 추는 춤 같기도, 2인3각 같기도 하다. 『16시』는 제한된 16쪽의 평면을 짝꿍에게 제공하고, 짝꿍은 이 공간을 채운다. 채움의 형식은 협업이 될 수도, 대결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온전히 짝꿍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작업이 짝꿍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16시: 이상한 시공간의 광장에 부는 바람』(박상순-유지원)   책소개 과거에 …

김형진의 그럴듯한 이야기2_스타일의 운명

글. 김형진(워크룸 공동대표) 트위터에서 멋진 글을 읽었다. 정조 때의 문인 이옥의 시다. 4경에 일어나 머리 빗고 四更起掃頭 5경에 시부모님께 문안드리지요. 五更候公姥 맹세한답니다, 장차 집에 돌아간 뒤에는 誓將歸家後 먹지도 않고 한 낮까지 잠만 잘 터예요. 不食眠日午 정조는 이 남자의 글이 싫었다. 그래서 그를 군대에 보내고, 문체를 바꾸겠다는 반성문을 받았다. 이렇게 멋진 시를 썼던 성균관 유생 이옥은 그래서 평생을 벼슬 하나 못하고 어슬렁거리며 살았다. 슬프고 안타까운 얘기다. . 정조가 ‘문체반정’을 …

김형진의 그럴듯한 이야기.1_진짜와의 거리

글. 김형진(워크룸 공동대표) ㆍ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내가 어렸을 적엔 ‘다이제스트판’ 책들이 많았다. <로빈슨 크루소>나 <노인과 바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같은 세계명작은 물론이고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 따위의 유사철학서들, 심지어 (누가 썼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맥아더니, 슈바이처니하는 ‘위인’들의 전기들도 죄다 다이제스트판으로 나와 있었다. ‘다이제스트판’이 뭔지 알 턱이 없던 나는 덕…